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인공지능(AI)이 건설현장의 사고 위험을 예측하고 로봇이 위험 작업을 대신 수행하며 생성형 AI가 설계 도면 작성에 참여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기술 발굴에 나서면서 건설산업의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5일 AI와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고 주택·도로·철도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2026 스마트건설 챌린지’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스마트건설 챌린지는 스마트 건설기술에 관심 있는 기업과 기관, 개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내 대표 건설기술 경연대회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국가철도공단, 국토안전관리원 등 주요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우수 기술의 현장 적용과 사업화를 지원한다.
표면적으로는 건설현장 안전 강화가 핵심 목표로 제시됐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보다 광범위하다.
먼저 안전관리 분야에서는 AI와 IoT, 로봇 기술을 활용해 추락·깔림·무너짐 등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기술을 발굴한다. 도로 분야는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전 과정에 적용 가능한 AI 기술을 대상으로 하며, 철도 분야 역시 안전·AI·BIM·로보틱스 기술을 핵심 경쟁 분야로 선정했다. 단지·주택 분야 또한 AI와 드론,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등을 융합한 스마트 건설기술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건설정보모델링) 분야다. 올해 BIM 분야 주제는 ‘BIM to AI, 생성형 AI 시대와 BIM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정해졌다. 이는 이번 챌린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로 읽힌다.
BIM은 건축물과 도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의 설계·시공·유지관리 정보를 3차원 디지털 모델에 통합해 관리하는 기술이다. 과거 건설산업이 2차원 도면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BIM은 건설 전 과정의 정보를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에 담아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건물의 벽체 위치를 변경하면 자재 수량과 공사비, 공정 일정이 동시에 반영되는 식이다.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단계가 각각 따로 움직였던 기존 방식과 달리 하나의 데이터 체계 안에서 모든 정보가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 기술 개발보다 현장 적용.. 정책 방향도 변화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BIM과 AI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BIM 데이터를 학습해 설계안을 자동으로 제안하거나,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과 위험 요소를 사전에 분석하고 최적의 공정 계획을 도출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건설현장에서 축적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BIM인 셈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BIM을 단순한 디지털 설계 기술이 아니라 ‘건설산업의 AI 플랫폼’으로 평가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경연 주제에 ‘BIM to AI’를 전면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단순한 디지털화 수준을 넘어 건설산업 전반의 AI 전환(AI Transformation)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업은 오랫동안 생산성 정체에 시달려온 산업으로 꼽힌다. 현장마다 작업 환경이 다르고 공정이 복잡해 자동화가 쉽지 않은 데다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아 제조업이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고 숙련 기술자 부족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안전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AI와 로봇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AI는 현장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위험을 예측하고, 드론과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 구역을 대신 점검할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서는 생성형 AI가 설계안을 제안하고 BIM과 연계해 공사비와 일정, 자재 물량까지 자동으로 산출할 수 있다.
이번 챌린지의 세부 평가 기준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각 분야는 혁신성뿐 아니라 적용성, 경제성, 범용성, 파급성 등을 중점 평가 항목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독창성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건설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겠다는 의미다.
정부 지원 방식도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최우수혁신상 수상 기술에는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선정 가점이 부여되며, 현장 기술실증과 공공기관 판로 개척 지원도 제공된다. 연구실과 전시회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건설기술 분야에서는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가 현장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기술은 개발됐지만 검증과 실증, 시장 진입 과정에서 한계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챌린지는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정책 실험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건설업계에서는 향후 5~10년이 스마트 건설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이 AI와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기술을 건설산업에 적극 도입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 역시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김명준 기술안전정책관은 “생성형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건설산업 역시 기술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이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과 기관,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스마트건설 챌린지는 단순한 기술 경연대회를 넘어 건설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사람의 경험과 숙련에 의존하던 건설현장이 데이터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화의 흐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