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구글 정조준.. '프로젝트 허그' 실체 드러날까

공정위, 앱마켓 지배력 남용 정식 심판 착수
글로벌 빅테크 규제의 새 분수령 될지 관심 집중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지난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빅테크 기업 구글의 앱마켓 운영 방식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고 알리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경쟁법 사건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번 조치를 세계 디지털 플랫폼 규제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반독점 사건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 법원 소송 과정에서만 일부 알려졌던 구글 내부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허그(Project Hug)'가 한국 정부의 공식 심판대에 오르면서 글로벌 게임 유통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 최대 약 85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가능
공정위는 최근 구글과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코리아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정식 심의 절차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비슷한 성격의 문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작성되며 이후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과징금과 시정명령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조사 단계를 넘어 사실상 본격적인 법적 판단 절차에 들어섰다는 의미를 가진다.

 

공정위가 문제 삼는 핵심은 구글이 2019년부터 운영한 '게임즈 벨로시티 프로그램(Games Velocity Program·GVP)'이다. 이 프로그램은 구글 내부에서 '프로젝트 허그'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국내외 게임 개발사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 광고, 유튜브 마케팅,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대신 게임을 출시할 때 구글플레이에서 경쟁 앱마켓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서비스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구조상 구글플레이에서 매출이 늘어날수록 개발사가 받는 지원도 커져 자연스럽게 경쟁 플랫폼보다 구글플레이를 우선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방식이 사실상의 배타적 거래를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게임사뿐 아니라 해외 개발사들까지 구글플레이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짜게 만들었고, 그 결과 경쟁 앱마켓의 성장 기회가 크게 제한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는 모바일 게임 유통 시장에서 구글플레이와 경쟁하고 있지만 개발사들이 구글과의 계약상 불이익을 우려해 원스토어 출시를 늦추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수 없는 것은 이번 사건의 상징성 못지 않게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거래 규모를 약 14조 1600억 원으로 산정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인정될 경우 관련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최대 약 85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가능하다. 실제 이 정도 수준의 제재가 확정된다면 국내 공정거래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 구글 과징금 현실화 시 미국 거센 반발 뒤따를 듯
구글은 즉각 반박했다. 회사 측은 "구글플레이는 다른 앱스토어와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 경쟁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심사보고서를 받은 뒤 약 8주 동안 의견서를 제출하고 증거를 검토할 수 있는 절차가 보장되는 만큼 향후 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 시장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허그'라는 이름은 이미 해외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진행된 게임사와 구글 간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내부 이메일과 계약 문건이 공개되면서 존재가 드러났고, 구글이 주요 게임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수억 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국 공정위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실제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를 독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플랫폼 규제에 나선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도입해 구글과 애플이 자체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제한했다. 같은 해 공정위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변형을 막았다며 구글에 2천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2023년에는 경쟁 앱마켓 출시를 방해한 혐의로 추가 제재를 내렸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규제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심의 결과가 국내 게임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사실상 앱마켓이 유통의 관문 역할을 한다. 만약 공정위가 구글의 계약 방식을 위법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내릴 경우 개발사들은 특정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앱마켓에 동시에 출시하는 전략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구글의 손을 들어줄 경우 현재의 시장 구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관심사는 국제 통상 문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해외 규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시행 이후 애플과 구글, 메타 등에 대한 제재가 잇따르면서 미국 정부와 유럽 간 긴장도 높아졌다. 한국 역시 경쟁법에 따른 독립적인 법 집행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글에 대한 대규모 과징금이 현실화할 경우 한미 경제 관계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한국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앱마켓 사업자가 어디까지 개발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어느 선을 넘으면 경쟁 제한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공정위의 판단이 확정된다면 다른 국가 규제기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 전원회의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미 단순한 국내 공정거래 사건의 범위를 넘어섰다. 한국이 글로벌 플랫폼 규제의 '실험실' 역할을 다시 한 번 맡게 될지, 아니면 구글이 기존 사업 모델을 유지하는 데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결론은 앞으로 세계 앱마켓 산업의 경쟁 질서와 빅테크 규제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