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냐 자연이냐? 갈등 증폭되는 일본 메가솔라 논쟁

  • 등록 2025.04.10 15: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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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습지 쿠시로 태양광 발전 두고 지역사회 반발 커져
유사 선례 경험한 한국 입장에서도 주의깊게 바라볼 수밖에 없어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잡음 중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자연 환경에 대한 오염 문제다. 이미 국내 태양광 발전 시 이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은 태양광 발전에 매달리는 나라라면 어느 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이와 관련된 잡음이 터져나오면서 태양광 발전의 딜레마를 재차 확인시키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 습지 국립공원 일대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인 ‘메가솔라’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오히려 생태계 훼손 논란을 불러오면서, 일본의 에너지 전환 전략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천혜의 환경 해치는 태양광 발전.. 지역 반발 극심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 신문은 최근 보도를 통해 쿠시로 습지 인근에서 태양광 발전소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경 훼손 우려와 지역 주민 반발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서는 일부 지역이 ‘태양광 패널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개발 속도의 급격함을 강조했다.

 

예견되지 않은 바가 아니다. 이번에 문제시되고 있는 쿠시로 습지는 일본 최대 규모의 습지이자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인정된 람사르 협약 등록 지역으로 그 어느 지역보다 자연 환경 보전이 강조되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은 두루미를 비롯한 희귀 조류와 다양한 습지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핵심 지역으로 일본 내에서도 환경 보존의 상징적 공간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지역이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춰 관련 산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지역이기도 하다. 그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최근 수년간 이 지역과 인근 지역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섰고 이는 필연적으로 자연 환경과 산업 개발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쿠시로 습지 일대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태양광 발전 설비의 급격한 증가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약 10년 전 50여 개 수준이던 태양광 시설은 최근 300개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증가 속도는 일본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매우 빠른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의 에너지 정책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지역의 원자력 사태 이후 원자력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하면서 태양광 발전은 민간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 잡았고, 그 결과 지방을 중심으로 개발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로 인해 각광받은 지역이 쿠시로다. 이 지역은 평탄한 지형과 넓은 부지,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 비용을 갖추고 있어 태양광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동시에 규제의 사각지대를 형성하며 무분별한 개발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발 확대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반발이 뒤따른 건 당연한 이치.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벌목과 토지 정비가 토사 유출과 수질 변화를 유발하고, 이는 결국 습지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습지는 수위와 수질 변화에 매우 민감한 환경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생태계 균형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환경단체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쿠시로 습지는 일본산 두루미의 주요 서식지로, 특정 종에 의존하는 생태계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서식지 일부만 훼손되더라도 전체 생태계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역 시민단체들은 수만 명 규모의 서명 운동을 통해 개발 중단을 요구했으며, 일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의 개입과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No more megasolar’를 내세운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이 사안은 지역 갈등을 넘어 정책 이슈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재생에너지 확대의 역설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현재 아사히 신문을 위시한 각종 매체들은 쿠시로 지역의 갈등을 장기간에 걸쳐 보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갈등이 일본 전체 태양광 발전의 향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갈등은 태양광 발전을 시도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발견되는 사례이기도 하다. 결국 쿠시로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일본에 국한된 특수 사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다.

 

한국 역시 유사한 경험을 겪은 때문인지 쿠시로 사태를 관심깊게 보는 시각이 형성되어 있다. 국내의 경우, 태양광 발전 확대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산지 태양광 개발이 급증했고 이 과정에서 산림 훼손과 토사 유출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부상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중호우 시 산사태 위험이 증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태양광 발전이 단순한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라 지역 안전과도 연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다.

 

또한 농지와 임야를 활용한 발전 사업이 늘어나면서 경관 훼손과 주민 수용성 문제가 동시에 불거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정 경사도 이상의 산지 개발을 제한하고, 환경 영향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 규제 보완에 나섰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초기의 ‘속도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국가에서는 풍력발전이 조류 이동 경로와 충돌하면서 생태계 영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태양광 발전 역시 농지와 자연 경관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토지 이용과 환경, 지역사회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쿠시로 사례는 ‘탄소중립’이라는 대의와 ‘환경 보호’라는 또 다른 가치가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반드시 친환경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 설계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입지 선정과 환경 영향 평가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을 경우 정책 신뢰도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본 정부 역시 태양광 발전 설비의 입지 규제를 강화하고 환경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시로 습지에서 시작된 메가솔라 논쟁은 이제 단순한 지역 개발 갈등을 넘어,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성을 다시 묻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대할 것인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정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손영남 기자 son364@entrop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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