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이 순조로울까?…미국의 어깃장 감지돼

  • 등록 2026.02.26 08: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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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UAE 8개 협력 분야, 모두 미국 눈치봐야 진전
미국, 2024년 브릭스 가입한 UAE 흔들기 나섰나?
KF-21 보라매 전투기 수출도 미국이 딴지 걸면 ‘꽝’
UAE, 예멘서 사우디와 대리전 치러…곳곳에 지뢰



[엔트로피타임즈=이상현 편집위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략경제협력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24일(서울 시간) 오후 1시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했다. 강실장은 인공지능(AI)과 방위산업 협력의 진전을 위한 방문이라고 직간접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8일(아부다비 시간) UAE를 국빈방문, 8개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8개 분야는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민간 원자력 ▲국방 및 방위 기술 ▲수자원 ▲공중보건 및 의료 ▲교육 ▲문화 및 인적교류 ▲UAE K-시티 설립 등 신규 프로젝트 등이다. 

8개 분야에서 가장 먼저 가시권에 들어온 분야는 ‘국방 및 방위 기술’ 분야. 수니파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온 UAE가 “한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무기 공동개발과 현지 생산을 포함한 방산 협력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정상 공동성명에서 언급됐다. 이에 따라 양국은 서아시아(중동) 지역 군사안보상 현지 생산을 강화, 자국 군사안보와 안정적 방산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견됐다. 서아시아 지역 이외에도 제3국에 무기 등의 공동 수출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이 KF-21 보라매 전투기를 비롯한 무기를 UAE에 차질 없이 수출하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양국이 무기 무역을 약속했다고 될 리가 만무하다. 특히 미국은 탈냉전기 묻어뒀던 서아시아 지정학과 미국우선주의(MAGA)의 장치들을 빠짐 없이 꺼내들고 있다. 한국과 UAE가 맺은 8개 협력 분야 대부분은 미국이 반대하면 협력 자체가 불가능하다. 모든 분야가 미국의 국익에 기반을 둔 각종 국제협약에 뿌리를 둔 데다, 협약과 무관한 협력 역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여지 없이 미국의 2차 제재(Secondary Boycott)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UAE 대통령 사망설 돌아…누군가 UAE를 흔들고 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지구촌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BZ) UAE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문이었다. MBZ는 최근 몇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아부다비 방문이 연기됐는데, UAE 정부는 최초 “MBZ의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UAE 정부는 그러나 조금 뒤 관련 온라인 기록이 삭제했다. 이후 관련 정보는 더 이상 제공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MBZ 대통령 사망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교(HSE)의 중동연구센터 소장인 무라드 사디그자데 박사는 이와 관련, “이런 소문은 동맹국에게는 협력을 늦추게 하고, 투자자에게는 투자를 연기하게 하며, 해외 관계자들에게는 UAE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아니라 6개월 안에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지를 묻게 한다”고 설명했다.

누가 UAE를 흔들고 있는 건 분명하다. 다만 해외협력 관계자를 대표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K-방산 무역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가?”를 묻기 위해 급하게 UAE를 방문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K-방산에 들떠 있는 한국…UAE와 도원결의

지난해 8월 초순 이브라힘 나세르 모하메드 알 알라위 UAE 국방차관은 한국의 사천 공군기지 상공에서 KF-21 보라매 시제기에 탑승, 이른 바 ‘우정의 비행’을 했다. 그리고 3개월 뒤 이재명 대통령이 아부다비 를 방문, KF-21 보라매의 공동개발과 현지 조립, 여기에 미래형 KF-21 개량형의 공동수출을 전격 제안한다. 전투기 전면적 공급망 파트너십을 제안한 것이다. 

KF-21 보라매 모델은 제조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관련 기업들에게 150억 달러 이상의 장기계약을 창출할 전망이다. 2025년 4월 UAE-한국 양국은 KF-21에 대한 ‘포괄적 협력’을 약속하는 의향서를 체결했다. UAE 현지 매체들은 “한국이 중형급 전투기 공급업체라는 역할을 넘어 첨단 항공우주 프로그램의 신뢰할 수 있는 공동 개발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의 핵심”이라고 논평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의 무기 수출량은 지난 1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20~2024년에는 세계 10대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 세계 시장점유율도 0.9%에서 2.2%로 올랐다. 같은 기간 KAI 포함 4개 한국 기업이 SIPRI가 선정한 2024년 세계 100대 무기 생산업체 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2023~2024년 무기 매출은 약 30% 증가했다.


K-방산 비전 밝혀준 서아시아

서아시아, 특히 걸프 지역은 K-방산 확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신속한 납품 ▲경쟁력 있는 가격 ▲강력한 산업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서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산 공급업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21~2025년까지 한국은 이집트에 K9 자주포를,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는 천궁-II(KM-SAM) 방공 시스템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K239 천무 로켓발사기를, 이라크에 T-50 고등 훈련기 등을 각각 수주했다 .

KF-21은 스텔스 형상 설계와 첨단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 FBW) 제어시스템, 능동 전자식 스캔 어레이(AESA) 레이더를 탑재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FBW는 조종간과 항공기의 비행제어장치가 유압 시스템처럼 물리적인 결합으로 이뤄지지 않고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향후 개발될 개량형(가령 블록 III 또는 KF-21EX)에는 향상된 스텔스 기능과 센서 융합, 유인-무인 팀 운용(MUM-T) 기능이 도입될 예정이다. 성능과 가격 면에서 F-16과 F-35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자리한다.


미국 무기 의존도 줄이는 UAE

SIPRI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주요 무기 수입국 순위 1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수입량의 약 2.6%를 차지했다. 미국(42%)과 프랑스 (17%), 터키 (11%)가 주도하는 UAE의 무기 공급 패턴을 보여왔다. UAE는 그러나 자국 군사외교 전략에 입각한 작전개념을 고려, 의도적으로 무기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그런 UAE에게 KF-21는 시급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 아니다. UAE는 이미 약 80대의 F-16E/F 블록 60 데저트 팰컨을 중심으로 구축된, 지역에서 가장 앞선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80대의 프랑스 라팔 F4 전투기로 전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KF-21은 라팔과 직접 경쟁하거나 5세대 전투기를 대체하는 차원이 아니다. 외려 스텔스 성능을 갖춘 다목적 전투기로 다양한 무장을 탑재, 미국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한국과 파생형 모델 개발 등 현대적인 전투기 도입 프로그램을 주도할 경로로 여기고 있다. 유인 전투기 분야가 걸프 국가들에게 있어 역사적으로 산업화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 중 하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UAE는 당장의 전투력 수요를 넘어 유인-무인 전투기 협력, 자율 비행 보조 장치, 신속한 전력 증강을 특징으로 하는 15~2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UAE, 주변 경쟁국들 공군전력 첨단화에 대응

걸프인터내셔널포럼(GIF)에 따르면, 양국간 KF-21에 대한 논의는 필연적으로 미국 무기회사 록히드마틴의 F-35 라이트닝 II 구매 문제와 맞물린다. 이 기종은 한때 미국과 UAE 간 방위 협력의 정점으로 여겨졌던 제품이다. 그러나 이 계약은 기술적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제약, 워싱턴의 정치적 우려로 지난 2021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F-35 판매를 고려할 수 있다는 신호와 튀르키예의 F-35 프로그램 복귀 가능성은 UAE 군사안보 지형이 복잡해지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UAE는 F-35 전투기 도입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F-35는 아부다비가 장기적으로 선호하는 선택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GIF는 “UAE가 한국의 KF-21를 도입하더라도 걸프 지역 전체의 방위 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최첨단 4.5세대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유사한 기종 도입으로 지역방위 균형이 극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KF-21 엔진 등 핵심부품 미국 의존…미국이 딴죽 걸면?

양국의 전투기 거래는 그러나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KF-21은 미국산 부품, 특히 제너럴일렉트릭(GE) F414 터보팬 엔진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및 기술이전은 워싱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임무 시스템 및 업그레이드 권한에 대한 접근 범위는 미국 무기류 수출통제규정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게다가 UAE가 방산 분야에서 중국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움직임은 미국이 한국에게 KF-21 수출 허가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이 UAE와 한국의 교역에 어깃장을 놓기 시작한 징후는 도처에서 감지된다. 특히 미국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미 재무부와 국무부가 경제제재를 가한 점이 눈에 띈다.

<로이터>는 지난 21일(워싱톤 시간) “미국 재무부가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사이버 도구를 획득·배포한 혐의와 관련해 러시아와 UAE 기반 인물·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 뿐 아니라 미국 국무부도 이날 UAE에 기반을 둔 단체를 포함, 일부 개인·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거론했다.

미국의 제재 명단은 사흘 뒤인 24일(워싱턴 시간) 재무부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에 기반을 둔 일부 기업을 포함한 4명과 3개 기업에 사이버 관련 제재를 발령했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제재 대상 개인 중 한 명과 두 개의 단체는 미국인으로부터 영업비밀을 훔쳐 미국 지식재산보호법(PAIPA)을 위반했다”고 근거를 밝혔다.


홀로 서려는 UAE를 가시눈 뜨고 지켜보는 미국  

UAE 국영매체는 미국의 제재 예고가 나온 당일(21일) “국가 디지털 인프라와 핵심 부문을 겨냥한 조직적인 사이버 공격을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국영매체는 “사이버 공격은 네트워크 침투 시도, 랜섬웨어 배포 및 국가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인 피싱 캠페인 수행을 포함했으며, 공격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보도에서는 공격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UAE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미국의 서아시아 대표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겪고 있어, 미국이 눈여겨 보고 있다. 사우디가 예멘 정부군을, UAE는 분리주의 무장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를 지원하며 대립하고 있다. UAE는 홍해와 아덴만, 호르무즈 해협을 잇는 해상 교역로 확보를 위해 예멘 남부 항구 도시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반면 사우디는 이를 자국 주도권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

미국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 보는 브릭스(BRICS)도 문제다. UAE는 지난 2024년 반 달러화 동맹으로도 간주되는 지구촌 다극화 이니셔티브 브릭스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사우디는 패트로달러 체제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브릭스 가입에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 사이의 석유거래 때 UAE의 법정 통화 디르함이 사용돼 미국 상무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다. 물론 브릭스는 군사블럭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브릭스 회원국과 무기거래를, 그것도 미국 기술이 잔뜩 들어간 전투기를 제대로 수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좋은 소식을 갖고 귀국하리라 믿고 있다.

이상현  <엔트로피>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이상현 기자 dipsey.lee@yand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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