기본분류ㆍToday

손정의, 美 산업단지에 1조달러 베팅 통해 AI 패권 노린다

반도체·AI 데이터센터·로봇 생산 집적한 첨단 산업단지 추진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미국 애리조나에 인공지능(AI)과 로봇 생산을 결합한 초대형 산업단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만 최대 1조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 먹거리로 알려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로봇 제조를 결합한 대규모 산업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기술 산업에서 AI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손 회장의 이번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적잖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손정의의 차세대 전략, AI·반도체·로봇 집적 산업단지로 갈피
지난 3월 30일(현지시각), 일본 경제지 Nikkei Asia는 소프트뱅크가 미국 내에 인공지능과 로봇 생산을 중심으로 한 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구상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가 최대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AI 소프트웨어 기업을 한 곳에 집적하는 차세대 기술 산업단지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단지는 미국 Arizona에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구상이 단순한 기술 투자 프로젝트가 아니라 AI 연산 인프라와 첨단 제조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시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산업단지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설계·생산 시설, 산업용 로봇 생산라인, 연구개발(R&D) 시설 등이 한 지역에 집적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급망, 실제 생산을 담당하는 로봇 제조 시설을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어 AI 기반 자동화 제조 체계를 구축하려는 모델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시대의 제조 플랫폼’에 가까운 구조로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움직임은 손 회장이 수년 전부터 강조해 온 AI 중심 산업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손 회장은 그동안 AI가 향후 모든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혁신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로봇 등 AI 산업의 물리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반도체 설계 기업인 암 홀딩스를 핵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비전펀드를 통해 전 세계 AI 스타트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오는 중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분야에서도 투자 확대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가 AI 소프트웨어 중심 투자 전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 인프라와 제조 생태계를 아우르는 장기 전략으로 사업 축을 확장하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글로벌 협업장 될 실리콘 데저트.. 글로벌 기업 누가 참여하나
천문학적인 규모를 지닌 사업이다 보니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업도 필수적이다. 벌써부터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특히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를 비롯해 일부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로봇 제조 기업과 AI 스타트업, 반도체 장비 기업 등이 산업단지에 참여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단지 내에서 연구개발과 생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AI 기반 제조 클러스터 모델이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또 미국 정부와 주정부를 상대로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단지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의 최종 규모 역시 정부 지원 수준과 참여 기업 수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으로서는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분명하다. 현재 산업단지 후보지로 거론되는 애리조나는 최근 미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이미 이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인텔 역시 생산 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넓은 부지와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 비용, 안정적인 전력 공급 환경 등도 첨단 제조시설 유치에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이 지역은 반도체 기업과 장비 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미국 내 새로운 첨단 산업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리조나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반도체·기술 산업 벨트를 ‘실리콘 데저트(Silicon Desert)’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프트뱅크의 산업단지 구상 역시 이러한 산업 집적 흐름과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 AI 인프라 경쟁 본격화 흐름 속 한국 반도체 수혜 가능성 높아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첨단 제조 육성 정책과도 밀접하게 맞물린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을 자국 내로 유치하기 위해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을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대만 TSMC뿐 아니라 인텔, 장비 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 및 연구개발 시설을 늘리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AI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경쟁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구글 역시 AI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연산 능력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끄는 사업인만큼 한국 역시 이 대열에 참여할 명분은 충분하다. 이는 단순한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산업이 확대될 경우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용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I 서버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확대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1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 계획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제기된다. 단일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규모가 매우 큰 만큼 정부 지원과 글로벌 기업들의 공동 투자 구조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프로젝트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거나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상은 AI 시대 산업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반도체,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를 결합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소프트뱅크가 어떤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실제 추진 여부와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