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위한 살상무기’…블랙록이 점령한 WEF

블랙록이 WEF 지배구조 확실히 장악해  

4월 전쟁지역 제다서 2026 WEF 강행
3월 현재까지 연기, 장소변경 소식없어
WEF 직전 제다 F1 자동차 경주는 취소
블랙록 2026 사업에 전쟁 명시 대담함

 

이스라엘・미국이 이란과 미사일 공방을 주고 받으며 군인과 민간인 등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 나라 이외 걸프지역 인민들은 밤낮으로 이어지는 공습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오는 4월22일부터 이틀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린다. 

지구촌 최고 갑부들과 서구 강대국들이 주도해 무기산업을 아우르는 돈벌이 짬짜미를 화두로 경제포럼을, 그것도 굳이 위험한 전쟁 지역에서 강행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차제에 WEF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촌 최대 투자회사 블랙록이 WEF를 사실상 인수한 정황이 뚜렷하다. 블랙록은 유럽 재무장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에도 군침을 삼키고 있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계기로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블랙록 수장을 만나 투자약정서에 서명했다. 인공지능(AI)와 재생에너지 협력을 명시했다. 무기 얘기는 직접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이든 정부 때 자주 등장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이 거론된 점은 지정학과 연계된 것으로 해석된다.    

 

“제다는 팔레스타인 학살 묵인한 아랍회의 장소”

세계은행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30년 넘게 일했던 정치・경제학자 피터 코닉(Peter Koenig)은 최근 외교・안보 전문가 커뮤니티 소버린니스타(https://sovereignista.com)에 올린 칼럼에서 “WEF과 블랙록(BlackRock)이 포럼 장소로 결정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는 친서방 아랍 과두정치 세력들이 모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을 묵인한 자리”라고 밝혔다. 코닉은 “이란 공군이나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가 공격하거나 침공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목표물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코닉은 WEF의 최고 의사결정기구(Board of Trustees) 의장을 맡고 있는 래리 핑크(Laurence Douglas Fink)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했다. 래리 핑크가 최근 ‘이스라엘・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제다에서 4월 행사를 강행하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우려에 “취소하면 얼마나 큰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지 상상해 보라”고 쏘아 붙이며 일축했다는 것이다. 다만 래리 피크가 실제 이런 얘기를 했는지는 언론 보도 등에서 확인되지는 않는다.

올해 4월 WEF 직전인 17일~19일 제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포뮬러 1 그랑프리가 전쟁 위험 때문에 전격 취소됐다. WEF도 전쟁 위험에 노출된 것은 같은데 아직 일정 또는 장소 변경 얘기는 공개된 바 없다. 

4월 WEF의 대회 구호가 ‘지구촌 협력과 성장’이다. 포럼이 열릴 때까지 걸프 지역 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WEF가 진행된다면 WEF 주최측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난감할 수 있다. 지구촌 도처에서 참가를 고려했던 유명 인사들도 위험에 대한 우려 이외에 ‘대회 구호와 지역 안보 현실의 뚜렷한 괴리’에 참가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선악이 아닌 손익의 세계관…유럽에 정치지도자 심어

블랙록을 움직이는 래리 핑크는 ‘월스트리트의 막후 실세(The Man Behind the Scenes of Wall Street)’란 별명을 가진 세계 자본시장의 큰 손이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자산래리 핑크가 운용 중인 자산은 2025년 말 기준 약 14조 달러(한화 약 2경 원 이상)이다.

피터 코닉은 래리 핑크와 블랙록이 이런 막대한 재력으로 지구촌 정치 인맥을 장악, 세계를 주무른다고 비판한다. 우선 블랙록 임원 출신인 제9대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가 유럽 재무장을 위해 자국 무기 공급을 늘리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코닉은 “메르츠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로스차일드와 인연이 있으며, 유럽을 완전 무장시켜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5년 5월 취임한 메르츠 독일 총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블랙록 독일 법인 감독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전 로스차일드 인수합병 전문가로 일했던 은행가였다. 코닉은 “메르츠와 마크롱은 각자의 금융 괴물을 위해 끊임없이 일해 왔으며, 블랙록은 메르츠와 마크롱이 정치적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확실히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을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지식인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진영에서 블랙록의 탐욕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블랙록이 에너지 전환과 전통적인 화석연료 모두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블랙록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자 기후변화 담론으로 미국 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생태계를 촉발시켰던 엘고어 전 부통령에 반대하는 투자자그룹은 반발했다. 특히 ‘환경・사회・거버넌스(ESG)’라는 용어가 미국 법제에 자주 등장하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블랙록은 이에 따라 지난 2024년 이후 ESG 대신 ‘에너지 현실주의(energy pragmatism)’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블랙록, 유엔 대체 기구로 WEF 고려…다국적 기업 투자기조 결정

WEF는 세계 주요 기업·정치 지도자가 참여해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모든 결정을 내린다. 실권을 장악한 미국인 래리 핑크 이외에 프랑스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이 이사회 이사로 참가, 지구촌 정책에 관여한다.

인도계 미국인 아제이 방가(Ajay Banga)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와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네덜란드 출신 마크 루트(Mark Rutte)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에티오피아 출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등의 면면을 보면, WEF가(구체적으로 블랙록이) 마음 먹으면 국제사회 전체를 주무를 수 있다.

조 케저(Joe Kaeser) 지멘스(Siemens AG) 전 CEO도 WEF 이사로 참여한다. 기업 지도자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JP모건, 사우디 아람코, 화이자 등 다국적 초대기업들의 대표들이 참여하고, 주로 이 기업들이 연간 수십만~수백만 달러의 파트너십 비용을 낸다.

보르헤 브렌데 전 WEF CEO겸 회장은 미국의 금융가이자 성범죄 전과자인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과거 접촉 사실이 드러난 문서가 공개된 뒤 지난 2월26일 자진 사임했다. WEF 이사인 알로이스 츠빙기가 임시 회장 겸 CEO로 임명됐다.

보르게 브렌데 회장은 지난 2017년 제프리 엡스타인과 만나 “WEF가 유엔을 대체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노르웨이 언론이 지난 2월6일 폭로했다. 노르웨이 방송 는 미국 법무부 문건을 인용, “브렌데가 엡스타인의 의견에 동의해 ‘새로운 글로벌 구조’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블랙록, 2026년 사업 기조에 전쟁 명시한 대담함

블랙록은 2026년 투자 전망의 화두를 ‘계산과 분쟁(Compute & Conflict)’으로 잡았다. 인공지능(AI)과 방위산업을 연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블랙록의 방산 투자는 제3자 지수 제공업체가 결정한 종목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통해 이뤄지지만,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과 팔란티어(Palantir) 등 주요 방산주에 대한 투자 비중은 뚜렷이 높다.

블랙록이 연초 밝힌 2026년 사업기조는 고스란히 2개월 뒤 현실화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전격 침공한 것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전대미문의 국방예산을 편성키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회원국 방위비는 오는 2029년까지 8712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24년 3550억달러 수준에 견줘 무려 145%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미국(14%)이나 중국(40%) 등과 견줘도 엄청난 증가세다. 국방예산 증액에 대한 EU 회원국 납세자들의 반대 여론이 높기 때문에, 어떻게든 러시아의 위협을 부각시키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저지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해 6월4일 유럽 내 방위산업에 특화된 ‘유럽 방산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ESG 펀드 등에서 무기 관련 기업에 대한 제외 기준을 완화, 관련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폭을 넓히기도 했다.

지구촌 지정학적 불안정에서 수혜를 입는다면서 한국의 방위 산업에 투자도 늘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에총회에 참석 당시인 지난 2025년 9월22일(뉴욕 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래리 핑크를 만났다.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방산 얘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 내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구축 협력’이라는 문구를 양해각서(MOU)에 담았다.

WEF 설립자 클라우스 슈왑은 지난 2025년 4월 자금 유용 및 부정행위 혐의에 대한 내부 고발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혐의가 잘못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래리 핑크는 2025년 8월 WEF 이사회에서 래리 핑크가 공동의장(Interim Co-chairs)으로 임명됐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보르헤 브렌데 전 WEF CEO겸 회장도 앱스타인 연루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임했다. 

바야흐로 지구촌 비즈니스를 주무르는 래리 핑크의 시대가 됐다. 한국은 4월 하순 제다에 갈 것인가?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