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황의 e법칙] 에너지는 최대한 전기화 하자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전쟁은 에너지 문제가 곧 국가안보이자 세계경제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2026년 6월 17일 전쟁을 멈추기 위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 정상은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선박 통항을 정상화하며, 향후 60일 동안 항구적인 평화협정을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 공격과 해협 통제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다시 불거졌고, 미국은 7월 7일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재개했다.

 

파기된 중동전쟁 휴전 MOU

 

불과 20일 만에 평화의 약속이 무너지고 전쟁이 재개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이 다시 위협받자 국제 에너지 가격과 해상운임, 보험료가 급등하고 세계경제의 불안도 다시 커졌다. 세계 석유 소비국들은 중동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유가 상승과 물가 인상이라는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2026년 올해는 특히 기후 변화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연일 계속되는 살인적인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 가뭄, 해수면 상승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현재의 에너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동전쟁의 충격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는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기화(electrification) 이다.

 

화석연료 의존은 국가의 구조적 위험

 

우리 사회는 자동차에 석유를 넣고, 건물에서는 가스를 태워 난방과 온수를 해결하며, 공장에서는 석탄·석유·가스를 연료(fuel)와 원료(feedstock)로 사용한다. 선박과 항공기도 대부분 석유계 연료에 의존한다. 이 체계에서는 중동의 전쟁이나 산유국의 감산, 해협 봉쇄, 국제유가 급등이 곧바로 국내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

 

석유와 가스는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는 자원이며, 생산지역도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다. 이에 비해 태양과 바람은 어느 한 국가가 독점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수입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지역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석유를 충분히 비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비축유를 확보하는 것은 단기적인 대응책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석유와 가스 자체를 적게 사용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도 최근 중동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장기적인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체계의 구조적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가급적 많은 것을 전기화하자

 

전기화란 석유·가스·석탄을 직접 태워 작동시키던 자동차, 난방기기, 조리기구와 산업설비를 전기로 작동하는 장치로 바꾸는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고, 가스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하며,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산업 분야에서도 화석연료 보일러와 용광로를 전기보일러·산업용 히트펌프·전기로로 바꿀 수 있다.

 

전기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효율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석유가 가진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엔진의 열과 진동으로 버린다.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동력으로 전환하는 효율이 훨씬 높다. 히트펌프도 전기를 단순히 열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열을 실내로 옮기기 때문에 적은 전기로 더 많은 냉난방 효과를 낼 수 있다.

 

전기화가 확대되면 도시의 대기오염과 소음도 줄어든다. 자동차와 보일러가 있는 곳에서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와 전기버스가 늘어나면 도로 주변의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고, 항만의 하역장비와 선박을 전기화하면 항만도시의 대기질을 개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기화는 에너지원의 선택권을 넓힌다. 석유자동차는 사실상 석유만 사용할 수 있지만, 전기자동차는 태양광·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전기화는 수송·건물·산업 부문을 재생에너지와 연결해 주는 다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전기화가 화석연료 수입 의존과 가격 변동 위험을 줄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전기화’로 가는 길, 그리고 과제

 

그러나 모든 것을 무조건 전기화한다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태워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다면 자동차나 건물에서 나오던 온실가스가 발전소로 옮겨갈 뿐이다. 따라서 전기화는 반드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의 확대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전력수요 증가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자동차와 난방, 산업설비가 한꺼번에 전기로 바뀌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망과 배전망, 변전소, 충전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 특정 시간에 전기자동차 충전과 냉난방 수요가 몰리면 전력망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는 특성도 있다. 이를 보완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 양수발전, 열저장, 분산형 전력망, 수요관리와 시간대별 전기요금제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공장과 건물, 전기자동차가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맞추어 전력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스마트 전기화’도 중요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유연한 전력사용과 전력망 운영이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의 핵심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초기 비용과 사회적 불평등도 해결해야 한다. 전기자동차, 히트펌프, 고효율 전기설비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구입과 설치에는 큰돈이 든다. 정부는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조금과 장기 저리융자, 공공임대형 설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대형 선박과 장거리 항공, 철강·시멘트의 일부 고온 공정처럼 직접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도 있다. 이런 분야에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그린수소와 그린메탄올, 친환경 합성연료 등을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확한 원칙은 ‘모든 것을 전기화하자’가 아니라 ‘전기화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직접 최대한 전기화하자’로 귀결된다.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가 미래의 에너지 안보

 

한국의 에너지 미래는 더 많은 석유와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만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석유와 가스를 적게 사용하고, 우리 국토와 바다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시의 건물과 주차장, 공장과 물류창고의 지붕에는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농촌에서는 영농형 태양광과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을 확대하고, 해안과 바다에서는 환경과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 풍력발전을 추진할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의 자동차와 버스, 건물, 산업단지와 항만에서 사용하면 에너지 비용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줄일 수 있다.

 

미국·이스라엘·이란의 중동전쟁은 에너지를 해외의 석유와 특정 해협에 의존하는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자 세계경제가 함께 흔들렸다. 앞으로도 비슷한 위기는 반복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석유를 어디에서 더 확보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석유를 덜 사용하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답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 그리고 가급적 많은 분야의 전기화에 있다.

 

전기화는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고, 지역과 시민이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며, 전쟁과 기후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가급적 많은 것을 전기화하자. 그리고 그 전기는 가급적 우리 지역의 햇빛과 바람으로 생산하자. 그것이 에너지 자립과 기후안전사회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미래 전략이자 비전이다. (20260722)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