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편집위원]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들을 총괄 지휘하는 국가정보국장(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DNI)이 “미국이 과거 30여 개국에 걸쳐 120개 이상의 생물학 연구소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고 전격 밝혔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이런 사실이 전혀 없고 “모두 러시아의 거짓말이며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물학 무기를 개발해왔다”고 했는데, 이게 ‘새빨간’ 거짓말임을 공식 폭로한 것이다.
털시 개버드(Tulsi Gabbard)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12일(워싱턴 DC 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30여개 나라에 120개 이상의 생물학연구소에 대해 장기적으로 자금 지원을 해왔지만, 최고 영향력 있는 위치의 사람들에 의해 은폐돼 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바이든 정부, 인류멸종 위험의 생물학전 연구 지원
개버드 국장은 “최고위층 사람들은 미국이 지원하는 생물학 연구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확신시켰고, 다르게 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외국 정보요원’ 또는 ‘미국의 반역자’로 호도했다”고 덧붙였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이미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생물학 연구소에 위험한 병원체가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왔다.
개버드 국장은 “우리는 전 세계 생물학 연구소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을 폭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능 획득 연구 종료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집권기까지 이어진 정보 은폐를 바로잡으려한 성과를 소개했다.
DNI 성명에 따르면, 미국이 지원한 생물학 연구소들 중 상당수가 위험하고 전염성이 매우 높은 병원균을 이용한 ‘기능 획득’ 연구에 관여했다. DNI는 “이런 연구에 대한 감독이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기밀 해제된 기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40개 이상의 연구소가 소비에트연방(소련) 시대 생물학전 병원균 취급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설들에서 탄저병과 에볼라, 메르스, 사스, 흑사병 등 ‘고위험 병원균(Especially Dangerous Pathogens, EDPs)’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버드 국장은 DNI 국장 자격의 공식 <X> 계정에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생물학 실험실에서 위험한 병원균을 연구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명백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과 파우치 박사 같은 소위 보건 전문가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 안보팀 내 인사들은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생물학 실험실의 존재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고, 진실을 폭로하려 했던 사람들을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바이든, 위험한 정보 입증 노력에 ‘간첩’ 취급…“러시아 소행” 공개 거짓말
기밀 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영토가 된 옛 우크라이나 헤르손(Kherson) 주 소재 ‘헤르손 진단 연구소’는 특정 병원균을 다루는 허가 심의가 아직 ‘진행중(in progress)”인 상태인데도 미국 정부로부터 172만8822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개버드 국장은 취임 직후 예하 모든 미국 정보기관에 “해외 생물학 연구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공식 지시를 내렸다. 강화된 감독을 통해 해당 시설에서 진행 중인 임상 시험에 대한 세부 정보가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개버드 국장은 “일련의 생물학 실험들은 중대한 윤리적, 재정적, 안보적 우려를 낳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울러 “DNI는 앞으로도 정부 부처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 이런 생물학 연구소의 위치와 보유 병원균을 파악하고, 미국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하는 위험한 기능 획득 연구를 종식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이런 생물학 연구소 창설 역사와 위치, 자금 지원 등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은폐하는 등 해당 연구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바이든 정부의 초대 백악관 대변인인 젠 사키(Jen Psaki)는 지난 2022년 3월9일 “러시아는 미국에서 화학 및 생물 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미국의 통제 하에 우크라이나에서 생물학 연구소를 운용하다는 노골적인 거짓말을 지어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키는 당시 “우리의 목표는 바로 러시아가 퍼뜨리려는 허위 정보를 해소하고 그들이 전 세계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무기를 사용 사례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최측근 CIA 국장 추천으로 새 DNI 국장 지명
미국 정부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정보기관간 소통부재와 협력체계 미흡을 이유로 2005년 국가정보국(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국가정보국장실)을 설립했다. 이렇게 설립된 ODNI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마약단속국(DEA) 등 18개 미국 정보기관 등을 총체적으로 관장, 지휘, 통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맨해튼 지방검찰청장인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을 차기 ODNI 수장으로 지명했다. 6월말까지 임기인 툴시 가바드를 대신해 18개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게 될 그의 후임으로 상원의 신속 인준을 촉구했다. 백악관은 이후 클레이튼의 공식 지명안을 상원에 제출했고, 상원 정보위원회는 17일 인준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클레이튼은 로펌 ‘설리번 앤 크롬웰(Sullivan & Cromwell LLP)’ 출신으로 기업 인수합병 및 자금 조달이 전문이다. 트럼프 1기 집권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역임하며 민주당 위원들과의 합의를 추구하는 온건파 정치인으로 명성을 쌓았다. 트럼프는 2기 집권 후인 2025년 4월 클레이튼을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검찰직 중 하나로 여겨지는 뉴욕 남부지방검찰청 임시 검사장으로 지명했다.
정보 분야 경력이 없고,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직책을 신설한 법률에서 요구하는 국가 안보 관련 경험도 부족하다. 당초 트럼프 2기 내각 구성 때 중앙정부국(CIA) 국장직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보도(로이터)도 있다.
평화롭지만은 않은 방식으로 평화로운 종전 꾀할듯
미국 정보기관 총괄기구의 수장 교체는 트럼프 정부의 우크라이나 종전 노력에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가 수차례 중용한 존 랫클리프(John Ratcliffe) CIA 국장이 정보기관 경험이 전무한 제이 클레이튼을 미국 정보기관 총괄기구의 수장으로 추천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털시 개버드 국장의 생물학 연구시설 지원 폭로 사례처럼, ODNI 수장은 미국의 국익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을 허할 수 없는 자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CIA를 통제하는 자리다. 당장 CIA가 공작이나 테러 등 비공식 작전으로 단기 국익을 실현하더라도 DNI는 이런 국익이 장기적으로도 미국의 전략적 지위나 소프트파워 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일정 범위 내로 제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 경험이 전무한 새 DNI 국장이 임명되면, CIA는 날개를 단다. 랫클리프 CIA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평화 협상)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이를 추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추진하는 목표가 ‘평화적 종전’이라고 한다면 종전 과정은 결코 평화적일 수 없는 역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역기구(나토)에 대한 미국의 재정적 기여에 부정적이다. 이런 논리적 틈을 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명분으로 군사재무장을 꾀하고 있다.
종전이 자신의 정치적, 물리적 죽음임을 잘 아는 젤렌스키는 ‘민간인 테러’까지 서슴지 않으며 유럽연합(EU)의 지원을 갈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종전’을 평화적으로 추진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결국 CIA가 막판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새로운 장면이 곧 시연될 것이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