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안보

한국, 레이저무기 '심장' 국산화 성공.. 새로운 게임체인저 등장

방사청, 천광 핵심 레이저발진기 독자 개발.. 국산화율 90% 달성
드론 격추 시간 절반으로 단축.. 미래 전장 주도할 대드론 전력 주목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방위사업청이 레이저대공무기 '천광'의 핵심 구성품인 레이저발진기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미래 무기체계 개발 역량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부품 국산화를 넘어 미국과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가 주도해온 고출력 레이저 무기 분야에서 독자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방위사업청은 1일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한화시스템 참여로 추진한 레이저발진기 국산화 개발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방규격 제정까지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생산되는 천광 양산 물량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레이저발진기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레이저발진기에 있다. 레이저무기는 전력공급장치와 열관리체계, 표적추적장비, 레이저발진기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레이저발진기는 실제 레이저 빔을 생성하는 핵심 장치다. 전투기에서 엔진이 차지하는 역할에 비견될 정도로 체계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으로 꼽힌다.

 

특히 레이저발진기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전략기술로 평가된다. 고출력 레이저를 안정적으로 생성하고 장시간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은 미국과 이스라엘, 독일, 중국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 이전과 수출 역시 엄격하게 통제되는 분야다. 이 때문에 이번 국산화는 단순히 해외 부품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이 레이저무기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 세계가 주목하는 레이저무기 경쟁에서 한발 앞서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전장 환경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소형 정찰드론과 자폭드론, FPV 드론 등이 전장 전반에서 활용되면서 기존 방공체계의 한계도 드러났다. 수백만 원 수준의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수억 원대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군사 강국들은 레이저무기를 차세대 방공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다. 레이저무기는 전기만 공급되면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발사 비용도 사실상 전력 소모 비용 수준에 불과하다. 탄약 보급 문제도 없고 광속으로 표적에 도달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소형 드론과 군집드론 대응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육군의 DE M-SHORAD와 해군의 HELIOS 체계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로켓과 드론 요격을 목표로 하는 아이언빔(Iron Beam) 체계를 시험하고 있다. 독일 역시 라인메탈을 중심으로 고출력 레이저 무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출력 규모가 작은 대드론 임무에 집중하면서 실전 배치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을 택했다. 천광은 2024년 세계 최초로 실전 전력화된 레이저 대공무기로 평가받으며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방사청은 개발 초기 기술 성숙도 부족과 급증하는 드론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해외산 레이저발진기를 우선 적용했다. 동시에 보다 높은 성능의 국산 발진기 개발을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추진했다. 일반적으로 체계개발 이후 국산화를 추진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위험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일정 단축과 성능 향상, 예산 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 북한 무인기 대응 넘어 수출 경쟁력 확보 평가도
방사청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국산 레이저발진기는 기존 해외 도입품 대비 출력 등 주요 성능이 50% 이상 향상됐다. 그 결과 추가 시험평가에서 드론 격추 시간은 기존 2~4초에서 1~2초 수준으로 줄었다. 무인기의 경우 10초 이상 걸리던 요격 시간이 수초 이내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 전문가들은 격추 시간 단축이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최근 군집드론 개념이 확산하면서 한 번에 다수의 표적이 동시에 접근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표적을 더 빨리 무력화할수록 다음 표적으로 조준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체계 전체의 대응 능력이 향상된다.

 

이번 성과는 북한 무인기 대응 능력 강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최근 정찰드론과 자폭형 무인기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2022년 북한 무인기의 수도권 영공 침투 사건 이후 대드론 방어체계 구축은 군의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레이저무기는 저고도로 침투하는 소형 무인기에 대해 경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향후 출력 향상과 정밀도 개선, 소형·경량화가 이뤄질 경우 군 기지와 국가중요시설 방호는 물론 기동부대 방공 임무에도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할 경우 제3국 수출 과정에서 각종 승인 절차와 기술 이전 제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국산화로 핵심 기술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독자적인 수출 추진 기반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드론 위협이 증가하면서 대드론 방어체계 수요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천광이 향후 한국형 대드론 체계 수출의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사청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레이저대공무기 후속 사업을 통해 출력과 정밀도 향상, 소형·경량화 등 성능 고도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정기영 방사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은 "레이저무기는 선진국 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며 "보다 높은 성능의 국산 레이저발진기를 적용함에 따라 적 드론·무인기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응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레이저발진기 국산화를 한국 방위산업이 미래 전장 핵심 기술 확보 경쟁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운 사례로 평가한다.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성과는 단순한 부품 개발을 넘어 미래 방공체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