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필자는 우리 집안일 중 쓰레기 담당이다.
오늘 아침에도 평소처럼 종량제 봉투를 들고 집 앞 분리배출장으로 향했다. 봉투는 아직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지만 그래도 입구를 묶어서 버리고 출근길에 올랐다.
여름철에 더욱 신경쓰이는 쓰레기
여름철에는 쓰레기 냄새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우리집의 경우도 쓰레기를 집안에 오래 두면 위생적으로도 별로라서 반정도 차면 가능한 한 바로 배출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종량제봉투 값을 다 냈는데 왜 끝까지 채워서 버리지 않느냐.”
맞는 말이다. 20리터 종량제봉투를 구입했다면 20리터를 모두 사용할 권리가 있다. 비용도 이미 지불했다. 경제적인 계산만 한다면 끝까지 채워 버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 부분은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그 쓰레기 배출의 권리(?)를 모두 사용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비용은 모두 지불했지만 동시에 조금 덜 버리려고도 노력한다. 남겨 둔 봉투의 빈 공간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작은 양보와 배려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세계가 주목한 대한민국의 종량제 제도
대한민국은 1995년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른 시기에 생활폐기물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쓰레기는 세금으로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많이 버리는 사람과 적게 버리는 사람이 같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배출한 만큼 부담한다.“는 원칙을 도입하여 생활폐기물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 제도는 단순히 쓰레기봉투를 판매하는 정책이 아니었다. 환경에 대한 책임을 국민 모두가 함께 나누자는 사회적 약속이었다.
실제로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대한민국의 종량제봉투(Volume-Based Waste Fee, VBWF) 제도를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생활폐기물 관리 정책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대한민국의 종량제 정책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배출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을 생활 속에 정착시켰다.
둘째, 재활용률을 크게 높였다. 일반쓰레기는 유료, 재활용품은 무료로 분리배출하도록 하여 국민들의 환경의식을 생활 속에 뿌리내리게 하였다.
셋째,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동일한 원칙 아래 제도를 운영하면서 국가 차원의 통일된 폐기물 관리체계를 구축하였다.
넷째,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와 RFID 무게 측정 시스템까지 발전시키며 세계적으로도 앞선 폐기물 관리체계를 만들어 냈다.
이후 대만도 2000년부터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대한민국처럼 전국 단위로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종량제봉투는 환경교육이다
나는 종량제봉투를 볼 때마다 하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는 오늘 무엇을 얼마나 버렸는가.”
종량제봉투의 진정한 의미는 봉투를 얼마나 가득 채웠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적게 버렸느냐이다.
우리는 흔히 환경문제를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책임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은 거대한 정책보다 생활 속 작은 습관에서 먼저 시작된다.
물을 조금 아끼는 일, 일회용품을 하나 덜 사용하는 일, 재활용품을 제대로 분리하는 일, 그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쓰레기 자체를 적게 만드는 일 등.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든다.
공동체를 위한 작은 양보
종량제봉투는 단순한 비닐봉투가 아니다. 우리에게 매일 환경교육을 하는 교과서와도 같은 존재다.
나는 오늘도 비용은 모두 지불하였지만, 종량제봉투를 절반 정도만 채워 버렸다.
누군가는 그것을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나는 20리터를 모두 사용할 권리가 있었지만 그 권리를 끝까지 행사하지 않았다.
그것은 법적인 의무가 아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다 . 스스로 선택한 작은 절제이다. 공동체는 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권리만 주장한다고 공동체가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조금 덜 쓰고, 조금 덜 소비하고, 조금 덜 버리려는 마음 가짐. 바로 이러한 공동체를 위한 작은 양보와 배려가 우리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환경은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실천을 더 오래 기억한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