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e법칙] 드론의 평화적 이용과 강자에 대응하는 고슴도치 전략

 

                                                                
평화의 기술, 드론

 

  드론은 원래 전쟁을 위한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드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평화의 기술이었다. 오늘날 농업에서는 드론으로 씨앗을 뿌리고 비료와 농약을 살포하며 작물 상태를 분석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물류 분야에서는 산간 지역이나 도서 지역에 의약품과 생필품을 배송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도시에서는 교통 관리와 도시계획을 위한 항공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활용된다. 산불 감시와 진화, 재난 구조, 실종자 수색 등에서도 드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드론은 화재 확산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효과적인 진화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드론은 인간의 삶을 돕는 평화적 기술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는 드론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드론이 바꾸어 놓은 전쟁의 양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소형 드론이 전차와 장갑차를 공격해 파괴하는 모습이었다. 보통 전차 한 대의 가격은 100억 원 안팎인데, 전장에서 사용되는 자폭 드론은 100만 원 정도의 장비가 많다. 이는 100만 원짜리 드론이 100억 원짜리 전차를 공격하는 구조, 즉 비용 기준으로 1만 배의 대응력을 증명해 보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응 비용 구조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전쟁의 경제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강력한 무기와 막대한 군사비를 가진 국가가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항공모함과 전투기, 대규모 전차 부대는 한 국가의 군사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드론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값비싼 무기와 장비가 저렴한 드론에 의해 무력화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 전략에서는 이러한 접근을 비대칭 비용전략(cost imposition strategy)이라고 부른다.

 

이는 상대방에게 가능한 한 큰 비용을 부담시키면서 자신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대응하는 전략이다. 쉽게 말해 상대가 100을 쓰게 만들면서 나는 1만 써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드론은 이러한 전략을 현실에서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값싼 드론이 값비싼 무기와 장비를 지속적으로 파괴하면서 공격 측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불의한 강자를 막는 고슴도치 전략

 

  불의한 강자에 대응하여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사례는 고슴도치다. 이 사례를 국가 방위 전략으로 응용해 보면 바로 고슴도치 전략(porcupine strategy)이 된다. 고슴도치는 몸집이 작은 동물이지만 온몸에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어 포식자가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잘 못해도, 방어 하나는 확실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가급적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민족은 고슴도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군사 전략에서 고슴도치 전략은 약소국이 불의한 강대국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기는 어렵더라도, 공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와 비용을 예상하도록 만들어 침략 자체를 억제하는 전략으로 매우 유용하다.

 

드론은 이러한 고슴도치 전략을 실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대량의 정찰 드론과 공격 드론이 배치된 방어 체계에서는 침략자의 이동이 즉시 포착되고 값비싼 장비가 지속적으로 위협받는다. 전차와 장갑차, 군사 시설이 수백만 원짜리 드론에 의해 반복적으로 공격받는다면 침략 자체가 매우 비효율적인 선택이 된다.

 

최근의 미국-이스라엘-이란 사이의 중동 전쟁에서도 드론의 이러한 전략적 의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란이 개발한 공격용 드론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수준의 가격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드론이 수백억 원 규모의 군사 시설을 공격하거나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드론은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일정 수준의 정밀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군사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평화를 지키는 새로운 방어 전략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처럼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과 같은 국가는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안보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적인 군사력 경쟁 방식으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전투기와 잠수함, 전차 등 대형 무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그러나 드론을 중심으로 한 방어 전략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AI와 위성 네트워크 시스템에 연결된 대량의 정찰 드론과 공격 드론을 활용하면 적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주요 장비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 침략 세력이 수십억 원짜리 장비를 동원할 때 방어 측이 수백만 원짜리 드론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공격 측의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결국 드론은 단순한 군사 장비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방어 전략 기술이 될 수 있다. 작은 기술이 큰 무기를 위협하고 낮은 비용이 높은 비용을 압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21세기 전쟁의 경제학, 국가 방위의 경제학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이웃 나라를 침략해 무고한 사람들을 살상한 적이 거의 없고 오히려 외침을 많이 받아왔다. 그런 민족의 입장에서 국가 방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스스로 지킬 힘을 기르지 않으면 평화는 보장되지 않는다. AI 시대에 K-한류를 기치로 모범적인 세계 시민 국가로 도약하려는 이 시점에, 전쟁의 포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평화를 지킬 것인가. 기술과 산업, 무역과 국방을 함께 고민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