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북극항로는 광물길, 에너지길…북극개발에 명운 걸려”

성원용 교수 “러시아는 해륙연계 병렬물류체계 구축 중”
중앙아시아는 남북과 동서의 국제운송회랑들 교차 지점 
9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담 앞두고 투자협력 준비해야
러시아가 중국, 북한과 도로 내는 이유…”해륙복합운송”


[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편집위원]  북극항로는 아시아를 출발한 화물을 단순히 북극을 거쳐 유럽으로 실어나르는 뱃길이 아니라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북극항로는 북극 연안 지역의 에너지 및 광물 자원 개발을 개발해 배에 싣고 다른 지역으로 실어나를 때만 활성화되고, 빠르게 정상적인 국제운송회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원용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13일(서울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극화 포럼’에서 “북극항로 실현이 가능할지 불가능할 지는 북극개발 여부에 달려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성원용 교수는 “러시아는 전쟁을 계기로 유럽향 물류가 크게 줄고 아시아향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자 해운망을 중심으로 대륙 철도와 해운을 같이 발전시키는 ‘병렬물류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유라시아 대륙의 육상교통로 활성화 전략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육상과 해양을 연결시키는 연결성(connectivity)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이 흐름은 해륙복합운송으로 구체화 되고 있는데, 하나의 운송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도로와 철도, 해운, 항만과 내륙 내륙 수운을 연결시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성원용 교수에 따르면, 패권 경쟁의 시대는 세계의 축이 존재한다. 누가 길을 지배하고 있는가, 누가 혁신을 주도하는가, 누가 거래 화폐(통화) 패권을 쥐고 있는가? 등이 세계 패권 경쟁의 3개 축이라는 설명이다. 

 

 

내륙국가에서 해륙복합 국가로 탈바꿈 하는 러시아

 

러시아는 1991년 12월 소비에트 붕괴 이후 지난 30여 년에 걸쳐 급격한 변화로 종전과 다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 대륙국가인 러시아는 핀란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바이칼-아무르 철도를 중심으로 사고해 왔다. 또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추진했던 아시아 횡단도로와 아시아철도, 이 두 프로젝트로 꾸준히 국가발전의 진로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미국의 단극패권이 점점 흔들리면서 러시아는 ‘다극화’라고 하는 긴 싸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위대한 유라시아’를 만들고자 뜻을 모았다. 대서양 문명이 지고 동아시아와 아태 지역의 부상이라는 새 문명 속에서 러시아가 ‘길’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것.

 

성교수에 따르면, 이 지점에서 ‘지(地, Geo) 전략’의 문제와 아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국제운송회랑이 등장한다. 국제운송회랑은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까지 여객과 화물을 가장 저렴하고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국제 정치・경제의 횡단선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영토와 영해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 보다, ’누가, 어떻게 공간을 지배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새로운 전략을 위해 육로들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 ‘남북을 연결하는 종단 국제운송회랑’으로 가시화 됐다. 인도와 함께 ‘남북국제운송회랑’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 원년부터 유라시아의 변화에 대한 거대한 ‘지(地, Geo)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남으로 동남아시아까지, 동으로 극동아시아까지

 

남북국제운송회랑이 상용화 되면서 유라시아에는 동서와 남북을 종횡무진하는 십자로가 만들어 졌다.   성 교수는 “유라시아 공간에 십자로가 만들어지고 있고, 동서와 남북으로 횡단 종단하는 촘촘히 짜여진 공간 배치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남북국제운송회랑을 통해 인도는 물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협력하는 길을 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북극 지역을 개발하는 전략들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유라시아의 변화 시기에 중국과 미국이 경제와 정치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하는 패권경쟁의 흐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이런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또 하나의 판을 벌이는데, 이것이 바로 2007년 북극해 해저 4200미터에 러시아 깃발을 꽂으며 본격화 한 ‘북극항로’ 개발이다. 

 

한국도 러시아와 협력해 북극항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성 교수는 그런데 북극항로를 부산항 중심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권고한다. 성 교수는 “한러가 북극연안지역 도시들을 함께 개발하고 자원과 에너지 개발을 위해 함께 선박을 운영할 수 있을 때만 러시아도 한국도 북극항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극연안 지역의 광물자원 개발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항만개발도 함께 어려워진 점이 그 방증”이라고 밝혔다.

 

내륙수로와 도로, 철도, 항구 연결하는 복합물류 회랑 구상

 

실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5년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열린 제6차 국제북극포럼에서 “단순히 북극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의 운항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 지역에 들어간 배가 연안 지역의 항만에 접안하고 거기서 화물을 내리면 내륙 수로를 따라 시베리아 극동 지역의 깊숙한 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교통로를 짜는 작업을 하도록 개념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푸틴의 북극항로 개발 철학에는 외교・안보・통상・군사 전략이 모두 담겨있다. 2025년 9월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직후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접경 지역을 빠른 속도로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항로 개발 속도가 경제개발 성과에 연동된다는 점을 간파한 극동아시아 발전 청사진인 셈이다. 

 

성 교수는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중국의 동북삼성과 러시아의 시베리아 극등 지역을 관통해서 러시아의 내륙 수운을 거쳐 북극 지역까지 갈 수 있고, 반대로 부산에서 출발한 선박이 북극 연안 지역에 접안을 해서 내륙 수운을 따라서 시베리아 극동까지 지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프로젝트 시대로 이미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특히 “푸틴의 명령에 따라 진행한 이 프로젝트가 단 1년 만인 올 연말이면 두만강을 경계로 한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교통이 축이 하나가 더 만들어지는 성과를 낼 것”이라며 “지금껏 철도 밖에 없었는데 도로가 만들어지면, 굉장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특히 “지난 30여 년간 철도 중심으로 길을 냈던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가 자동차가 운행될 수 있는 교량을 포함한 도로를 통해 본격 교역을 한다면 엄청난 인적, 물적 교류가 폭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바로 이 사업의 완공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접경하고 있는 두만강 지역에 새로운 물류 지대를 만드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며, 푸틴은 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북극 지역 해륙복합운송과 북중러 접경지역의 ‘초국경 협력’ 활성화를 연결하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부상하는 중앙아시아…종전 후 중부회랑 러시아 주도권 회복 불가피

 

최근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서 유럽으로 갔다가 다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돌아오는 운송 회랑이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1%밖에 되지 않는 비율이 최근에 78%까지 올라오고 있다.

 

중국에서 철도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운송 회랑은 카스피해와 흑해를 경유하는 다중환적회랑(multi modal transit corridor)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TSR 철도의 국제운송회랑 비중이 작아졌다. 줄어든 비중을 중간회랑(middle corridor)이 빠른 속도로 채워 나가고 있다. 중국 주도로 중앙아시아가 적극로 참여하고 유럽연합(EU)이 간접 지원하는 회랑이다. 

성 교수는 그러나 “과연 언제까지 중간회랑이 TSR과 바이카-아무르 철도를 대체하는 운송회랑이 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동서로 연결되는 중부회랑이 모두 관통하는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무역로의 동서축과 남북축이 교차하는 중심지이며,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가 주도권을 쥐려 치열하게 경합하는 지역.

 

한국은 이 중앙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중견국 연대 테두리 속에서 견인할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본격 제기되고 있다. 오는 9월 중앙아시아 정상들이 한국에 와서-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갖는 시점을 앞두고 본격적인 연대와 견인 프로그램들이 마련돼야 하지만, 현실은 무관심 뿐이라는 지적이다.

 

성 교수는 “유라시아 교통물류정보센터를 세워 엄청난 인력을 투입,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지역의 각국에서 어떤 프로젝트들이 만들어져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하는 사업들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현  <엔트로피>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