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최근 우리 정부는 북극항로를 미래 국가 성장전략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 12월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시범운항과 쇄빙선 기술 개발, 친환경 선박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역시 북극항로 시대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보고 항만과 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북극항로는 새로운 기회인가, 새로운 경쟁인가?
지금 북극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실제 북극해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해상교통로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운항할 경우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항해거리가 약 30~40% 단축되고, 운항일수도 7~10일 정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료 사용량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북극항로를 단순히 '가까운 길'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북극항로는 물류와 경제 뿐 아니라 기후변화, 국제정치, 군사안보, 에너지, 자원 확보가 모두 결합된 새로운 국제전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극항로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경제성 뿐 아니라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전략적 계산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개발과 현실적인 과제
우리 정부는 북극항로를 부산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범운항을 시작으로 쇄빙 컨테이너선 개발, 극지 해기사 양성,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항만 인프라 확충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항로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산업, 해운산업, 항만산업, 친환경 연료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려는 국가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운항 가능 기간이 제한적이다. 현재 일반 상선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대체로 6월 말부터 11월까지 약 5~6개월 정도이다. 겨울에는 해빙이 다시 형성되고, 두꺼운 유빙과 혹한 때문에 쇄빙선의 지원 없이는 일반 선박 운항이 어렵다.
둘째, 경제성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거리는 짧아지지만 빙해 구간에서는 선박 속도가 크게 낮아지고, 쇄빙선 지원비용, 보험료, 내빙선 건조비용 등이 추가된다. 따라서 단순히 항해거리가 줄어든다고 해서 운송비가 동일한 비율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정시성이 중요하다.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는 정해진 날짜에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그러나 북극항로는 기상과 해빙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연중 안정적인 정기항로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와 공공연구기관들도 북극항로를 '수에즈 운하를 대체하는 항로'가 아니라 '기존 항로를 보완하는 전략적 항로'로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가 북극항로를 적극 개발하는 이유
북극항로의 가장 큰 수혜국은 현재 단연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긴 북극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북극항로(특히 북동항로) 대부분이 러시아 연안을 따라 형성된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될수록 러시아는 항행 지원, 쇄빙 서비스, 항만 운영, 자원 수출 등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러시아 북극권에는 천연가스, 원유, 니켈, 희토류 등 세계적인 규모의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북극항로는 이러한 자원을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출 통로이다. 따라서 러시아에게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노선이 아니라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시설인 셈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쇄빙선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력 쇄빙선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겨울철에도 일부 구간의 연중 운항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해빙이 더욱 감소한다면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러시아 역시 국제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지속될 경우 북극항로의 국제 상업화 속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바라보는 북극항로는 경제성보다는 안보측면
미국은 북극항로를 바라보는 관점이 러시아와 크게 다르다. 러시아가 경제와 자원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면 미국은 안보와 국제질서 유지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북극은 러시아의 전략핵잠수함과 북방함대가 활동하는 핵심 해역이다. 또한 북극을 통과하는 군사적 접근로는 미국 본토 방어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미국은 북극항로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북극항로 이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동북지역 물류를 북극항로와 연결하려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북극 진출 역시 전략적 경쟁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강조하는 것은 '누가 북극항로를 통제할 것인가'보다 '북극에서 특정 국가의 독점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가깝다.
이 때문에 북극항로는 앞으로도 경제 논리만으로 움직이기보다 국제정치와 안보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부산항의 미래 전략은 '허브'가 되는 것
우리나라가 러시아처럼 북극항로를 직접 통제할 수는 없다. 미국처럼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부산항이라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
부산항은 이미 세계적인 환적항이며, 중국·일본·동남아시아의 화물을 집결시켜 세계 각지로 연결하는 동북아 물류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북극항로 시대에도 이러한 장점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부산의 전략은 북극항로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화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모아 북극항로와 기존 수에즈 항로를 모두 활용하는 복합 물류허브가 되는 데 있다.
여기에 친환경 연료 벙커링, AI 기반 항로관리, 극지 해운 서비스, 쇄빙선 관련 산업을 함께 육성한다면 부산은 북극항로 시대의 새로운 해양수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준비하지 않으면 허브 역할 포기하는 것
북극항로는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연중 운항이 가능한 완전한 국제항로가 아니다. 계절적 제약, 경제성, 국제정치, 기후변화, 안전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지나친 낙관론에 기대어 모든 것을 북극항로에 걸어서도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 잡힌 전략이다.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차분하게 준비하면서도 기존 수에즈 항로와의 연계, 친환경 해운산업,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 국제협력 체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결국 북극항로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얼음이 얼마나 빨리 녹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정치와 기술, 경제성, 환경보전, 그리고 국가 간 협력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부산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세계를 연결하는 국제 해양허브로 도약할 준비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