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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안보 자립 본격화.. 8,000억 유로 방위 투자 추진

러시아 위협으로부터 탈피 목적.. 독자적 방위 체계 구축키로
방위 산업 육성으로 미국 그늘 벗어나기 선언한 유럽 행보 돋보여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유럽연합(EU)이 최대 8,000억 유로(약 1,15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방위력 강화 계획을 추진한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국제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유럽이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계획은 국제 안보 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과 같은 국가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초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안보 환경은 유럽이 보다 강력한 방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말과 함께 독자적 방위 시스템의 구축을 강조했다.

 

이번 계획은 회원국 간 공동 방위 능력 강화와 방위 산업 육성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은 같은 날 보도를 통해 EU 집행위가 이번 계획으로 최대 8,000억 유로 규모의 군사 투자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알리기도 했다.

 

◆ 안보 강화 위한 예외규정 도입 통해 6,500억 유로 규모 추가 지출
계획의 핵심은 약 1,500억 유로 규모의 공동 대출 프로그램이다. EU는 이 자금을 활용해 회원국들이 방공 시스템, 미사일, 드론, 탄약 등 주요 군사 장비를 공동으로 구매하거나 개발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공동 조달을 통해 비용 절감과 방위 산업 협력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한국 방산 산업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U는 또한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재정 규정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안보 강화를 위한 예외 규정을 도입하면 향후 수년간 약 6,500억 유로 규모의 추가 국방 지출이 가능하다. 이는 최근 한국이 국방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첨단 무기 체계와 드론, 미사일 개발을 강화하는 정책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이번 방위력 강화 계획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장감이 증폭된 유럽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유럽 차원의 공동 대응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EU 내 일부 국가들은 이미 국방비를 GDP 대비 2%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첨단 방공 시스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한국 역시 북한과 주변 강대국의 군사 활동 증가로 안보 전략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공동 방위 체계를 통해 자국 산업을 육성하면서 안보를 강화하는 방식은 한국이 첨단 방산 기술과 독자적 방위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 미국에 기댄 안보는 무의미..한국에도 시사하는 바 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미국 중심 안보 체제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과 관계가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실질적인 전쟁 공백에 따라 자체 방위 체계 구축에 소홀히 한 것이 그간의 유럽이다. NATO와 미국 군사력에 크게 의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최근 국제 정세와 미국 외교 정책 불확실성으로 독자적 방위 능력 구축 필요성이 커진 것이 이번 발표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유일의 휴전국임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에 의존해온 모양새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급격하게 상승한 K 방산의 성장이 뒤따르긴 했지만 이것이 곧 독자적 방위 능력 완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EU의 발표를 마냥 흘러들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EU는 이번 계획을 통해 단순한 군비 확대를 넘어 첨단 기술 자립과 방위 산업 경쟁력 강화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 드론·미사일 프로그램, 첨단 방공망 개발, 탄약과 장비의 공동 조달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유럽이 국제 안보에서 보다 독립적이고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냉전 종식 이후 유럽에서 추진되는 가장 큰 군사 투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유럽 방위 산업의 성장과 회원국 간 군수 협력 확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분석가는 “이번 계획은 단순한 군비 확장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 경쟁력까지 강화하는 전략적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역시 첨단 방산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EU는 앞으로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시기를 공개하며 회원국과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EU의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유럽 안보 지형과 국제 군사 균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도 글로벌 군사 기술 경쟁과 안보 전략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