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정부가 노후 육상풍력 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발전기 설치부터 운영, 해체와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전주기 관리체계'를 구축해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주민 수용성과 설비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가동 20년을 넘긴 풍력발전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국내 풍력산업이 본격적인 노후설비 관리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보급 확대에서 안전 관리로" 풍력정책 패러다임 전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8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육상풍력 업계 간담회를 열고 '육상풍력 전주기 관리 강화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대책의 배경에는 국내 풍력발전기의 고령화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가동 15년 이상 노후 풍력설비 163기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초기 보급된 풍력발전기 상당수가 설계수명인 20년 전후에 도달하면서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 풍력정책은 신규 설비 확대와 재생에너지 보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 파손, 화재, 낙하물 사고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성 확보가 산업 성장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풍력발전은 대형 구조물이 산악지대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크고 복구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설비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운영기간 전반에 걸쳐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20년 안전성 평가제도'다. 향후 풍력발전기는 가동 20년 도래 시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하며, 평가 결과에 따라 계속운전 여부가 결정된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설비는 철거는 물론 발전사업허가 취소까지 가능해진다.
이는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 심사와 유사한 개념을 풍력 분야에 도입한 것으로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퇴출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리파워링 시장 열리나.. 폐기물 문제까지 선제 대응
이번 대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노후 풍력설비 교체 시장, 이른바 '리파워링(Repowering)' 활성화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력발전기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대표적인 에너지 설비다. 최근 설치되는 풍력터빈은 동일 부지에서도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노후 설비를 단순히 연장 운영하기보다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는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정부가 인허가 간소화와 금융 지원을 통해 리파워링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산업 구조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국내에서도 유럽과 미국처럼 노후 풍력단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교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정부는 풍력산업이 직면할 새로운 과제인 폐기물 처리 문제에도 대응에 나섰다. 특히 풍력 블레이드는 복합소재로 제작돼 재활용이 쉽지 않아 세계적으로도 처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블레이드와 나셀 재활용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향후 대량 발생할 폐기물 문제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작업자 안전관리 역시 강화된다. 풍력발전 유지보수는 고소작업과 전기·기계 작업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대표적 고위험 산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단계별 작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해 산업재해 예방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순한 안전 강화 차원을 넘어 국내 풍력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초기 보급 확대 단계에서는 신규 설치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노후설비 관리와 리파워링, 자원순환까지 고려한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육상풍력 전주기 관리체계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전성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향후 관련 제도 정비와 업계의 투자 확대가 맞물릴 경우 국내 풍력산업이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