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網] ‘전자발찌’라는 또 다른 형벌…보복범죄 감소의 뒷면

최장 30년 잠재적 범죄자로 살아가야 하는 전자감독 대상자들
법무부 전자감독제도 18년…“관련 범죄 거의 없앤 건 맞지만…”
인공지능 활용, 기본권 제한 최소화 하고 전자감독 수요 줄여야



[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편집위원]
 

한국 정부는 여러 법률에 따라 피해자 접근을 금지할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전자발찌를 강제로 채워 피해자 접근을 금지하는 제도를 18년째 시행해 오고 있다. 

 

시행 결과 보복 등 관련 파생・연관 범죄율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지만, 형 종료 후 최장 30년간 강제로 24시간 감시를 받는 발찌 착용자의 인권 문제, 교화가 포함되는 사법적 처벌이 아닌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자발찌 착용자 24시간 원격 감시…보복범죄 크게 줄었지만 대상자 급증

 

“제도 도입 이전 14.1%에 이르던 성폭력 재범률이 전자감독제도를 도입한 2008년 이후 0.7% 수준으로 감소했고, 2024년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스토킹 보복범죄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강신원 전자감독과장이 지난 8일(서울 시간)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나 전한 설명이다.

 

강신원 과장은 “처음 성폭력 범죄를 대상으로 출발했던 전자감독 제도가 점차 진화하면서 미성년자 유괴와 살인, 강도, 스토킹 범죄까지 감독 범위가 확대됐다”면서 “제도 도입 당시 150명 수준이던 전자감독 대상자가 2026년 9월 현재 5000명을 넘어 34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재종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위치추적과장은 “2026년 9월 현재 전자감독 대상자는 5262명”이라고 확인했다. 

 

한국의 실정법에 따르면, 아직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지 않았고 수사가 진행중인 피의자, 법적 처벌이 끝났더라도 피해자 접근 금지 대상자인 경우 전자발찌를 찰 수 있고,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 법무부는 대상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거듭 진화하는 전자관제시스템을 활용, 하루 1만9000여건의  피해자 접근 등 우려 행동을 24시간 감시한다.

 

실정법에 따라, 피해자에게 접근이 금지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해자는 피해자의 집・직장 100미터 이내 접근이 금지된다. 전화·문자도 금지될 수 있다. 어기면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또 ‘민사집행법’에 따른 민사상 분쟁 상대방, ‘가사소송법’에 따른 ‘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도 접근 금지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한국 전자발찌의 기술적 완성도는 외국에 견줘 높은 편이다. 외국 전자발찌는 내구성이 약해 가위로 자를 수 있지만, 우리 전자발찌는 매우 견고해 강제로 벗거나 파손이 거의 불가능하다.

 

연결성이 탁월한 뉴라디오(NR) 방식의 5G 휴대폰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추적이 가능하다. 

 

빈틈 없는 통제 기술…원격 감옥 ‘전자발찌’

 

법무부 위치추적관제센터는 모든 전자감독 대상자의 배터리 잔량을 24시간, 실시간 원격 관찰할 수 있다.

 

전자발찌를 찬 관찰대상자가 전자발찌 배터리 15%가 남았을 때 곧바로 충전을 하지 않으면 법무부가 전자감독 관련 법령 위반 혐의로 현행범으로 검거할 수 있다. 충전한 보조배터리를 전자발찌에 2시간 정도 부착하면 충전이 된다. 목욕이나 샤워 때도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수, 방열 기능도 탁월하다.

 

전자발찌는 강제로 파손해 벗기기 매우 힘들다. 특히 고위험 관찰대상자용 발찌는 더 크고 보안성과 내구성도 좋다. 9월 현재 1대1 전자감독이 필요한 최고위험자는 128명, 연말이면 161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발찌를 훼손하려고 시도하면 곧바로 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 감지된다. 그럼에도 하루 5건 정도 매일 파손 시도가 있는 것으로 법무부는 파악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로 해외에 나갈 때는 법무부가 착용을 일시 해제한다.  

 

법무부는 전국적으로 서울과 대전에 각각 위치추적관제센터 1곳씩, 보호관찰소 58개를 운영 중이다. 스토킹 피해자 등은 지난 6월24일부터 잠재 가해자의 접근 감지와 빠른 신고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자신의 휴대폰에 설치, 스토킹 가해자의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전자발찌를 찬 잠재 가해자가 피해자 위치 반경 2킬로미터 이내에 접근할 경우 위치추적관제센터의 기동팀이 출동,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가해자를 현장 검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안전한 조치를 유도하고 심리적 안정도 돕는 절차가 위치추적관제센터 매뉴얼에 촘촘히 반영돼 있다. 

 

법무부 위치추적관제센터는 경찰의 112 긴급신고 서비스와 협력하고 있다. 법무부도 필요할 때 잠재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 폐쇄회로TV(CCTV)로 감시할 수 있다. 

 

“범죄 가능성을 예단한 과도한 인권침해” 주장도

 

북미와 유럽인권재판소 등의 전자발찌 관련 판결 등을 보면, 한국의 전자감독은 장차 몇가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서구 국가들도 법원에서 이 제도가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가 내리는 형벌로 정의하는 판례를 몇차례 냈기 때문이다.

 

서구 국가 법원들은 전자감시의 원칙으로 ▲비례성 ▲인권 ▲재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일부 국가 법원에서는 “상시 실시간 전자감시 자체가 본질적으로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판결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이고 있다. 

 

특히 잠재 가해자가 개과천선 해서 범죄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 사후 사법심사를 통해 전자발찌 착용기간을 줄이거나 착용방식과 규칙을 비례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데. 이런 점을 적극 고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중대범죄 연관성에 대해서는 전자감독이 불가피하지만, 잠재적 가해자의 인권도 고려해 범죄 연관성에 상응하는 ‘비례적’ 전자감독 행정이 고려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 법무부는 전자감독제도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파생 또는 관련 범죄를 억제하는 법익이 잠재 가해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데 따른 법적 손실보다 크다고 본다.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이다.

 

법무부는 외국의 경우 장기 구금 재소자를 재택연금으로 대체하고 이를 감독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외국과 달리 한국은 성범죄자 등의 재범 방지와 잠재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돼 약간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도 도입에 따른 성과가 뚜렷이 크기 때문에 아직 잠재 가해자의 인권이나 관련 법리를 따질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법무부 전자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공직자들도 전자발찌가 결코 가벼운 형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법무부 위치추적관제센터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자발찌 착용 처분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벌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부 착용자들은 ‘차라리 감옥 생활을 하겠다’고 호소할만큼 가벼운 형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탄원이나 모범수형에 따라 감형을 받는 교도소 수감자와 달리 착용기한이 감경되는 경우도 드물다고 한다.

 

 

인공지능(ai)으로 잠재 가해자들의 행동패턴을 분석, 정밀한 심리분석과 정기 상담치료, 일자리 등 사회통합적 적극행정이 추가된다면, 전자감독 수요를 줄일 수 있고, 잠재가해자 인권 제한도 최소화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과학기술부처와 3년 단위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전자감독 행정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면서 “2027년 개발이 마무리 되면 현장에 적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법무부가 전자감독제도에 ai를 적극 활용하면, 잠재 범죄자의 인권을 더 적극 고려하면서도 감독 수요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상현  <엔트로피>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