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중국, 풍력·태양광 발전 53% 확대 법제화.. 글로벌 에너지 판 흔든다

법적구속력 갖춰 실효 기대.. ESS·초고압 송전망 투자도 본격화
국내 전력기기 '글로벌 반사이익' vs 태양광 제조업 '가격 경쟁 심화’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중국이 향후 5년간 풍력·태양광 발전량을 53% 늘리는 목표를 처음으로 법적 의무로 명시하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단순히 발전설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시스템 전반을 함께 확충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근 속 국내 전력기기·전선 업계에는 새로운 반사이익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태양광 제조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글로벌 가격 경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국가에너지국(NEA)은 최근 '제15차 5개년(2026~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풍력·태양광 발전량을 2025년 대비 53%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이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형태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18억tce(석탄환산톤)로 확대하고 최대 전력수요 시간에도 재생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ESS와 초고압 송전망(UHV), 스마트그리드, 가상발전소(VPP) 등 전력 제어 시스템 투자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번 정책은 중국의 에너지 전략이 단순히 얼마나 많이 설치했는가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구축했지만 송전망 부족과 석탄 중심 계통 운영 탓에 기껏 생산한 전기를 버리는 '출력제어(발전 중단)' 문제가 심각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가 석탄 의존적인 송전망과 계통 병목 현상에 발목이 잡히자 전력망 고도화로 선회한 것이다.

 

국내 산업계는 이번 정책의 수혜와 부담이 업종별로 판이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전력케이블, ESS 등 전력 인프라 분야는 직간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대한전선, LS전선 등이 대표적인 관련 기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 자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보다 중국 전력기업들의 자국 내 투자 집중으로 인한 글로벌 전력기기 수급난 심화와 북미·유럽·중동 등 제3국 시장에서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국내 태양광 업계에는 부담 요인이 적지 않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태양광 모듈 및 셀 생산능력이 더욱 확대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 압력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 내 과잉 생산 물량이 미국·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으로 밀려들 경우, 한화솔루션 등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의 가격 경쟁과 입지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이 재생에너지 투자 방향을 발전소 건설에서 전력망 구축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국내 증권사 전력·유틸리티 담당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는 발전설비 자체보다 전력망 연결과 ESS, 전력 제어 소프트웨어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중국 자국 내 전력망 투자가 늘어날수록 글로벌 전력기기 숏티지 현상이 장기화돼,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게 중장기적으로 유용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은 중국 업체들의 대대적인 생산 확대가 이어져 국내 제조업체에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만 전력망과 전력 인프라 분야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제도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시장인 중국이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송전망과 저장장치 시장까지 쥐락펴락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산업 전반의 주도권이 한층 중국으로 기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법제화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REPowerEU 등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전략과 맞물리며 글로벌 정책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발전설비 확충을 넘어 초고압 송전망, ESS, 스마트그리드, 가상발전소 등 전력 제어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제어 기술 경쟁이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ESG 투자와 그린본드 시장에서 중국 프로젝트의 비중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자본 흐름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와 동시에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산업계 역시 업종별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전력기기·전선·ESS 분야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태양광 제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효율 모듈,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 등 기술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소재·부품 업계에서는 초고압 케이블, 배터리 소재 등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