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그린수소는 아직 먼 길..정부, 바이오가스로 현실 해법 찾는다

청주에 수소승용차 100대 충전 가능한 수소 생산·충전 통합형 거점 구축
서울·청주·충주 잇는 '지역 자원형 수소 공급망' 구축 본격화

 

[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정부가 청정수소 공급 전략의 무게중심을 그린수소에서 지역 자원 활용으로 넓히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가 궁극적인 목표라면 하수처리장과 댐 등 지역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한 청정수소는 지금 당장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할 도심형 청정수소 생산시설이 충북 청주에 들어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일 청주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시설 준공식을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고순도 청정수소로 전환해 차량 연료로 공급하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00억원으로 국고와 현대자동차그룹이 각각 50억원씩 부담했다.

 

새로 준공된 시설은 하루 4000N㎥의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하루 500㎏ 이상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수소승용차 약 1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생산시설과 충전시설을 함께 구축해 수소 생산부터 충전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통합형 공급체계를 갖춘 것도 특징이다.

 

◆ 지역 자원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 본격화
현재 청주 공공하수처리장에서는 하루 약 7000N㎥의 바이오가스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일부는 자체 하수처리설비 운영 연료로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상당량이 청정수소 생산 원료로 쓰이게 된다.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배출한 하수가 다시 주민들의 수소차를 움직이는 연료로 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는 도시가스를 원료로 하는 기존 그레이수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의 의미는 수소 생산시설 한 곳이 추가됐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청정수소 정책의 방향이 '생산기술 개발'에서 '지역 기반 공급망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6월 서울 서남물재생센터에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시설을 준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청주 공공하수처리장에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여기에 충주댐에서는 수력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방식의 청정수소 생산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마다 활용 가능한 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내 수소산업이 처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어 탈탄소화를 지향하는 정부로서도 가장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 아직은 생산단가가 높고 경제성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여건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그린수소 중심의 공급체계를 구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반면 현재 국내에서 공급되는 수소는 대부분 도시가스를 원료로 하는 개질(SMR) 방식으로 생산된다. 생산 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제조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 기반 수소에 계속 의존하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정부가 선택한 대안이 바이오가스다.

 

◆ 남은 과제는 경제성·확장성 검증
바이오가스는 하수찌꺼기와 음식물류 폐기물,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주성분으로 한다. 기존에는 일부만 발전이나 자체 연료로 활용되고 활용도가 높지 않았지만 이를 수소 생산 원료로 활용하면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생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메탄은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경우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만큼 이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부는 2023년부터 '청정수소 활용 수소모빌리티 보급 기반 구축사업'을 통해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매년 국비 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시설과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산사업을 함께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바이오가스 사업은 공모를 통해 매년 2개 안팎의 사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사업도 병행해 다양한 청정수소 공급모델을 육성하고 있다.

 

청주 사례는 이러한 정책 방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수처리장은 더 이상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환경기초시설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시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생산된 수소를 다시 지역 주민의 교통수단 연료로 공급하는 에너지 생산기지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또한 수소를 장거리로 운송하지 않고 생산지 인근에서 소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소는 운송과 저장 비용이 높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지역에서 생산한 수소를 지역에서 사용하는 체계가 정착되면 물류비를 줄이고 공급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지역 거점형 생산시설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성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사업에는 총 100억원이 투입됐지만 수소 생산원가와 운영비, 유지관리 비용 등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핵심 지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초기 구축 비용이 큰 만큼 보조금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사업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확장성도 시급히 풀어야할 과제다. 청주처럼 충분한 바이오가스를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하수처리장이 모든 지역에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역마다 바이오가스 발생량과 수소 수요가 다른 만큼 동일한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 설계와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도 환경기초시설과 연계한 지역 기반 청정수소 생산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도시 기반시설을 활용해 에너지를 직접 생산·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환경기초시설 등과 연계한 지역 기반 청정수소 생산의 모범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도로 청주의 하수는 이제 단순히 처리해야 할 폐기물이 아니라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됐다. 이번 사업이 성공한다면 청주는 청정수소 생산시설 하나를 추가한 도시가 아니라 도시가 배출한 자원을 다시 도시의 에너지로 되돌리는 순환경제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실험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시장이 먼저 답해야 한다. 수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하며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가 정부 청정수소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