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안보

제도 빈틈 메운다.. 방사청, 2차 정상화로 신뢰 회복 총력

부당이득·시장교란 집중 점검..현장 체감형 제도 개선 추진
최근 비위 사건 계기.. 사업자 선정 공정성 확보에 눈길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방위사업청이 방산 분야에 남아 있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2차 정상화 과제 발굴에 착수했다. 정책과 제도의 빈틈에서 발생하는 부당이익과 재정 누수, 독점적 지위 남용과 시장교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 제도 개선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방산사업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평가위원의 비위 혐의로 기소가 이뤄지는 등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상황이어서 이번 정상화 작업이 평가 및 검증 체계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 방사청, 제도의 빈틈과 시장질서 저해 요인 집중 점검
방사청은 1일 ‘방위사업 분야 비정상의 정상화 2차 과제 발굴’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방위사업 정상화 TF를 출범한 데 이어 국민 제안과 자체 검토를 통해 추가 개선 과제를 찾겠다는 취지다.

 

방사청은 이번 2차 과제를 구조적 비리, 편법, 부당이득, 현실과 유리된 제도, 국민 정서와 괴리된 제도 등 5개 유형을 중심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특히 정책·제도의 빈틈이나 제도 취지와 다른 운영으로 발생하는 부당이익과 재정 누수, 독점적 지위 남용과 매점매석 등에 따른 시장참여자와 국민 피해, 청년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불이익과 기회 불균형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이번 2차 과제는 방산업체와 연구기관, 방위사업 현장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제안도 받아 발굴한다. 방사청은 접수된 제안과 자체적으로 확인한 개선 필요사항을 검토해 정상화 과제로 선정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1차 정상화 과제에서는 방위사업 참여자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과 원가를 절감할수록 이익이 감소하는 역진 구조의 개선이 국무조정실 주관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1차 과제로 선정됐다.

 

첫 번째 과제가 방산사업 참여자의 제재와 원가제도 등 사업 운영 과정의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시장 질서와 제도 운영의 빈틈까지 점검 범위를 넓힌 셈이다. 이 같은 정상화 작업은 방산사업의 결과뿐 아니라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대한 신뢰와도 맞닿아 있다. 방산 연구개발 사업은 사업 규모가 크고 사업 기간이 긴 경우가 많아 초기 단계의 평가와 선정 과정이 이후 사업과 연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위원의 전문성과 이해관계 여부를 관리하고, 평가 결과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후 검증 체계를 갖추는 것은 방산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 평가위원 비위 사건으로 불거진 사업자 선정 과정의 쟁점
이처럼 사후 검증 및 평가 체계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까닭은 최근 현장에서 평가위원의 비위 의혹이 실제 사법 절차로 이어진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8월 20일 방위사업청 소속 5급 공무원과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임원을 각각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공무원은 2021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총사업비 915억원 규모의 방위사업 6건에서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LIG D&A에 유리한 평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한 사업에서 20개 평가항목 중 16개 항목에 LIG D&A에는 최고점을, 경쟁업체에는 최저점을 준 것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또 해당 공무원이 그 대가로 LIG D&A 측으로부터 3억2000만원과 약 22억원 규모의 하청업체 용역계약 체결 추천권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소개비 등을 포함해 검찰이 파악한 뇌물 규모는 4억6000만원 상당이다.

 

검찰은 문제가 된 6개 사업 가운데 3건이 지난해 12월 LIG D&A가 수주한 총사업비 1조7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 연구개발 사업과 관련된 핵심 선행기술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앞선 평가 과정에서의 부정행위가 이후 대형 사업 경쟁에서 LIG D&A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부분은 검찰의 수사 결과와 판단에 따른 것이다. LIG D&A는 8월 2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건과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해당 공무원이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으며, 문제가 된 과제 역시 전자전기 사업의 핵심기술요소(CTE)와 연관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전자전기 사업 역시 공정한 평가를 거쳐 큰 점수 차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 확인되는 사실관계는 검찰이 문제가 된 평가와 대형 전자전기 사업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과 LIG D&A가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데까지다. 해당 평가가 실제로 대규모 사업 수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은 향후 재판을 통해 판단될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 결과가 어떻게 관리되고 검증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특정 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결과가 이후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는지, 평가위원의 이해관계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지 등은 형사책임과 별개로 제도 운영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영역이다.

 

방사청이 이번 2차 정상화 과제에서 제도의 빈틈과 불합리한 관행뿐 아니라 독점적 지위 남용과 시장질서 저해 요인까지 점검 대상으로 제시한 만큼 사업자 선정과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취약점도 개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방산사업의 경쟁력은 수주 규모와 수출 실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공정한 절차 아래 경쟁할 수 있는 환경과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신뢰 역시 방산 생태계의 중요한 기반이다. 방사청의 2차 정상화 과제가 개별적인 비위 적발을 넘어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내고 실제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