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e법칙] 변죽만 울린 미중 정상회담…강대국의 책임성 아쉬워

갈등 해결 실마리 못찾고 악화 막는 봉합 수준으로 끝나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다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6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과 경제, ▲인공지능(AI), ▲희토류와 핵심광물, ▲마약류 문제, ▲대만, ▲이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제 해상운송로와 군사적 충돌 방지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미는 3일간의 국빈방문 형식으로 진행됐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컸다. 특히 미·중 간 무역갈등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AI와 첨단 반도체, 희토류 등 핵심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문제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뒤 공개된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대타협’이라기보다는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기존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회담에 가까웠다.


무역·경제, 충돌을 일단 더 키우지 않기로

 

가장 현실적인 의제는 역시 무역이었다. 미·중 양국은 기존 경제·무역 협의 결과를 연장하고 양국 간 협의기구인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와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또 비민감 품목에 대해 양국이 각각 약 300억 달러 규모의 관세상 우대 조치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 측 팩트시트에는 중국이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최소 1000만t의 미국산 석탄을 수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희토류와 핵심광물 공급망 문제도 논의됐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따른 공급망 불안을 해소할 것을 요구해 왔고,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와 첨단기술 수출통제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문제를 계속 협의하기로 했지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다.

 

결국 무역 분야의 핵심은 ‘새로운 대형 합의’라기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협상을 이어가고 충돌을 일단 더 확대하지 않는 데 있었다.


AI와 첨단기술 경쟁, 대화창구는 만들었지만 경쟁은 계속

 

두 번째 핵심 의제는 AI였다. 미국과 중국은 AI를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의 중국 이전을 제한하고 있고, 중국은 자체 AI 기술개발과 반도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AI의 위험과 이익을 논의하기 위한 ‘미·중 AI 대화’를 설치하고 2026년 11월까지 다음 협의를 열기로 했다. AI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양국이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연락 채널도 만들기로 했다. 미국 백악관은 일부 차세대 기술을 ‘인공지능’ 대신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라는 용어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AI 기술경쟁을 제한하거나 공동 규범을 만든 합의는 아니었다. 양국 모두 AI 패권 경쟁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AI 발전이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양국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핵심 기술에 대한 공동 규제체계를 마련했다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디언> 등 외신들도 이번 회담에서 AI 분야의 실질적인 돌파구가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AI는 앞으로 미·중 관계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경쟁 분야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단순한 대화창구를 넘어 AI 안전, 데이터, 반도체, 자율무기, 초지능 개발에 대한 국제적 규범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대만·이란·러시아·우크라이나, 핵심 갈등은 그대로

 

미·중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대만 문제에서도 획기적인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측 발표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측 팩트시트에는 대만 문제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좁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란 문제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데 양측이 공통된 입장을 확인했다. 또한 어느 국가나 기관도 국제 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정상 간 논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미·중 공동 평화안이나 구체적인 중재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다. 미국 측은 러시아·중국·미국 3국 간 군비통제 협상을 주장했지만, 이것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다자합의 의제로 진전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이번 정상회담이 전쟁의 종식이나 평화협상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마약·군사 충돌 방지와 국제협력

 

미·중 양국은 마약류와 마약 원료물질 문제에서도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중국은 미국의 정보를 바탕으로 2026년 8월 마약 원료물질 제조·유통에 관여한 중국인 21명을 체포했다고 미국 측이 밝혔다. 중국 측도 양국의 마약·법집행 협력으로 여러 사건을 적발하고 관련자 수십 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군사 분야에서는 양국 군 당국이 위기상황에서의 소통과 충돌 방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 중국 내에서 실종된 미군 유해를 찾는 협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각각 2026년 G20과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서로의 회의 성공을 지원하고 양국 정상이 상대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는 미·중 간 대화의 단절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이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 판다 두 마리를 임대하기로 한 내용도 양국이 발표한 8개 합의·이해사항에 포함됐다. 물론 이것이 미·중 전략관계의 핵심 성과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상징적 결과 가운데 하나다.


앞으로의 과제는 ‘경쟁 속의 공존’ ?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관계가 협력관계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양국은 경쟁을 지속하면서 충돌을 관리하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무역에서는 관세와 시장개방 문제가 남아 있고,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공급망과 국가안보가 결합된 문제이고, 대만 문제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문제 역시 미·중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영역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미·중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에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군사적 충돌과 경제적 파국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AI와 핵심기술 경쟁은 과거의 미·소 냉전과도 다른 새로운 형태의 경쟁을 만들어내고 있다. AI가 경제와 안보, 국방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최소한 AI 안전과 사고 대응, 군사적 오판 방지를 위한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국제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한 과제다.


이렇다 할 구체적 성과 없이 막을 내린 미·중 정상회담

 

이번 정상회담에는 분명 합의사항이 있었다. 무역·투자 협의체를 가동하고,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상호 관세 조정 방안을 추진하며, 미국산 석탄 수입을 확대하고, 마약 대응과 AI 대화, 군사적 위기관리 채널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것을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대형 합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회담은 이렇다 할 구체적 성과 없이 의례적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대만 문제에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그대로 남았고, AI 패권경쟁을 중단하거나 공동 규범을 마련한 것도 아니다. 희토류와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공동 해법 역시 제시되지 않았다. 이란 문제에서도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

 

실제로 <로이터>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AI·무역·대만·이란 등 주요 쟁점에서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AP> 역시 회담의 가장 큰 정책적 발표가 기존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는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갈등을 해결한 회담이라기보다 갈등이 더 큰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회담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화려한 국빈방문과 정상 간 친교, 여러 협의체와 대화창구의 설치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주목했던 대만 문제, AI 패권경쟁, 핵심광물과 첨단기술 공급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핵심 현안에서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돌파구가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가장 정확한 평가는 기존의 갈등 요소들을 관리하기 위한 제한적인 합의는 있었지만, 세계가 기대했던 새로운 질서나 핵심 현안을 풀어낼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자연재해, 중동전쟁, 러-우 전쟁, 그리고 이로 인한 세계경제와 국제안보의 위기, 에너지 문제와 공급망, 인류 멸종의 상황까지 몰고 갈 인공지능과 초지능 개발 문제, 이와 연계된 여타 첨단산업의 위험성에 대한 대비 및 대응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위기 요인들에 공동 대응하는 두 강대국의 성숙한 모습은 언제나 가능할 것인가?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