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황의 e법칙] 북극항로는 ‘녹색해운항로’(GSC)가 될 수 있을까?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2025년 12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북극항로’(NSR, Northern Sea Route)에 대한 국가적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후 2026년 6.3 지방선거 이후 전재수 부산시장은 ‘북극항로’ 개척을 ‘해양수도 부산’ 추진 전략과 연계하여 진행하겠다는 밝힌 바 있다.

 

부산을 북극항로의 거점도시로 육성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해양산업 육성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북극항로는 부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국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북극항로를 바라보는 지금까지의 시각은 여전히 ‘경제성’과 ‘물류 효율성’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항로가 얼마나 단축되는지, 물류비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부산항의 물동량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논의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북극항로의 미래를 설명하기 어렵다.

 

기후위기 시대, 북극항로의 기회와 위기 요인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북극항로는 어떤 가치와 원칙 위에서 추진되어야 하는가. 북극항로는 기후변화가 만들어 낸 현실이다. 어찌보면, 기후변화의 산물, 기후위기의 여파로 생겨난 변화다. 북극항로는 인간이 새롭게 만든 길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해빙(海氷)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용 가능성이 커진 항로이다.

이 점에서 북극항로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 가운데 ‘적응(Adaptation)’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환경을 활용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역설이 존재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열린 항로를 다시 화석연료 중심의 해운체계로 이용한다면 우리는 기후변화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리의 태도는 부분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는 듯 보여도, 지구 생태계 전체로 보면, 자기모순적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녹색해운항로’와 선박, 연료, 탄소중립, 항구의 조건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는 기후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책과 적응, 원인과 결과, 부작용과 이에 대한 대비와 대응 체계를 더욱 면밀히 점검하면서 가야 한다.

 

북극항로는 이제 단순한 ‘새로운 항로’가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녹색해운체계’로 발전시킨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세계의 해운업은 이미 녹색해운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오늘날 국제 해운산업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탄소중립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여 궁극적으로 순배출 제로(Net Zero)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해운업 분야에까지 탄소규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선사들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친환경 선박 발주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 선박은 약 250척 이상이며, 이 가운데 컨테이너선만 해도 150척 이상이 건조 중이거나 발주된 상태이다.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Maersk)는 이미 25척 이상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발주했고, CMA CGM, MSC 등 주요 선사들도 수십 척 규모의 친환경 선박을 추가로 발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연료 공급 체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그린 메탄올 생산량은 연간 약 2,000만 톤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계획 중인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유럽, 중동,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만 톤 규모의 생산시설이 건설되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 연간 100만 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단순히 ‘빠르고 저렴한 항로’로 경쟁하지 않는다.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운항하는가가 새로운 경쟁력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이다. 녹색해운항로는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다. 친환경 선박과 친환경 연료, 녹색항구, 디지털 물류체계를 하나로 연결하여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국제 해운체계이다. 이제 북극항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북극은 보전하면서 신중히 활용해야 할 인류의 공간

 

북극은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생태계다. 북극의 해빙은 지구 평균기온과 해수면 상승, 해양순환, 생물다양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북극항로를 추진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얻는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환경보전과 기후측면의 지속가능성은 유지하는 것은 북극항로 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육상전원공급(OPS), 스마트항만, 디지털 항해, 국제환경규범 준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북극항로는 ‘얼마나 많은 선박이 다니는가’보다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하게 이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부산은 세계적 녹색해운의 중심도시로서 준비되어 있는가 ?

 

부산은 세계적인 환적항(換積港)이자,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중심이다.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부산의 목표도 단순히 북극항로의 출발항이 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부산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녹색항구’(Green Port)가 되어야 한다.

 

친환경 연료 공급기지, 특히 메탄올과 암모니아 벙커링 인프라 구축은 필수적이다. 현재 글로벌 주요 항만들은 이미 연간 수십만 톤 규모의 친환경 연료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로테르담은 2030년까지 각각 100만 톤 이상의 친환경 연료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중장기적으로 연간 수십만 톤 이상의 그린 연료 공급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AI 기반 스마트항만, 친환경 하역장비, 디지털 물류, 해양금융, 선박보험, 극지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까지 함께 발전할 때 부산은 북극항로 시대의 진정한 국제 허브가 될 수 있다.

 

특히 부산은 북극항로와 태평양 항로를 연결하는 동북아 해양물류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장점을 친환경 기술과 결합한다면 부산은 단순한 물류도시를 넘어 세계 녹색해운을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국제협력 없이는 북극항로의 미래도 없다

 

북극항로는 어느 한 나라만의 사업이 아니다. 러시아, 미국, 캐나다,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대한민국까지 모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현재 국제정세는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 미·중 전략경쟁 등으로 매우 복잡하다.

 

이럴수록 대한민국은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존중하면서 실용적인 협력 외교를 펼쳐야 한다.

 

북극은 경쟁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협력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지속가능한 해양경제와 탄소중립 사회, 그리고 부산 시민의 더 나은 삶이다.

 

지금 부산시민에게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북극항로’ 개척이 가져올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효과들이다. 기후환경 보전과 국제교류의 확대, 새로운 일자리, 기업의 성장, 청년의 기회, 깨끗한 환경, 세계와 연결되는 도시 경쟁력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인다. 북극항로 정책도 시민의 참여 속에 시민들의 삶과 연결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새로운 ‘북극항로’ 시대에 새로운 철학은 무엇인가?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커다란 위기이지만, 동시에 산업과 기술, 국제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북극항로도 마찬가지이다. 기후변화가 만들어 낸 항로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는 이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과거처럼 개발과 성장만을 목표로 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환경과 경제가 함께 성장하고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함께 구현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북극항로 논의의 흐름을 분석해 보면, 처음에는 기후변화 대응 대책 가운데 ‘적응’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 운영은 반드시 ‘감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북극항로가 ‘녹색해운항로’로 발전할 때 비로소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성장을 함께 실현할 수 있다.

 

부산이 세계 해양수도의 미래를 꿈꾼다면, 그 출발점은 북극항로 자체가 아니라 ‘녹색해운항로’라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 수립에 있다.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에 부산이 세계 여러나라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비전이며, 대한민국 해양정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