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안보

[엔트로피網] 미국이 패트리어트 제조면허를 못넘기는 진짜 이유

우크라, 독일 지원에 실전데이터까지 반영…더 좋은 걸 만든다
긴박함・현장운용성 크게 보강, 빠른 대량생산…실전의 중요성
리드타임 길고 엄격한 QC, 관료주의…록히드마틴 등 제조사들 

 

[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편집위원]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을 만드는 미국 방공무기 제조회사들은 자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제조 면허(License)를 제공하면 우크라이나가 저가에 대량생산할 가능성 때문에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아시아 분쟁 등 자체 수요에 따른 미사일 부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추가 제공을 거부한 것과는 별개로 미국이 면허 제공을 거부하는 숨겨진 배경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시사 교양 잡지 <디 애틀랜틱>은 9일(워싱턴 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꼭 필요한 동맹국일지도 모른다(Ukraine May Be Just the Ally America Needs)’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한때 ‘부담’이라며 경멸했던 나라는 이제 군사강국이 됐다(The country Trump once disdained as a burden has become a military powerhouse)”며 이 같이 보도했다.

 

미국 “우리 쓸 것도 부족”…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지난 7월28일 미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젤렌스키가 요청한 패트리어트 지대공 요격미사일 생산허가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틀 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매우 특별한 무기이며, 누구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할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입장에서는 이틀전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된 패트리어트 자국 생산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디 애틀랜틱>은 9일 기사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미국 의회 소식통을 인용, “패트리어트 대공방어시스템과 요격미사일 제조 방산기업인 레이시온(Raytheon)과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생산 면허를 부여하면 경쟁자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의회 소식통은 “미국 방산기업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어트를 개선하고 미국의 기존 생산 라인보다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 애틀랜틱>은 “이는 기존 미국 생산라인의 경쟁력과 마진 구조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논평했다. 소식통은 아울러 “방산기업들은 지적재산권 도난과 기술이전 위험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밝힌 패트리어트 미사일 우크라이나 현지생산 면허 신중론은 서아시아 분쟁에서 방공미사일을 대거 사용하는 등 미국 자체의 미사일 부족 때문이었다.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의 기술적 구조와 병목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크게 두 계열로 나뉜다. 먼저 레이시온의 기술인 ‘근접 신관’에 ‘고폭파편탄두 방식’ 시스템(PAC-2 GEM-T)은 항공기·순항미사일 대응에 더 적합하며, 동급 무기에 견줘 비교적 덜 복잡하다.

 

록히드마틴의 직접충돌(hit-to-kill) 시스템(PAC-3 / PAC-3 MSE)은 탄도미사일 요격에 핵심기술이다. 레이더가 능동적으로 목표물을 탐색(seeker), 정밀유도·제어, 추진시스템 등이 고가·고난도 부품이다.

 

패트리어트 생산주기는 주문부터 완성까지 약 23~25개월 수준이다. 약 400여개 하청업체가 공급망에 관여한다. 특히 표적탐지기(seeker)를 포함한 전자·유도시스템은 전체 비용의 30% 수준을 차지한다. 

 

록히드마틴의 PAC-3 MSE 가격은 약 380만~400만 달러 안팎이다. 미국내 생산량은 최근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수십 발 수준에 그친다. 우크라이나와 서아시아(이란)에서 사용되는 미사일의 소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무기 전문가들은 “최종 조립 자체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지만, 핵심 부품 공급망 현지화와 품질·인증 유지가 진짜 병목(bottle neck)”이라고 평가한다. ‘면허’만으로는 미국산 고가 부품에 계속 의존하는 구조에서 못벗어나 비용·속도상의 이점이 제한된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개선’ + ‘대량생산’ 잠재력

 

군사전문지 <아미레코니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미 실전에서 패트리어트 운용 방식을 크게 바꿨다. 표준 2~3발 대신 1발 요격으로 효율을 높인 게 대표적이다. 자동모드를 끄고 수동으로 운용, 값싼 드론에 비싼 요격탄을 낭비하지 않는다. 발사 후 즉시 이동(shoot-and-scoot)으로, 반격의 위험을 최소화 한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런 전술·운용 피드백은 설계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는데, 축적된 엔지니어링 역량을 바탕으로 전형화 된 드론·유도무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경험으로 이어져 관료주의화 되는 제조공정을 회피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이미 약 70만 달러 수준의. 파이어포인트(Fire Point)의 FP-7.x 계열 미사일을 패트리어트급 미사일의 저가 대안으로 추진 중이다. 만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현지생산 면허를 부여하면 이런 개량·현지화 노하우가 미사일 제조에 결합, 미국 라인보다 빠르고 저렴한 양산이 가능해질 수 있다.

 

 

 

고비용 구조의 미국 미사일 생산라인은 주문에서 납품까지의 시간(lead time)이 길고 엄격한 품질·보안 규제가 특징이다. 우크라이나가 실전 검증된 개량형을 더 싸게·빠르게 만들면, 미국의 수출시장(유럽·중동 등)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최종 조립을 우크라이나(및 유럽)에 넘기면 미국 본사 생산량이 줄고, 핵심 부품 수요도 분산된다. 장기적으로 록히드·레이시온의 독점적 지위와 높은 마진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실전데이터 확보한 우크라이나가 더 나은 페트리어트 미사일 만들 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실전 데이터가 이미 서방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가 만드는 개량형이 미국 기준 제품보다 특정 위협, 가령 러시아식 탄도미사일·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에 더 적합해질 수 있기 때문.

 

군사전문지 <브레이킹디펜스)>의 지난 4월15일치 보도에 따르면, 레이시온은 이미 독일 자금 지원을 받아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PAC-2급) 도입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37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계약의 미사일 수량 및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한국을 포함한) 집단서방(collective western) 국가들에게 새로운 방공무기체계 도입에 대한 합의를 촉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레이시온(Raytheon)의 지상 및 공중 방어 시스템 부문 사장인 톰 랄리버티는 지난 1월 <브레이킹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슈로벤하우젠 생산라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체결한 55억 달러 규모의 PAC-2 미사일 계약을 지원하기 위해 2028년부터 납품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 공영방송 <KBS>는 10일(서울 시간) “(젤렌스키가) 방공시스템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고 싶다며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외교관들이 접촉 중이라는 주장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로이터> 통신은 한국 외교부에 관련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외교부에 직접 관련 논평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는 젤렌스키의 최근 언사가 너무 터무니 없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10일 만난 정부 관계자도 “북한군 3만명 러시아 파병 얘기를 할 때부터 젤렌스키 말의 신뢰가 급락, 거의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무기 공급이 분쟁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만 분쟁을 연장시키고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방해한다”고 거듭 밝혀왔다.

 

이상현  <엔트로피>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