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e법칙]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논란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5·18 탱크데이로 광주민주화운동 폄하, 모욕…스타벅스 불매운동
치유와 사회통합은커녕, 피해자 폄하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서야
스튜어드쉽 코드 의무 국민연금도 이마트, 스타벅스 관리책임 있다


2026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주간에 즈음하여, 스타벅스가 진행한 이른바 5·18 ‘탱크데이(Tank Day)’ 행사는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기업의 행사 시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과 겹치고, 행사 명칭인 ‘탱크(Tank)데이’와 ‘책상에 탁’ 등 홍보 문구가 역사적 상처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소비자와 시민사회, 광주 지역 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이후, 스타벅스코리아는 행사 중단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모회사인 이마트와 신세계그룹의 ESG 경영, 더 나아가 이마트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투자 책임의 문제로 까지 비화하고 있다.

 

기업도 시민이다 (Coporate Citizenship)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기업의 목적을 이윤 창출에 두었다. 어떻게든 돈만 잘 벌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은 단순한 경제 조직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 인식된다. 기업은 소비자와 노동자, 지역사회, 투자자, 정부, 미래세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이를 기업시민주의(corporate citizenship)라 한다.

특히 ISO26000이 제시하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의 개념은 기업이 법적 의무를 넘어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해야 함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인권 존중, 공정한 운영관행, 소비자 보호,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조직 거버넌스 등이 포함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다. 군부독재 세력에 의해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고, 근현대사에서 대표적인 국가폭력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따라서 기업이 이 시기와 관련된 사회적 감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마케팅을 진행했다면 이는 단순한 홍보 실수가 아니라 엄중한 법적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ESG 경영의 핵심은 사회적 신뢰

 

최근 ESG 경영이 기업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의미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의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사용, 친환경 포장재 확대와 같은 환경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ESG의 본질은 환경만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와 신뢰를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SG 경영이 추구하는 3대축으로 본다면, ‘S(Social)’ 즉, 사회 영역에 해당한다.

기업은 소비자와 지역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역사, 문화적 감수성을 존중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가 깊은 상처로 기억하는 사건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사용되었다면 소비자들은 기업이 자신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기업 브랜드는 결국 신뢰 자산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가진 가치와 이미지를 함께 소비한다. 따라서 사회적 신뢰를 잃는 순간 브랜드 가치 는 물론 기업의 가치 역시 훼손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사회적 논란과 기업 이미지

 

이번 논란이 더욱 크게 확산된 이유는 신세계그룹과 정용진 회장이 관련된 과거 비슷한 혐모와 사회갈등 유발 사례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도에도 정용진 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멸공(滅共)’을 연상케하는 ‘멸콩’ 발언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통일부는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고 평가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기업 총수로서 기업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면서 색깔론을 자극하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번 5·18 탱크데이 문구를 보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어떻게 이런 행사가 내부 검토를 모두 통과했는가”라는 점이다. 대기업의 마케팅은 일반적으로 기획, 홍보, 법무, 경영진 검토 등의 여러 단계를 거친다. 만약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표현이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승인되었다면 이는 단순한 실무자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내부 통제 시스템과 의사결정 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된다.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기업의 ESG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윤리경영 조직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매운동의 의미

 

이번 사건 이후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회원 탈퇴, 앱 삭제, 기프티콘 사용 중단, 카드 환불 등의 행동이 공유되었고 일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불매운동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의사표현이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 품질만 평가했다면 이제는 기업의 가치와 철학, 사회적 행동까지 평가한다. 이를 ‘가치소비(Value Consumption)’라고 부른다.

오늘날 소비자는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는지, 노동자를 존중하는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따라서 기업은 단순한 광고나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책임경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의 책임

 

이번 논란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마트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이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세계적 규모의 기관투자자이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투자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중장기 기업 가치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ESG 리스크가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영진과의 대화, 개선 요구,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이번과 같이 사회적 신뢰와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단순한 홍보 문제가 아니라 장기 투자수익률과도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경영의 본질

 

스타벅스코리아는 그동안 친환경 컵 사용 확대, 일회용품 감축, 지역사회 공헌,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ESG 활동을 추진해 왔다. 이마트와 신세계그룹 역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ESG위원회를 운영하며 환경·사회 분야의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은 보고서를 잘 만들어 내고, 몇 가지 눈에 띠는 사회 봉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의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 투명한 거버넌스가 균형 있게 작동할 때 가능하다. 특히 역사와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존중은 ESG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논란은 기업이 사회적 신뢰를 잃는 순간 아무리 많은 ESG 활동을 하더라도 그 성과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더 깊은 책임의식과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스타벅스이 5·18 탱크데이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패가 아니다. 이는 기업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ESG 경영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오늘날 기업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조직이 아니다. 기업은 사회의 일원이며 공적 영향력을 가진 시민적 조직이다. 따라서 기업 경영자는 역사적 인식과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고, 지역사회의 문화적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존중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신뢰를 지키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투명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 역시 지속가능경영의 중요한 과제다.

기업은 특정 진영의 기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업이다. 기업이 성장하는 힘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오늘날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홍보와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더 깊은 책임의식이며, 더 많은 광고가 아니라 더 높은 사회적 성찰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업과 사회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