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날린 WTO "중국 수출 6% 증가로 유럽 시장 흔들린다"

  • 등록 2025.04.18 17: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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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미·중 통상 갈등 속 중국 수출 전략 변화 가속
中 시장 점유율 확대, 한국 기업에겐 경쟁 압력될 수도

 

[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기자] 세계무역기구(WTO)가 미·중 갈등 장기화 속 중국의 대유럽 수출이 6%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글로벌 제조업 경쟁 구도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이를 지켜보는 유럽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 뉴스 채널 ‘Euronews’는 지난 16일 세계무역기구(WTO) 보고서를 인용해 2025년 중국의 유럽 수출이 약 6% 증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으로 중국 기업들이 기존 미국 시장 대신 유럽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글로벌 무역 구조 변화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높아진 관세 장벽 허물 대안으로 유럽으로 눈 돌린 중국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는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 정책 확대 등으로 인해 기존의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경제권 사이에서 통상 갈등이 반복되면서 기업들은 생산 거점과 수출 시장을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행보다. 양국의 갈등의 증폭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확인된다.

 

얼마전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이 점차 둔화될 것이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어놓았다. 여기서 가장 주목한 부분이 바로 미중 갈등과 그로 인한 경제 흐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은 2024년 약 2.8%에서 2025년 2.4%로 낮아지고, 2026년에는 0.5% 수준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주요 국가 간 무역 긴장이 교역 증가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WTO는 특히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글로벌 무역 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수준의 관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철강과 알루미늄을 비롯해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통상 압박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새로운 수출 시장을 모색하고 나선 것. 그간 중국은 미국 시장에서 수출이 제한될 경우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이나 소비 규모가 큰 시장으로 수출 방향을 바꾸는 경향을 보이곤 했다. 그중 가장 구미가 당기는 지역이 바로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대 단일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만큼 중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대체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 성장세 지속 아시아, 북미 지역은 둔화 흐름 크게 나타날 듯
이처럼 중국의 달라진 행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축약적으로 설명하면 ‘무역 전환(trade diversion)’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무역 전환은 특정 국가 간 무역 장벽이 높아질 경우 기업들이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시장으로 수출을 이동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시점에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 전략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러한 무역 전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TO 역시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WTO는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교역 흐름이 변화하면서 무역 전환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TO는 또 지역별 무역 성장 전망에서도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수출 성장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북미 지역은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역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유럽 산업계는 중국 제품의 유입 확대가 가져올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제조업 제품이 대거 유입될 경우 유럽 기업들이 상당한 경쟁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전자제품, 철강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EU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일부 유럽 정책 결정자들은 중국의 산업 보조금 정책이 시장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무역 방어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일부 중국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와 보조금 조사 등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유럽 내부 문제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수출 확대는 다른 주요 수출국들과의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제조업 국가들도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시장은 자동차와 배터리, 전자제품, 기계 산업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요한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다. WTO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점차 지역별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 거점과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제 무역 환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안정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WTO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경제권의 통상 정책 변화가 국제 교역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중 관계의 향방과 주요 국가들의 무역 정책이 향후 글로벌 시장 경쟁 구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유럽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각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현 기자 dips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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