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7월 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기업에게 보고서를 하나 더 작성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앞으로 기업의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에 관한 정보가 재무제표처럼 투자자에게 공개되는 시대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ESG 보고서를 자율적으로 발간해 왔다. 하지만 기업마다 작성 방식이 달라 비교하기 어려웠고, 좋은 내용만 홍보하는 ‘그린워싱’ 논란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ESG 정보를 <자본시장법>에 따른 사업보고서에 포함하는 법정 공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ESG는 기업의 홍보가 아니라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공식 정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 제도를 이해할 때 한 가지 구분할 점이 있다. 전체 제도는 ESG 공시이지만, 실제 의무화는 ‘기후공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ESG라는 큰 틀 안에서 우선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관련 정보를 먼저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왜 지금 ESG 공시인가
세계는 이미 ESG 공시를 새로운 국제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매출과 이익뿐 아니라 기후변화 위험, 탄소배출, 공급망 관리까지 함께 살펴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 흐름에 맞추어 2028년부터 연결자산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을 시작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 이후 2029년에는 5조 원 이상, 2030년에는 2조 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근거는 <자본시장법>이다. 앞으로 기업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재무정보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정보도 함께 공시해야 한다. ESG가 기업경영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법적 의무가 되는 셈이다.
Scope 3, 유예가 아니라 준비기간이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관심을 끈 내용은 Scope 3 공시를 3년간 유예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구분한다. Scope 1은 기업이 공장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이고, Scope 2는 전기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간접배출이다. Scope 3는 협력업체와 원료 생산, 운송, 제품 사용과 폐기까지 포함하는 공급망 전체의 배출량을 말한다.
문제는 Scope 3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협력업체가 수백, 수천 곳인 기업도 많아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이를 3년 동안 유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유예를 단순한 연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업과 정부가 공급망 데이터를 구축하고 측정기준을 마련하는 준비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하면 몇 년 뒤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시를 넘어 기업 경쟁력으로
ESG 공시는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다. 기업이 어떤 위험을 안고 있으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기업경영의 기준이다.
앞으로 기업은 단순히 좋은 보고서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협력업체와 함께 공급망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도 중소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축과 컨설팅, 기술 지원을 확대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업의 신뢰는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ESG 공시는 우리 기업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준비를 서두르는 일이다. 지금부터의 3년이 우리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시간이 될 것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