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나 배우자의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 환자통장의 예금을 가족 명의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송금 행위는 길게는 몇 년에서 짧게는 며칠 사이에 이뤄지기도 한다. 세무대리인으로서 상속세 신고를 위해 통장 내역을 살피던 중, 앞서 말한 가족 간 송금 기록을 발견하면 난감한 생각이 든다. 피상속인(망인)이 생전 가족에게 송금하는 경우는 아래의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실제로 증여 행위가 있는 경우 ② 사망 전 금전을 상속인에게 송금하여 상속재산을 줄이기 위함. ③ 건강이 악화하여 금융거래의 어려움을 겪기 전에 생활비, 병원비 등 확보 ④ 단순 상속인의 명의를 빌려 차명계좌로 관리 ⑤ 상속인에게 돈을 대여 상속세및증여세법에는 ‘10년 내’ 법정상속인에게 증여한 금전이 있으면 이는 상속재산에 포함하게 되어있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13조 제1항 제1호) 따라서 위 ①, ②는 증여재산으로 보아 상속재산에 포함한다. ③, ④는 실제 피상속인의 금융재산과 다르지 않음으로 증여 여부와 관계없이 상속재산에 포함한다. ⑤는 피상속인에게는 채권에 해당하여 상속재산에 포함한다. 한마디로, 생전에 피상속인의 금융재산을 가족에게 이전하는 어떠한 행위도 상속재산을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18일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6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67개국 중 63위를 기록했다.(본지에서 보도한 ‘한국, 67개국 중 63위.. 기후변화 대응 최하위권 기록 수모’ 참조) 이 순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냉혹한 현실이며, 국제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정부는 미처 이 부분을 자각하지 못한 것일까. 같은 날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한국 정부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2018년 대비 53.0~61.0% 감축한다는 내용이 그것. 이미 발표된 내용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 퍼포먼스였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우리의 각오를 세계 만방에 공표하는 행위였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 발표가 전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낼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적지 않아보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 내용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오히려 이번 발표는 우리가 얼마나 기후위기를 ‘형식적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치솟는 주가와는 다르게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여의찮은 요즘이다. 필자의 개인사업자 거래처도 요새 들어 타던 차량을 처분하는 업체가 부쩍 늘었다. 특히 매도 차량의 대부분은 유지관리비가 많이 드는 고가의 외제차량으로, 구매할 때 느꼈던 하차감은 잠깐이었던 것 같다. 안타까운 점은 한 푼이 아쉬워 차량을 매도함에도 불구하고, 매도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금보따리’라는 것이다. 우선 차량 매도 금액의 110분의 10은 부가가치세로 납부해야 한다. 또 차량 매도 금액과 장부가액의 차액은 유형자산처분이익*으로 보아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복식부기의무자에 한함) 이중 ‘유형자산처분이익’의 경우 중고 차량의 처분은 대개 처분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발생하기에 종합소득세에 있어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문제는 부가가치세인데, 많은 사업주가 살 때는 부가가치세를 공제받지 않았는데 팔 때는 왜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되묻곤 한다. 차량 매입 시 부가가치세 공제는 1,000cc 미만 차량과 화물차, 9인승 이상 승합차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그 외의 차량은 사업에 전용하기보다는 개인적 사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5호) 그러나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지난 21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 곤충학자 마티아스 알프레드손은 최근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지역에서 ‘줄무늬모기’ (Culiseta annulata) 3마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두 마리의 암컷과 한 마리의 수컷이 나방 등을 잡기 위해 설치된 포충망에 잠입(?)한 것. 겨우 세 마리에 불과한 모기의 포획으로 세계 각국이 떠들썩해졌다. 아이슬란드는 인간이 살지 않는 남극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모기의 침공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였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건국 이래 처음 일어난 일이니만큼 재미있는 이슈쯤으로 생각될 법한 일이지만 실상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현재의 기후 위기가 어떤 얼굴로 변모해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일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없었다면 아마 아이슬란드에서 모기를 발견하는 일은 끝끝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아이슬란드에는 왜 모기가 없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긴 겨울과 반복되는 동결-해동 사이클은 모기의 생존과 번식을 어렵게 만들었다. 모기 유충은 얼지 않은 고인 물에서만 자랄 수 있는데, 아이슬란드의 기후는
지하철역의 벽면, 바쁜 하루의 틈 사이로 고개 내민 작은 푯말 하나가 나를 멈춰 세웠다. “무연휘발유란 납 성분이 없는 휘발유를 말합니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스며있었다. 그랬다. 언젠가 기억조차도 까마득한 어느 시절엔 납이 들어있는 휘발유가 존재했음을 반증하는 그 문구처럼 한때 휘발유는 독을 품고 달렸고, 우리는 그 독을 진보라 불렀다. 익숙한 기술의 이름 뒤에 숨어 있던 낯선 진실은, 우리가 무엇을 대가로 삼아 발전을 선택해왔는지를 되묻게 했다. 그 문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기술은 언제나 우리를 더 빠르게, 더 멀리 데려다주지만 그 여정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 때문이었나 보다. ‘무연휘발유’라는 단어는 단순한 연료의 이름이 아니라, 한 시대가 남긴 흔적이자, 우리가 무엇을 포기하며 진보를 선택했는지를 되묻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자동차가 도시의 심장을 대신해 뛰던 시절로 향했다. 엔진은 요란한 숨을 내쉬며 거리를 질주했고, 사람들은 그 속도를 진보라 불렀다. 하지만 그 진보의 엔진은, 보이지 않는 독을 품고 있었다. 그 독은 사람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기형아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사상 유례없는 강릉발 가뭄 사태에 잠들어있던 해수담수화 논의가 꿈틀거리고 있다. 아주 미미한 꿈틀거림이지만 분명히 신호는 있다. 발단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 지난 8월 30일,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 현장을 방문한 이 대통령이 관계자들과 함께 한 가뭄 대책 회의에서 장기적 가뭄 대책으로 해수담수화를 거론하면서 잊혀졌던 해수담수화 논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 당장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차원이 아닌, 근본적인 해법 중 하나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날 발언이 현실로 구현될 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해수담수화는 한국처럼 연 강수량이 적지 않은 지역에서 구동하기엔 적절치 않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행정부 수장의 말을 단순히 흘려들을 수 없는 정권 초의 해프닝을 우려한 때문이다. 시쳇말로 관료들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를 줄여서 표현한 MZ세대의 신조어)하지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이번처럼 극한의 가뭄이 언제 어디서 다시금 재현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다면 대통령의 말처럼 장기적인 해법 중 하나로 고려해볼 수도 있을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플라스틱 얼음컵에 커피를 따르는 모습은 어느 편의점을 가도 쉽게 발견되는 모습이다. 거기에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까지 꽂으면 완성되는 커피 한 잔의 여유, 현대인들에겐 일상의 한 단면처럼 여겨지는 장면 아닐까. 너무도 당연한 모습이지만 그 편리함을 담보하기 위해 소비되는 탄소는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악당과도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는 일회용품의 잔재들은 단순한 쓰레기를 넘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이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다. ◆ 포기할 수 없는 일회용품, 플라스틱 천국 대한민국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플라스틱 소비국 중 하나다. 환경부에 따르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연간 약 132kg(2022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특히 일회용품 사용은 팬데믹 이후 폭증했다. 위생과 안전을 이유로 포장재와 배달용기 사용이 급증했고, 그 흐름은 팬데믹 이후에도 꺾이지 않았다. 배달앱과 테이크아웃 문화의 확산, 편의점 중심의 소비 구조, 그리고 ‘빠르고 간편한’ 소비 트렌드는 일회용품을 일상화시켰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선택하면서도 그 대가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플라스틱 컵 하나가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는 사실은 여전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이런 걸 정의구현이라고 하는 걸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던 선진국들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7월 23일, 국제사법재판소가 역사에 남을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다.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 조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국가에 배상할 수 있다는 법적 권고 의견을 발표한 것. 이는 기후변화와 국가 책임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해석한 첫 국제법상 판단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권고성 의견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판단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실로 지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온 국가들, 즉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국가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 선진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시키는 모양이지만 일단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그로 인한 파장은 점차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재판소의 분명한 어조를 고려해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러 발표를 종합해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제기된 기후 관련 소송의 수가 3천여건에 달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승리를 장담
[엔트로피타임즈 이유린 기자] 보통 사람이라면 한번 가기도 힘든 미국을 마치 부산이나 전주를 가듯 다니는 이가 바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다. 7월이 시작되기 무섭게 다시 미국을 찾는다는 소식이다. 지난 22일,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관세 관련 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지가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다. 그런 그가 시차 회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미처 못다한 말이 있었던 걸까. 미국발 관세 공포가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시점이니 잦은 미국 방문이 생경한 일은 아닐 테지만 그럼에도 이색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내달 이루어질 그의 방미는 조금은 다른 성격을 띠긴 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확대 방안 카드였다는 점이 그렇다. 이조차도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복안이니만큼 그에 시선이 몰릴 것은 당연하다. 아는 이들은 알겠지만 한국은 LNG 수요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는 입장이다. 이 말은 곧 모래 위에 에너지 발전 설비를 세워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눈 가닿는 어느 한 곳조차 푸르지 않은 곳이 없다. 사방이 초록으로 물든 이 광경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진다. 오랜만에 벗어난 도시가 새삼 생각보다 더 끔찍했음을 알게 된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그조차도 괜찮았다. 그만큼 눈앞의 초록은 더 이상 초록일 수 없는 선명하기 그지 없는 그런 초록이었으니까. 계절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원망스러운 계절이었는데 그 잠깐 사이 달라진 공기가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그렇게 초록의 계절이 다가왔지만 때론 그 초록이 반갑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산과 들에서 발견되는 초록과는 또 다른 물 위의 초록이 그것이다. 녹조 이야기다. 초여름인 6월 즈음이면 고개를 드는 녹조는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으며 강수량이 적은 시기에 기승을 부리는 자연현상이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뭔가 잘못 이야기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의 광범위한 녹조 발생을 그저 자연현상이란 말 한마디로 책임소재를 넘겨버린 것 같아서다. 기본적으로 녹조가 자연적인 현상인 것은 맞다. 시아노박테리아, 즉 남조류가 자신들의 번식에 최적인 상황을 틈타 세력을 넓히는
[엔트로피타임즈=김재영 기자] TV 보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기아로 시달리는 아이의 눈을 클로즈업한 그런 프로들이다. 빈도는 잦지 않지만 그렇다고 드물지도 않게 등장하는 그 모습. 그걸 볼 때마다 가슴 한켠이 싸해진다. 사실 우리에겐 낯선 광경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음식은 먹다가 남겨 버리고야 마는 그런 것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렇게 버려지는 음식물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적지 않은 양이 분명할 것이다. 우리 정도의 경제력을 지닌 나라들이 버리는 음식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정도는 아는 탓이다. 그렇게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썩어간다. 그리고 그 부패는 인간을 넘어 우리가 사는 지구를 병들게 한다. 어릴 적, 나는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는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웬만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건. 하지만 성인이 돼 홀로서기를 하며 사정은 달라졌다. 감시자가 없어져서일까. 이제 남겨진 음식을 버리는 일은 예삿일이 됐다. 뭐든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린다. TV에서 본 아프리카 아이의 눈과 쌓인 음식물 쓰레기들을 보면서도, 심각한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중세 유럽의 지형을 완전히 바꾼 십자군 전쟁의 배경에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 확보가 깔려있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일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전쟁이란 건 국가와 국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그 못지않게 이 과정에 요구되는 물자의 소통과 새로운 지역 간의 거래 활성화 등 막힌 경제에 활로를 뚫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성질을 띤 때문이다. 때론 명분보다 이런 경제적 요인이 더 짙게 반영되기도 할 정도로 전쟁은 새로운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이 실제 전쟁만큼 치열한 것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잦은 언론 노출로 이제 희토류라는 명칭은 익숙하지만 사실 희토류가 무엇인지, 왜 그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희토류는 21세기 들어 그 중요성이 부각된 물질인 탓이다. 20세기만 해도 그의 쓰임새가 많지 않았으니 그를 두고 다툴 필요도, 그를 전략적 무기로 사용할 이유도, 활용할 방법도 없는 그런 존재였다. 따지고 보면 기술의 발전이 낳은 물질인 셈이다. 희토류
[엔트로피타임즈 이유린 기자] 간만의 귀향이다. 그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못 갔던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지만 사실 그건 말 그대로 핑계였다. 그보다는 본가에 들러 맛있는 집밥을 먹겠다는 의도가 더 짙게 깔린 발걸음이었다. 그렇게 서울역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들른 서울역은 언제나 그렇듯 떠나는 이들의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그런 감상을 깨뜨리는 불청객 같은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기차 탑승 시간까지 대기해야 하는 대합실 의자 여기저기에 앉아 있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그것이었다. 굳이 옆에 앉아 냄새를 확인하지 않아도 모양새만으로도 알 수 있는 노숙인들 주변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와중에도 빈 자리로 남아있었다. 딱히 그 사람들이 폐를 끼치거나 시비를 걸어서가 아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 기색, 거기에다 수시로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겨울 추위를 피하기 위해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낡고 헤진 옷들을 덕지덕지 껴입고 있는 포스에 눌려 감히 그 옆으로 자리할 엄두가 안 났다는 게 진짜 이유였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노숙인들을 손가락질하고 대놓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단지 노숙인이라는 이유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아카데미상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탓이다. 여기서 특정 부문을 수상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작품은 성공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2020년 우리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한 기억이 있는 우리로선 필연적으로 친숙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유독 관심을 기울이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영화제 직전, 열리는 또 다른 영화제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것이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이다. 래지상이라고 불리는 이 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영화를 선정하기 바로 전날 수상자를 선정, 발표하는 전통이 있다. 모르는 이들은 아카데미상을 아깝게 놓친 작품에게 주어지는 위로상 쯤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한 해 동안 가장 형편없다고 평가받은 영화와 배우, 감독에게 수여되는 '불명예의 상'이다.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는 작품에 상까지 주어가며 행사를 이어가는 이유는 영화계의 자기반성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단순한 조롱이 아닌, 분발과 촉구, 풍자와 유머 등이 버무려진 그들만의 이벤트인 셈이다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이제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만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지만 이곳은 권력의 중심, 은밀함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내어주면서 누구나 손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공간이 지녔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터. 지방에 사는 친구 몇몇이 서울 방문을 기념해 청와대로 향하면서 덩달아 함께 가게 된 길이었다. 한사코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예약자 명단에 기자의 이름을 올려놓았으니 차제에 동행하자는 권유를 끝내 뿌리치지 못한 탓이었다. 아예 호기심이 없었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정치부 기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딱히 청와대를 출입할 만한 업무도 해본 적이 없어 말로만 듣던 공간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의 흥망성쇠가 오롯이 녹아있는 공간을 거니는 일은 뭐랄까. 미묘. 그게 아니라면 감회, 그것도 아니라면... 모르겠다. 분명한 건 시선에 들어오는 이들처럼 마냥 웃고 다닐 수만은 없었단 거였다. 단순히 시신경에 입력된 정보만을 분석한다면 생각보다는 훨씬 소박한 느낌이라는 것이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건 순식간에 휘발될 그런 것이었다. 그보다는 오랜 세월, 덧대진 비밀의 더께에 짓눌려 의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