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시금치값 한 달 새 두 배로 껑충.. 폭염에 휘청대는 농산물 가격 어쩌나

시금치 100g 2천16원, 한 달 전보다 101.4% 올라 서민들 울상
고온 취약 채소 가격 출렁.. 품목별 작황·출하 여건 따라 가격 엇갈려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폭염이 길어지면서 일부 채소류 가격이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고온에 취약한 시금치 등 잎채소를 중심으로 생육과 출하 여건이 악화하면서 소비자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다만 이번 현상을 폭염발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일부 채소는 평년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품목별로 재배지역과 작황, 출하량이 다른 만큼 가격 움직임도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폭염이 반복될 경우다. 한두 품목의 가격이 오르는 데 그치지 않고 고온에 취약한 품목의 생산과 출하가 불안정해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 자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두배 뛴 시금치값, 폭염 탓만 하기엔 저마다 제각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이하 KAMIS)에 따르면 11일 시금치 상품 100g의 소매가격은 평균 2천16원으로 집계됐다. KAMIS가 제시한 1개월 전 가격 1천1원과 비교하면 101.4% 오른 수준이다.

 

최근 며칠 사이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시금치 가격은 8월 5일 1천796원에서 6일 1천974원, 7일 1천978원, 10일 2천원, 11일 2천16원으로 올라왔다. 한 달 사이 가격만 보면 두 배 넘게 오른 만큼 폭염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KAMIS 기준 시금치의 평년 가격은 100g당 2천120원으로, 11일 가격보다 오히려 높다.

 

현재 가격은 한 달 전보다 101.4% 높지만 평년보다는 4.9% 낮은 셈이다. 어떤 시점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같은 가격을 두고도 폭등과 평년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전혀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이 차이는 이번 농산물 가격 움직임을 바라보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폭염이 모든 농산물 가격을 일률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최근 기상 여건과 품목별 생산·출하 상황에 따라 가격의 진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로 농식품부도 7월 농축산물 물가가 전년 대비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하면서 품목별 가격 흐름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같은 품목이라도 가격이 형성되는 단계와 조사 기준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실제 장바구니에서 지불하는 소매가격과 산지·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고, 품종과 규격, 등급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따라서 이번 폭염을 두고 채소값이 일제히 폭등했다고 규정하기보다는 고온에 취약한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농식품부가 최근 가격이 크게 하락한 무·배추·호박·오이 등에 대해서는 포장재와 농약 등 농자재 할인, 출하조절, 소비 촉진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채소가 비싸진 것은 아니다.

 

이렇듯 가격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결국 품목별 생산 여건의 차이가 있다. 같은 기온 상승이라도 작물의 생육 특성과 재배지역, 시설 여부 등에 따라 받는 영향이 다르고 이미 확보된 출하물량이나 재배면적에 따라서도 시장에 나타나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업에서 폭염의 충격은 가격표에 나타나기 전에 밭에서 먼저 발생한다. 고온이 이어지면 작물의 생육이 저하되고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잎채소처럼 고온에 민감한 작물은 재배환경의 변화가 출하량과 상품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폭염이 장기화하면 농가가 감당해야 하는 생산비도 커질 수 있다. 시설재배 농가라면 관수와 냉방, 차광 등 환경관리 비용이 늘고, 노지 농가도 물 관리와 병해충 방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결국 폭염이 농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날씨가 더워졌다고 가격이 오르는 직선적인 구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고온이 이어지면 먼저 작물의 생육과 상품성에 변화가 생긴다. 이로 인해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줄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산지와 도매시장에서 가격이 움직이고, 그 영향이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가격에도 반영된다. 반대로 특정 품목은 작황이나 출하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때문에 같은 폭염 속에서도 어떤 작물은 가격이 급등하고, 어떤 작물은 오히려 평년보다 낮은 가격에 머물기도 한다. 폭염의 영향을 기온 자체가 아니라 작물의 생육과 출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쇄적인 변화로 봐야 하는 이유다.

 

◆ 단기 대응책보다는 구조적 불안 잡을 대책 마련이 더 중요
서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물가이니만큼 정부의 대응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해 민관 합동 수급안정 대책반을 운영하면서 품목별 생육과 가격을 점검해왔다. 앞서 6월부터 고온에 따른 작황 부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추·무 등 주요 채소류의 생육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인 수급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격이 급등하면 정부는 비축물량을 풀거나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출하조절을 통해 시장에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는 것도 단기적인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시장에서 발생한 가격 충격에 대응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이미 폭염으로 생육이 나빠진 작물을 비축물량으로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상고온이 반복되면서 특정 지역에서 농사를 지속하기 어려워지거나 재배 품목 자체가 바뀐다면 문제는 단순한 수급조절을 넘어선다.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과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게 만드는 정책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던지는 가장 큰 문제도 여기에 있다. 특정 시기의 폭염 피해를 얼마나 줄이느냐를 넘어 농민들이 변화한 기후에서도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생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 입장에서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될수록 어떤 품목을 심어야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지, 기존 재배지역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시설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정부 역시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름철 농업재해대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농업재해 예방대책 기간을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로 설정해 폭염·집중호우·태풍 등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보전하는 것과 기후변화에 맞춰 생산방식을 바꾸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고온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지역을 조정하는 한편, 물과 온도를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확대하는 등 생산단계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팜이나 시설투자가 모든 농가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노지채소처럼 시설화가 어려운 작물도 있고, 고령농가나 소규모 농가에는 투자비 자체가 장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품목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적응방식을 달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시금치 가격 움직임은 그런 고민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한 달 전보다 가격이 두 배 넘게 뛰었지만 평년보다는 낮은 현재 가격은 농산물 가격 문제의 복잡성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가 가격을 일률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품목별 생산 여건의 차이를 통해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비축물량을 공급하거나 할인행사를 확대하는 방식은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단기 대응책으로 필요하다. 다만 이상기상이 반복될 경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폭염이 이어져도 농가가 기존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보다 근본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농업정책도 가격 급등 이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고온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농가의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품종 개발과 재배지역 조정, 수분·온도 관리시설 확충 등 생산단계의 적응력을 높여야 농가의 생산 불확실성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도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