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탈석탄이 전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지구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나만큼 모두들 속도내기에 여념이 없지만 그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이들, 바로 석탄에 의존해 살아온 지역 구성원들이 그들이다.
광산이 문을 닫으면 먼저 일자리가 증발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학교와 병원, 상권까지 흔들리며 공동체의 기반이 위태로워진다. 산업 전환이 단순히 에너지 정책에 머물지 않고 주민과 지역 사회의 회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새로운 정책 과제가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탈석탄이 단순히 에너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힘을 얻은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탈석탄 흐름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 탈석탄이 곧 탈지역을 의미해서는 안 돼
세계 각국이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탄광 산업에 의존해 온 지역 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독일, 영국, 미국 등에서는 광산 폐쇄로 일자리와 인구가 급감하고 지역 공동체가 붕괴 위기에 놓였으며, 한국의 태백시도 2024년 핵심 광산 폐쇄 이후 비슷한 도전에 직면했다. 광산을 터전으로 살아오던 이들의 미래를 담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산업 전환 정책을 사람 중심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지역 공동체 붕괴와 사회적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한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에서는 산업 전환과 지역 사회 회복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의로운 전환’ 모델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 해외 사례가 독일 루르 밸리다. 유럽 최대 석탄 산업 중심지였던 이 지역은 2018년 12월 마지막 광산 ‘프로스퍼-하니엘(Prosper‑Haniel)’ 폐쇄를 끝으로 석탄 시대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 균열이 발생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균열을 막기 위해 독일 정부는 광산 폐쇄 계획을 지역사회와 협력해 진행하고, 일부 광산 시설을 연구기관, 기술 산업, 문화 공간으로 재생했다. 이와 함께 지역 주민 대상 재훈련 프로그램과 산업 다변화 정책도 병행됐다.
이웃 나라 영국도 비슷한 사태에 직면했다. 영국 남부 웨일즈 지역, 사우스 웨일즈 밸리는 20세기 후반 광산 산업 쇠퇴로 대규모 실업과 지역 경제 침체를 경험했다. 특히 2023년 11월 폐쇄된 노천 탄광 ‘포스 이 프란’은 산업 붕괴가 지역 주민의 삶에 미친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된다. 영국 정부는 일부 광산 부지를 재생 에너지 시설과 지역 개발 프로젝트로 전환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시도했다.
이런 일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아팔라치아 지역은 오랜 기간 석탄 산업 중심지였지만, 석탄 수요 감소와 시장 변화로 광산 폐쇄와 일자리 감소가 이어졌다. 지역 주민들은 경제적 충격과 사회적·정서적 어려움에 직면했으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소규모 산업 전환, 교육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지역 인프라와 자금 부족으로 전환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 탄광도시 태백에서 청정에너지 도시 태백으로 변신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대표적 탄광 도시 태백시는 광산 산업 축소와 2024년 핵심 광산 폐쇄로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가 동시에 진행됐다. 일부 주민은 도시를 떠나야 했고, 상권과 사회 기반시설도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따라 태백시는 산업 전환과 지역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추진하는 실험에 나섰다.
지난 4일, 태백시는 서울에서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와 '무탄소 청정에너지 도시'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열고 ‘Coal‑to‑Clean’ 에너지 전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계획은 청정 메탄올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사회 기반 회복을 포함한 종합적 전략이다. 이에 따라서 태백시는 2027년까지 연간 1만 톤 규모 청정 메탄올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에는 생산량을 10만 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생산된 메탄올은 친환경 선박 연료로 활용되며 한국-미국 그린 해운 항로 등 글로벌 해운 산업 탈탄소 흐름에서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 주목받는 연료다.
이번 태백의 시도는 단순한 산업 전환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 사회 회복과 경제 구조 재편을 동시에 추구하는 실험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독일, 영국, 미국 등 해외 탄광 도시에서 나타난 사회적·경제적 충격과 비교할 때, 태백은 정부와 국제기구 협력, 지역 재훈련 프로그램, 청정 에너지 산업 유치 등을 통해 전환 과정에서 주민을 중심에 둔 전략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 산업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 공동체 유지와 인구 감소 완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탈석탄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다. 세계 각국 사례가 보여주듯 산업 전환을 주민 중심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지역 공동체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태백의 실험은 산업 전환과 지역사회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로, 전 세계 탄광 도시가 직면한 과제를 보여준다. 석탄이 떠난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향후 탈석탄 시대의 정의로운 전환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