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왕' 타잔이 나무 사이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바로 새로운 넝쿨(줄)을 완전히 움켜쥐기 전까지는 절대 기존의 줄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타잔이 공중에서 새 줄을 잡기도 전에 기존 줄을 놓아버린다면, 그는 추락하여 늪 속의 악어 밥이 되고 말 것이다.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혼란은 우리에게 이 ‘타잔의 법칙’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가 가야 할 ‘새 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줄을 온전히 잡기도 전에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존 줄(석유·가스)’을 소홀히 다룬다면, 우리 경제는 에너지 수급 불능이라는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줄, 중동의 경고
현재 우리가 쥐고 있는 줄은 몹시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위기와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으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가 즉각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걸프 지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은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와 LNG는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료’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시장의 회복을 넘어 신뢰를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추락하지 않기 위한 대안: 포트폴리오의 분산
타잔이 더 튼튼한 줄을 찾아내듯, 우리도 공급원을 철저히 다변화해야 한다. 단순히 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핵심이다.
이미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모잠비크 등 신규 공급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추가 확보, 다변화를 확장하는 것은 우리가 쥐고 있는 줄을 보강하는 작업이다.
사할린 LNG 등 북단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은 정치적 난제가 존재하지만, 지리적 근접성과 해상 봉쇄 위험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카드다. 이는 서구권 제재 속에서도 실리를 챙기는 중국의 사례처럼, 우리에게도 '비상용 줄'로서의 가치가 높다. 수요가 많은 동절기 중심 공급이 가능한 조건도 매력적이다.
‘전략적 저장’이라는 안전망
줄을 놓쳤을 때 잠시나마 허공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바로 ‘저장’이다. 석유 시장이 전략 비축유를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듯, 가스(LNG)도 전략적 저장 용량 확대가 시급하다.
현재의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LNG 저장 설비를 단순한 수급 조절용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에너지 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이나, 악어 밥이 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비용이다.
현명한 타잔이 되는 법
아시아는 향후 10년간 약 2억 톤의 LNG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핵심 시장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우리에게 LNG는 여전히 놓칠 수 없는 핵심 줄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비전은 숭고하다. 그러나 그 비전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 당장 우리 공장을 돌리고 가정을 따스하게 데워줄 에너지가 끊기지 않아야 한다.
새 줄을 잡기 위해 기존 줄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것, 그것이 바로 2026년 대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타잔 법칙’이 되어야 한다.
혹시, 새 줄을 잡기도 전에 기존의 줄을 놔 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가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는가?
임종순 칼럼니스트
서울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