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규제가 대폭 손질된다. 그동안 지역마다 제각각 적용해온 이격거리 규제에 국가 차원의 상한을 설정하고 과도한 입지 규제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오는 9월 1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태양광은 주거지역에서 200m, 풍력은 1500m까지 이격거리를 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한 시행령 개정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의미는 단순히 이격거리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그동안 지방정부가 조례를 통해 결정해온 재생에너지 입지 규제에 중앙정부가 법률과 시행령으로 한계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방향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 “지역마다 제각각” 재생에너지 입지규제는 이제 그만
정부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이격거리 규제가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해왔다. 특히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추진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 사업자가 사업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129곳이 태양광 발전설비의 이격거리를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태양광은 지자체에 따라 100~1000m, 풍력은 100~2000m까지 차이가 났다.
이격거리는 발전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땅의 범위를 직접 제한한다. 이 때문에 규제가 지나치게 넓게 설정되면 실제로 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부지가 줄어들고, 사업자는 토지를 확보하고도 인허가 단계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단순히 규제가 많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지자체별 규제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일관된 국가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올해 들어 법률 개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원칙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이격거리를 적용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나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법률에서 정한 예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이격거리 규제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또 법률은 예외적으로 이격거리를 정하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시행령은 바로 그 범위를 정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와 발전사업자, 관련 협회, 농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그 과정에서 기존 지자체 조례와 주민 수용성, 안전성 등을 함께 검토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당초 정부가 입법예고했던 시행령과 최종안 사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초기안에서는 태양광의 경우 주거지역 200m, 도로 100m를 기준으로 하고, 풍력은 주거지역과 도로 모두 1000m를 상한으로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후 의견수렴을 거쳐 태양광의 도로 이격거리 기준은 빠졌고 풍력은 주거지역 상한을 1500m로 높이는 대신 도로 이격거리는 500m로 낮췄다.
이 과정은 이번 기준이 단순히 숫자 하나를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기보다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과 주민 수용성, 안전 문제 등을 놓고 정부가 기준을 조정해온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의문은 남는다. 왜 태양광은 200m이고 풍력은 1500m으로 설정되었냐는 점이다. 정부는 기존 지자체 조례와 주민 수용성, 안전성,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하지만 각각의 숫자가 어떤 과학적·경제적 분석을 거쳐 도출됐는지는 정책 설명만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풍력의 경우 주거지역 이격거리 상한이 1500m로 설정되는 동시에 발전설비 높이의 2배를 하한으로 둔 만큼 실제 현장에서 어느 기준이 적용되는지가 사업 가능 면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이 기준이 실제 사업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주민 수용성과 계통이 다음 관문
저마다 제각갂인 이격거리를 한 기준으로 묶은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번 시행령의 핵심을 ‘전국 이격거리 통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정한 것은 상한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주거지역으로부터 최대 200m 이내에서 지자체가 조례로 이격거리를 정할 수 있다. 도로에 대해서는 이격거리 규제를 둘 수 없다. 풍력은 주거지역으로부터 최대 1500m, 도로로부터 최대 500m까지다. 다만 풍력의 경우 발전설비 높이의 2배에 해당하는 거리를 하한으로 둔다.
따라서 현재 태양광 이격거리를 300m로 정한 지자체는 200m 이하로 조례를 고쳐야 한다. 반면 100m를 적용하고 있는 지자체는 조례를 바꿀 필요가 없다. 시행령이 적용되더라도 지자체마다 100m, 150m, 200m 등 서로 다른 이격거리가 남을 수 있는 이유다.
결국 이번 조치의 핵심은 지역별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정할 수 있는 규제의 최대치를 국가가 설정했다는 데 있다. 이런 방식은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는 일정 부분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격거리 규제가 줄어든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사업이 곧바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발전사업자는 이격거리 외에도 농지·산지 이용 규제, 개발행위허가, 환경 관련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발전설비가 들어설 부지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생산된 전력을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하면서 계통과 송전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여러 장벽 가운데 하나를 낮추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 보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려면 입지 규제뿐 아니라 계통과 송전망, 저장장치 등 전력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그건 바로 주민 수용성이다. 그동안 지자체가 설정한 이격거리는 주민들이 발전시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경우 일정한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완충하는 역할도 했다. 중앙정부가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를 제한하면 이 같은 장치는 약해진다.
대신 이번 법 개정은 주민참여형 발전설비에는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지붕형 태양광과 자가소비용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발전사업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접근이다.
과거에는 ‘주민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설치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주민이 발전사업에 어떻게 참여하고 어떤 이익을 얻을 것인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다만 주민참여가 이격거리 규제 완화의 만능 해법이 될 수는 없다. 풍력의 경우 소음과 경관, 그림자 깜빡임, 안전성 등이, 태양광은 경관과 토지 이용, 농업과의 충돌 등이 별도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의 효과는 태양광 200m, 풍력 1500m라는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9월 18일 법 시행 이후 지자체 조례가 어떻게 정비되고 실제 사업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주민 갈등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격거리 규제 완화가 곧바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시설을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과 생산된 전력을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입지 규제와 함께 계통·인허가·주민 수용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풀어내느냐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