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값싼 수입쌀이 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산지를 속인 수입쌀이 국내산으로 판매되면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국산 쌀을 생산하는 농가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수입쌀 부정유통은 흔히 음식점이나 판매업체의 소규모 원산지 표시 문제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적발 사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적발 건수 자체는 밥쌀용에서 훨씬 많이 발생했지만 실제 적발된 물량은 가공용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밥쌀용 수입쌀은 적발 건수가 가공용보다 5배 이상 많았던 반면 적발 물량은 가공용이 3배 넘게 많았다. 가공용은 적발 건수 자체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했으나 단 한 건에서 확인된 물량이 밥쌀용보다 크게 많았다. 수입쌀 부정유통이 최종 소비 단계의 단순 원산지 표시 문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유다.
◆ 밥쌀용 353건, 가공용 61건.. 적발 물량은 정반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밥쌀용·가공용 수입쌀의 부정유통 적발은 모두 414건으로 집계됐다. 적발 물량은 1117.7톤, 금액으로는 30억 1076만 원이다. 전체 적발 건수 가운데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사례는 295건으로 71.3%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밥쌀용과 가공용의 차이가 뚜렷하다. 밥쌀용 수입쌀은 353건, 236.7톤이 적발됐다. 반면 가공용 수입쌀은 61건으로 밥쌀용의 6분의 1에도 못 미쳤지만 적발 물량은 881톤으로 밥쌀용의 3.7배에 달했다.
건당 물량으로 계산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밥쌀용은 적발 1건당 평균 0.67톤인 반면 가공용은 14.4톤에 달한다. 가공용 수입쌀에서 한 건이 적발될 때 확인되는 물량이 밥쌀용보다 20배 이상 많은 셈이다.
또 전체 적발 건수에서 가공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4.7%에 불과하지만 적발 물량에서는 881톤으로 전체의 78.8%를 차지한다. 반대로 밥쌀용은 적발 건수의 85.3%를 차지하지만 물량 비중은 21.2%에 그친다. 건수와 물량을 기준으로 봤을 때 두 유형의 비중이 완전히 뒤바뀌는 구조다.
이 같은 차이는 부정유통의 형태가 밥쌀용과 가공용에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밥쌀용은 비교적 적은 물량이 여러 차례 적발되는 형태인 반면 가공용은 단 한 건의 적발 사례에서 대량의 물량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적발 건수만 보면 밥쌀용이 대부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적발 물량을 기준으로 보면 가공용이 수입쌀 부정유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밥쌀용 부정유통도 증가세를 보였다. 일반 수입밥쌀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58건이 적발돼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전체 적발 건수(32건)보다 1.8배 늘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적발된 58건 가운데 40건은 일반음식점에서 발생해 전체의 69.0%를 차지했다.
이처럼 밥쌀용에서는 음식점 등 최종 소비 단계에서 원산지를 속이는 사례가 집중된 반면 가공용에서는 적발 건수와 물량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가공용 수입쌀의 경우 단순한 원산지 표시 위반뿐만 아니라 당초 정해진 용도와 다르게 사용한 사례도 적발 대상에 포함됐다.
◆ 가공용 수입쌀, 별도 관리에도 대량 적발
가공용 수입쌀은 일반 밥쌀용과 유통 구조부터 다르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공용 수입쌀에서는 61건, 881톤의 부정유통이 적발됐다. 적발 유형에는 원산지 표시 위반과 함께 '사용 용도 외 사용'이 포함됐다.
가공용 쌀은 애초 공급 단계에서부터 사용 목적이 정해진다. 일반 소비자가 바로 취식하는 밥쌀용과 달리 가공을 전제로 물량이 배정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실제 사용처와 용도가 당초 목적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별도의 관리가 뒤따른다.
그런데 이번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가공용 수입쌀이 적발 건수는 61건에 그쳤음에도 물량은 881톤에 달했다. 건당 평균 물량 역시 14.4톤으로 밥쌀용(0.67톤)과 큰 차이를 보였다. 개별 음식점이나 판매점에서 소량의 쌀이 적발되는 밥쌀용 사례와 달리 가공용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부정유통이 적발되는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는 의미다.
특히 가공용 수입쌀의 적발 물량이 전체 수입쌀 부정유통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8%에 이른다. 적발 건수만 보면 밥쌀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 적발된 쌀의 양을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공용 수입쌀은 소수의 적발 사례가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가공용 수입쌀을 관리할 때 적발 건수뿐만 아니라 물량이 어느 유통 단계에서 당초 용도와 달라졌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자료만으로 실제 이탈이 발생한 유통 단계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61건에서 881톤이라는 적발 규모는 개별 소비 단계의 소규모 판매 행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다.
가공용 수입쌀에서 적발된 '사용 용도 외 사용' 역시 이처럼 유통 중간 과정에서 물량이 대량 이탈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수입 이후 가공업체 등에 공급된 물량이 실제 생산 과정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당초 배정된 용도와 실제 사용처가 일치했는지에 따라 부정유통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결국 가공용 수입쌀의 부정유통은 최종 판매 단계의 원산지 표시만 확인해서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밥쌀용은 최종 소비 단계에서의 단속 결과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일반 수입밥쌀 부정유통 58건 가운데 40건이 일반음식점에서 적발됐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결국 같은 수입쌀이라도 부정유통의 양상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밥쌀용은 음식점 등 최종 소비처에서 원산지를 속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반면 가공용은 적발 건수 대비 물량 규모가 훨씬 크고 지정된 용도와 다른 사용까지 확인되고 있다. 윤준병 의원은 수입쌀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 통관부터 보관·가공·유통·최종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의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밥쌀용과 가공용의 부정유통 양상이 판이하게 다른 만큼 수입쌀 관리의 초점 역시 유형별로 명확히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밥쌀용은 최종 소비 단계의 원산지 표시 위반이 주요 문제로 나타나는 반면 가공용은 수입 이후 대량의 물량이 실제 어떤 경로를 거쳐 사용됐는지까지 확인해야 부정유통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