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클래식 쉼터] 홀스트 「주피터」가 들려주는 희망의 순환

-홀스트 《행성》 Op.32 中 '주피터(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

 

[엔트로피타임즈 김지연 객원기자] 

 

세계는 다시 에너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은 국경을 넘어 에너지 시장을 흔든다.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유가가 급등하면서 그 영향이 산업 현장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스며들고 있다. 그래서 최근 각국은 태양광과 풍력, 수소에너지와 같은 재생에너지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소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시대에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영국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The Planets)》 중 네 번째 곡인 「주피터(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다.

 

홀스트는 런던의 음악 교육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했으며, 민속음악과 신화, 천문학과 철학에 폭넓은 관심을 가졌다. 1914년부터 1917년 사이에 작곡된 《행성》은 태양계 행성들의 물리적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 아니라 각 행성이 상징하는 인간의 성격과 정신세계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목성'을 의미하는 「주피터」는 기쁨과 낙관, 성장과 풍요를 상징한다.

 

곡은 시작부터 활력이 넘친다.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빠른 리듬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금관악기는 밝고 당당한 에너지를 더한다. 음악은 하나의 선율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다양한 동기들이 서로 교차하고 결합하면서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계속적으로 성장해 간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에너지의 흐름’이다.

 

단순히 큰 소리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에너지를 축적하고 방출한다. 이는 현대의 전력망을 떠올리게 한다. 발전과 저장, 공급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듯 음악 역시 강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그리고 곡의 중심부에서 유명한 선율이 등장한다.

 

넓고 장엄하게 펼쳐지는 이 멜로디는 훗날 영국의 찬가 「I Vow to Thee, My Country」의 선율로 사용되면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선율이 승리나 정복을 노래하지 않고, 공동체와 미래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인간의 품위를 담담하게 노래한다는 것이다.

 

음악적으로 보면 이 부분은 앞서 이어지던 역동적인 리듬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빠르게 흐르던 시간이 잠시 멈추고, 넓은 시야가 열리며, 청중은 숨을 고르게 된다. 그리고 이후 홀스트는 다시 처음의 에너지를 불러오면서도 더 큰 규모의 울림으로 확장시킨다.

 

「주피터」가 한 세기 넘도록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음악은 단순한 환희의 노래가 아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에너지와 흔들리지 않는 중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신뢰를 함께 담고 있다.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찾게 된다. 그리고 홀스트의 「주피터」는 말한다. 희망이란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인간의 의지라고.

 

그리고 그 의지는 오늘도 태양광 패널 위에 내리는 햇빛 속에,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풍력 터빈 속에, 그리고 100년 전 작곡된 한 편의 음악 속에 살아 있다.

 

♬ 홀스트 「주피터」가 들려주는 희망의 순환 듣기

 

[프로필] 김지연 객원기자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레위음악학원 원장

-한국음악교육협회 미래교육원 강사

-음악심리상담사

<저서>

-클래식과 차한잔(2024)

-짱짱어린이 피아노동요(2025)

-팬플루트로 만나는 클래식(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