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전투기부터 전기차까지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를 둘러싸고 탈중국 속도전이 치열하다. 미국이 2027년부터 국방부 조달용 영구자석 규제를 광산·원료 단계부터 완제품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함에 따라 원료부터 금속 소재, 부품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LS에코에너지를 중심으로 비중국 희토류 공급망 구축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호주 라이너스가 공급하는 희토류 원료를 확보하고 베트남에서 금속으로 가공한 뒤 영구자석 제조로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면서다. 사마륨을 시작으로 생산 품목도 확대할 방침이어서 원료 확보에 이어 금속·소재 분야까지 공급망을 넓히려는 LS에코에너지의 사업 확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 중국이 쥔 희토류 공급망.. 美 방산 규제에 탈중국 가속화
희토류는 전기차, 로봇, 풍력발전부터 전투기와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첨단산업과 방산 분야 전반에 폭넓게 활용된다.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 소재지만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은 오랫동안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IEA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자석용 희토류 채굴의 60%, 정제 생산의 91%, 영구자석 생산의 94%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부분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희토류 공급망에서 채굴만으로 공급망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희토류 원광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분리·정제한 뒤 금속과 합금으로 가공하고 최종적으로 영구자석을 만드는 단계까지 이어져야 실제 산업용 소재로 연결할 수 있다. 중국이 채굴뿐 아니라 정제·가공, 영구자석 생산 분야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이다.
미국은 이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희토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는 공급망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2027년 1월부터 국방부 조달용 사마륨-코발트 영구자석의 공급망 규제를 사마륨과 코발트 원료의 채굴·생산부터 완제품 자석 생산까지 전체 공급망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마륨-코발트 영구자석은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력을 유지해 전투기와 미사일 등 항공우주·방산 분야에 주로 사용된다. 미국의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최종 영구자석 제품은 물론 생산에 투입되는 사마륨 등 희토류 원료 단계부터 비중국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희토류가 단순 원자재를 넘어 안보 전략물자로 부상하면서 미·중 간 신경전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정상회담 이후 미국 백악관은 희토류 수급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측이 공개한 정상회담 결과에는 희토류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희토류가 첨단·방산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전략물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과 별개로 중국 밖에서 원료와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대체 공급망 구축이 시급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호주와 미국, 유럽 등에서도 희토류 광산 개발과 분리·정제시설 확보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광산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실제 산업에 투입할 수 있는 금속과 소재로 만드는 단계까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원료를 확보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금속 생산과 소재·부품 제조까지 이어지는 비중국 밸류체인을 누가 구축하느냐가 새로운 경쟁이 되고 있다.
◆ 원료 넘어 금속까지.. LS에코에너지, 베트남서 공급망 구축
이런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도 희토류 금속 생산을 통해 비중국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는 사례가 나왔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 9월 30일 베트남 호찌민에 사마륨 금속 생산시설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LS에코에너지는 약 116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오는 12월 시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생산거점이 비중국권 최초의 방산용 사마륨 생산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약 240톤의 사마륨 금속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사마륨-코발트 영구자석 기준 연간 약 700~1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사업의 핵심은 단순히 사마륨 금속을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호주 라이너스가 희토류 원료를 공급하고 LS에코에너지가 베트남에서 금속으로 생산한 뒤 LS전선의 영구자석 사업으로 연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료부터 금속, 영구자석까지 이어지는 비중국 공급망을 중국 밖에서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투자는 LS에코에너지와 라이너스의 협력이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는 첫 사업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두 회사는 지난 7월 각각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상호 인수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LS에코에너지는 사마륨을 시작으로 희토류 금속 생산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스프로슘(Dy), 터븀(Tb),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등으로 생산 범위를 넓혀 방산뿐 아니라 로봇과 전기차 등 희토류 영구자석 수요가 있는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기존 베트남 사업 기반을 활용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에서 전력·통신 케이블 생산 및 공급 사업을 이어오며 현지 생산기반을 갖춰왔다. 이번 희토류 금속 생산시설 구축은 기존 베트남 생산거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희토류 금속은 원료와 영구자석을 잇는 중간 단계라는 점에서 공급망 측면의 의미가 있다. 희토류 광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와 금속 생산기술, 최종 소재 수요처를 연결하면 비중국 공급망의 한 축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이사는 “희토류 자원이 부족한 한국도 고부가가치 소재·부품 제조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시양산을 앞둔 단계인 만큼 향후 실제 생산과 공급이 계획대로 이어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방산 조달 규제가 본격화하면 희토류 공급망의 탈중국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광산 확보 경쟁을 넘어 분리·정제, 금속 생산, 소재·부품 제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경쟁이 본격화하면서다. 국내에서도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소재 공급망을 어디까지 내재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