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승용차 넘어 트럭까지.. 전기차 확산에 기세 꺾인 중국 석유 수요

중국 2분기 석유 소비 9% 감소.. 석탄 아닌 석유가 탄소 감축 주도
내수 둔화에 정제유 수출 늘리는 중국.. 아시아 정유업계 파장 불가피
중국 대형 전기트럭 신규 판매 44% 육박.. 운송 부문 석유 소비 급감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중국의 가속화되는 차량 전동화가 석유 수요의 확대를 본격적으로 막아서기 시작했다. 전기차 보급으로 휘발유 수요가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대형 전기트럭의 확산으로 경유 소비까지 동반 감소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다. 중국이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자 대표적인 전기차 시장인 만큼 이러한 변화는 내수 시장을 넘어 아시아 전체 석유제품 시장의 수급 구조를 흔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영국 기후·에너지 전문 매체 카본브리프(Carbon Brief)는 3일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이하 CREA)의 라우리 밀리비르타 수석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분석을 게재했다. 분석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중국의 석유 소비는 전년 동기보다 약 9% 감소했고 운송 부문의 석유 소비 감소폭은 1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 줄었다. ​석탄 소비가 늘어난 상황에서 석유 소비 감소가 전체 배출량 감소를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감소를 전기차의 성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2분기에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를 둘러싼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석유 수요를 함께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CREA도 구조적인 요인만으로는 전체 석유 소비 감소폭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럼에도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이동량이 크게 줄지 않았는데도 연료 소비가 감소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통행량 자체는 유지되었으나 기존 석유 차량이 수행하던 이동 역할을 전기차가 대체했음을 의미한다.

 

◆ 중국 석유 소비 감소, 전기차가 만든 변화
CREA 분석에서 2분기 중국의 교통량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광역 여객 이동량은 전년 동기보다 0.1%, 도시 여객 이동량은 2.9% 늘었고 상업 화물 운송량도 2.4% 증가했다. 항공 여객이 5~6월 7% 감소한 정도를 제외하면 이동 자체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운송 부문의 석유 소비는 16% 감소했다.

 

CREA는 이 간극을 전기차와 철도·대중교통의 확산에서 찾았다. 특히 전기차의 효과는 단순히 보급 대수만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컸다. 기존에 보급된 전기차의 이용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분기 중국의 전기차 충전량은 전년 동기보다 60% 증가했다. 전기택시 이용 확대와 휘발유 차량의 운행비 상승 등이 기존 전기차의 이용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됐다.

 

 

CREA 분석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석유제품이다. 2분기 중국 전체 탄소배출량이 1% 감소하는 과정에서 휘발유·경유·항공유를 비롯한 석유제품의 배출 감소가 가장 큰 폭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전력 부문에서는 석탄 사용 증가로 배출량이 오히려 늘었다. 중국의 탄소배출 감소가 기존처럼 석탄 소비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석유 소비 감소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다.

 

전기차가 대체한 석유의 양도 빠르게 늘고 있다. 로이터는 같은 날 CREA 분석을 인용해 중국 전기차가 2026년 상반기에 약 3600만톤의 석유 수요를 대체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전체 석유 소비가 실제로 3600만톤 감소했다는 뜻이 아니라 ​전기차가 없었다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 소비를 전기로 대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CREA에 따르면 전기차 확산으로 절감된 석유 수요는 중국 상반기 전체 석유 소비 감소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나머지 감소분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 행태 변화, 화학산업 생산 둔화, 비축유를 쌓는 대신 사용하는 방향으로의 재고 변화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가 석유 수요 감소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유가나 경기처럼 되돌릴 수 있는 요인과 달리 차량의 동력원이 바뀌는 전동화는 한번 진행되면 석유 수요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전기트럭 확산에 경유 수요까지 흔들
변화의 무게중심은 승용차에서 상용차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경유를 많이 사용하는 대형트럭의 전동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CREA 분석에서는 중국의 전기 대형트럭 판매가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약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는 신규 대형트럭 판매에서 전기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이 45%를 넘어섰다.

 

판매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앞으로의 경유 수요를 가늠하게 하는 지표다. 아직 중국에서 운행 중인 전체 대형트럭 가운데 전기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판매 비중만큼 높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국의 대형 전기트럭은 신규 판매의 44%를 차지했지만 전체 운행 대형트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 수준이다. 판매와 보급의 시차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규 판매에서 전기트럭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 차량 교체가 진행될수록 기존 디젤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는 누적될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광산과 건설현장, 단거리 운송 등 대형트럭의 운행 패턴에 맞는 전동화가 먼저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교환 방식의 확산도 충전시간 문제를 줄이면서 전기 대형트럭 보급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변화는 정유산업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승용차 전동화가 휘발유 수요를 먼저 흔들었다면 대형 상용차의 전동화는 경유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유업계에서는 이미 연료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CREA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정제 처리량은 2분기에 11% 감소했고, 시노펙의 석유제품 판매도 9% 줄었다. 다만 이 역시 전기차만의 영향으로 볼 수는 없으며 경기와 석유화학 수요, 유가 및 중동발 공급 충격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중국의 내수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유제품이 다른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9월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정제유를 400만톤 이상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월평균 수출량 약 300만톤보다 많은 수준이다. 중국 내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정유제품 수출이 늘어나면 아시아 시장의 공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의 확산은 이제 자동차 산업 안에서만 볼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승용차에서 시작된 전동화가 경유를 사용하는 트럭으로 번지면서 석유 수요의 구성 자체를 바꾸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중국에서 나타난 변화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었다는 수준을 넘어 실제 석유 소비와 정유제품 수요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변화가 아시아 정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뿐 아니라 중국 정유사의 생산·수출 전략과 국제유가, 중동의 공급 여건까지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