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착시 뒤에 숨은 한국 탄소중립의 경고음 요란

202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국가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 발표
순배출량 590.9백만톤, 연도별 목표 4.3% 초과 달성했지만 감축률은 3년 연속 둔화
산업부문 배출 감소도 경기 침체에 따른 생산량 감소 영향 커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정부의 2025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연도별 목표를 넘어섰다. 순배출량이 목표치보다 낮아 수치상으로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상황이지만 숫자를 꼼꼼히 들어다보면 마냥 낙관적일 수만은 벖다는 게 문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바로 감축 속도다. 3년 연속 둔화라는 점이 그를 잘 보여준다. 특히 산업부문의 배출량 감소에는 철강 등 다배출 업종의 생산량 감소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침체에 따른 배출 감소가 이어진 만큼 경기가 회복될 경우 배출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까지 남은 기간에는 지금보다 훨씬 가파른 감축이 요구된다. 현재와 같은 감축 속도만으로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감축 폭을 따라가기 어려운 만큼 산업과 에너지 부문의 구조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목표는 넘겼지만 온실가스 감축 속도는 3년째 둔화
30일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심의·의결한 ‘2025년도 온실가스 감축목표·국가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에 따르면 2025년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잠정 590.9백만톤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목표인 617.6백만톤보다 4.3% 낮은 수준이다.

 

연도별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감축 추세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률은 2023년 3.6%에서 2024년 1.8%, 2025년 1.3%로 낮아졌다. 목표 배출량 자체는 달성하고 있지만 실제 배출량을 줄이는 속도는 3년 연속 둔화한 셈이다.

 

산업부문에서도 비슷한 한계가 나타났다. 2025년 산업부문 배출량은 232.9백만톤으로 집계됐는데 철강 등 다배출 업종의 배출 감소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산업 생산 과정 자체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구조적 감축과는 구별된다. 생산량이 줄면서 배출량이 감소한 경우라면 경기 회복과 함께 생산이 늘어날 때 배출량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송과 농축수산, 폐기물 등 일부 부문은 연도별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수송부문은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이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했고 농축수산부문은 저탄소 영농 전환, 폐기물부문은 폐기물 감량 등의 성과가 목표에 미달했다. 전체 배출량을 단순히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생산·소비와 에너지 이용 과정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감축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 2030년까지 연평균 5.9% 감축.. 후기집중형 구조가 부담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필요한 감축 속도다. 2030년 NDC는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36.6백만톤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목표를 기준으로 2030년까지 남은 배출 허용량은 154.3백만톤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평균 5.9%의 감축률을 기록해야 한다. 최근 3년간 실제 감축률이 1.3~3.6%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필요한 감축 속도는 현재보다 크게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창훈 기후대응위 민간위원장도 2030 NDC에 대해 “목표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감축 목표가 급격히 가팔라지는 후기집중형 구조”라고 지적했을 정도로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결국 2025년 감축 실적에서 확인된 것은 단순히 목표 달성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감축 속도가 둔화하고 있고 산업부문의 배출 감소 역시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2035 NDC 수립을 앞두고 있는 만큼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수단을 얼마나 빠르게 마련할지가 중요해졌다. 산업과 에너지 분야의 배출 구조를 바꾸지 못한 채 생산량 감소나 경기 변동에 따른 배출 감소에 의존할 경우 향후 감축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결론적으로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부문의 감축을 생산량 감소가 아닌 기술 전환으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 등 다배출 업종의 경우 수소환원제철과 친환경 공정 전환 등 저탄소 기술의 상용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연구개발(R&D)과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배출권거래제 제4차 할당계획에 따른 유상할당 수입 등이 산업의 저탄소 전환에 재투자되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와 수송부문의 전환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할 계통 연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원전과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공급 기반을 확대하고, 전기·수소차 보급을 위해 충전 인프라와 수요관리 정책을 함께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된다.

 

종합적인 정부 대응 못지 않게 중요한 지역 단위의 실행력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기초지자체의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 제도적 틀이 마련되고 있지만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지역과 계층에 대한 지원,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을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별 이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의 정책 집행력과 재정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5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은 일단 연도별 목표를 넘어섰다. 그러나 감축률이 3년 연속 낮아지고 산업부문의 배출 감소에도 경기 요인이 크게 작용한 만큼 수치만으로 탄소중립 이행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제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5년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산업·에너지 구조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