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편집위원]
“꿈이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 천왕동 남부교도소 직업훈련동 입구에 큼지막한 글씨로 적힌 문구다.
지난 5월6일(서울 시간) 외신기자 10여명이 민간단체 참관단과 함께 남부교도소 안에 들어갔다. 연초 한국 언론사 기자들의 수형자 체험이 있었다는 얘기를 교도소장으로부터 들었다. 법무부 교정본부와 교도소측에서 언론인들에게 뭔가 할 얘기가 있다는 얘기인데….
법무부 교정본부 “교도소 늘려 주세요”
남성 죄수들만 수용돼 있는 남부교도소 수감자 정원은 1100명, 현재 인원은 1301명으로 수용률이 118.2%를 찍었다. 수형자 1174명과 노역수 125명, 미결수도 2명이 있다.
남부교도소 교정인력 총정원은 340이다. 5월초 현재 인원이 334명, 그러니까 6명이 부족하다.
법무부 산하 교도관 특수팀인 ‘교정기동순찰팀(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CRPT)은 검은색 기동복을 착용하고 다녀 ‘까마귀’라는 별명이 붙었다. 불시 감방 검사, 고위험 수용자 관리 등 고강도 업무를 담당한다.
남부교도소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를 위한 혈액투석실(투석기 10대)을 운영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의료팀으로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중점 교도소’다. 의료인력으로 공중보건의 1명 포함 의사 4명, 간호사 11명, 의료기술직 직원 1명, 약무 사무관 1 명 등이 근무한다.
법무부 대변인실의 이성수 교정관은 “남부교도소는 전국적으로 수감자 정원 대비 수용률이 그나마 낮은 편에 속한다”며 “남부교도소 자체가 전국에서 수형 태도가 가장 좋은 수형자들이 모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기자에게 확실한 감이 왔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교도소를 더 짓고, 교도관들도 더 많이 뽑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언론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게다.
아니나 다를까. 정진우 서울남부교도소장은 “법무부와 교정본부는 시설을 늘리고 싶지만 지역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교도소 신축 및 증축에 반대하고 있고, 법무부 예산에도 반영이 안되고 있다”고 답답하다는듯 호소했다.
법무부 이성수 교정관은 “교도소에 수용할 죄수는 크게 늘어나는데, 교정시설은 물론 이들을 관리 통제할 교도관들을 더 뽑지 않는다”며 “수용자가 1만5000명 늘어날 때 교도관은 58명 늘어나는 현실에서 재소자 교정 교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질 나쁘지 않은데, 노숙인 출신 빼고 밥 많이 안 먹어요”
1인실 감방은 4.61제곱미터, 가로세로 2미터 남짓한 공간이다. 여름에 선풍기를 설치해 준단다. 전기 콘센트도 있다. 권희석 교도관은 “온돌로 된 감방 바닥과 복도 라디에히터의 열로 겨울을 난다. 추위를 호소하는 수형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남부교도소에는 하루 2만원의 ‘영치금 최고한도’가 있다. 시중에서는 두 끼 식사비로 빠듯하지만, 교도소 안에서는 하루 2만원을 다 쓰기도 어렵다고 한다. 구내 매점에서 판매하는 각종 가공식품류는 값이 매우 싸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도소 판매 식품류를 최저가입찰 방식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납품업체의 제품이 교도소 매점에서 판매되는 탓이다.
한 1인실 감방에 직접 들어가봤다. 수감자는 교도소 급식조리 담당자로 방을 깔끔하게 정리해뒀다. 하필 ‘스타벅스 경영신화’를 다룬 책과 <동아일보>가 조그만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다.
남부교도소 박지영 서기관(과장)은 “급식은 자율배식이 아니며, 필수 영양소에 따라 조리된 음식 1인 정량을 배식한다”면서 “노숙인 등 충분히 먹지 못하다가 입소한 재소자를 제외하고는 추가로 더 배식해 달라는 요구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신평재 교도감은 “5미터의 교도소 주벽 앞에 약 3미터의 철책이 있는데, 접근할 경우 전자센서로 중앙통제소 자동알림이 울리고, 해당 지역을 24시간 감시하는 폐쇄회로티브이(CCTV)에 움직임이 확대돼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도감에 따르면, 법무부 교정본부 전체를 통틀어 꼭 30년 전인 1996년 딱 한 번 탈옥 사고가 있었다. 단체방문 인파에 몰래 끼어 들어 정문을 통해 교도소를 벗어난 수감자가 있었던 것. 금세 다시 잡혀왔다고 한다. 남부교도소가 2011년 10월29일 현 위치로 신축 이전한 이래 15년동안 담을 넘어 탈옥을 시도한 수형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성소수자들도 1인실…“검증이요? 어렵죠”
프라이버시가 비교적 잘 보장되는 1인실 감방에 대한 죄수들의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고 한다. 현재 재소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취사 근무 재소자들에게 1인실이 우선 배정된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해 하루 세끼 식사를 준비하며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는 일이 여건 고된 게 아니기 때문에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다.
이들 이외에 성소수자들(LGBTQ+)도 1인실을 배정 받는다. 특별히 성소수자의 감방에는 출입구에 커튼을 쳐서 식별한다고 한다. 문제는 진짜 성소수자가 아니면서 1인실을 차지하려는 재소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성소수자 재소자 관리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홍창희 교정관(사무관)은 “1인실을 쓰려는 자가 거짓으로 성소수자 행세를 해도 진짜 성소수자인지 판별하는 방법이 딱히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수형자들의 교도행정 순응도가 높은 남부교도소는 출감후 사회적응을 위한 직업훈련 시스템도 잘돼 있다. 6개월 과정의 타일 기능사와 건축도장 기능사, 웹툰 크리에이터, 플라스틱창 청소 기능사, 한식조리 기능사, 컴퓨터응용선반 기능사, 조경 기능사, 컴퓨터그래픽스운용 기능사 등 다양하다.
특히 2년 과정인 패션머천다이징 산업기사 자격증반은 전국 교도소에서 수형태도가 우수한 재소자들이 많이 지원한다고 한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학 캠퍼스 생활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다. 이 국가자격증 취득을 총괄 지도하는 조철현 교도관은 “이 과정에 선발된 수감자들은 잠 자고 먹고 개인정비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7시간, 대학의 강의실과 동아리방, 카페와 같이 꾸며진 곳에서 지내며 자격증 취득에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총원 20명을 모집해 2년 교육훈련을 거치면 80~90%가 합격,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덧붙였다. 원칙적으로 전국 모든 교도소에서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 지원하려면 일단 수형태도 등 점수가 좋아야 한다. 나이 제한은 없다.
재소자들은 돈도 번다…최고 일당 1만7000원
남부교도소 관할 12개 작업장에 294명이 노역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인쇄·옵셋·웹툰 분야의 교도소 직영 3개 작업장에서는각종 정부 서식과 복사지를 생산하고, 외주 만화 작업도 한다. 비누와 목조 휴대폰 받침도 만들어 판다.
교도소 구외 개방지역에서는 의류 수선 및 포장, 건설 노무 작업 일거리도 있다. 위탁 작업장 6개에는 LED 전등 조립, 한과 제조 등 ) 5개 집중근로를 제공한다. 이밖에 거실작업 3개와 종이봉투도 외주물량을 받아 납품한다.
직업훈련동 내 인쇄·옵셋·웹툰 직영 작업장을 관리하는 이윤철 교도관은 “편지봉투와 편지지, 항소이유서, 국세청 세무신고서식 등 각종 민원서식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이성수 교정관은 “최저임금 개념은 없고, 하루 근무 기준 최저 3500원부터 1만7000원까지 다양한 품삯이 책정된다”고 귀띔했다.
기자는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수형자와 불과 3미터 이내에서 아무런 장애물 없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말을 시켜면 안 된다고 해서 참았다.
하지만 아무리 여건이 좋아도, 교도소는 교도소다. 학업수준이 높은 재소자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수용자들이 교도관에게 앙심을 품으면 정보공개청구와 고소, 고발을 많이 하는 추세라서 교도관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됐다는 얘기다. 특히 정원초과 감방에 수용된 재소자들의 커진 불만이 고스란히 교도관들에게 표출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성수 교정관은 “10명 방에 15명, 3인방에 4명이나 5명 이 수용되면 짜증이 난 수용자들이 교도관을 괴롭히는 방안으로 정보공개청구와 고소, 고발, 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남발한다”면서 “재소자들이 10년 동안 1만 5000건 정도 어필을 했는데, 7건 정도만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곳에 행정력을 낭비하다 보니 재소자 교정 교화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님비? 남부교도소 주변 땅값은 외려 올랐다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님비(Not In My Back Yard, NIMBY) 현상이 만연한 세태. 하지만 저개발지역에 기반시설을 훌륭하게 개선하는 개발효과가 크게 작용한 남부교도소 주변은 주변 집값이 되레 올랐단다. 이런 점에 착안하면 님비현상도 우회할 수 있다는 귀띔.
홍창희 교정관(사무관)은 “남부교도소가 들어선 뒤 교도소 주변에는 아파트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면서 “혐오시설이라는 선입견에도 미개발 지역에 교도소 근무 공직자들의 주거 수요와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와 교도소 사람들은 교도소가 수감・교도할 재소자들이 늘고 있으니 교도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범죄자와 교도소로 향하는 재소자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악한 현실에 맞닥뜨린 법무부 사람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다.
법무부 대변인실 박종범 사무관이 보내준 법무부 교정본부 발행 <20205년 교정통계연보>를 훑어봤다. 한국은 2020년부터 총인구수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2024년 12월23일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 5년동안 인구는 조금씩 계속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 수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줄어 들었다가 2023년부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부터 수형자 수가 급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마약이었다. 2023년 마약사범은 무려 2만7611명으로, 전년대비 50.1%가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로, 범죄 통계상 최초로 2만 명을 돌파한 시기이기도 했다.
마약범죄는 다른 범죄에 견줘 관대한 처벌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23년 급격히 증가한 마약사범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교도소가 붐비고 있다.
교도소 부족사태 주범은 마약 범죄…배후 드러날까?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2023년 적발한 말레이시아 조직의 대규모 마약 밀반입 사건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단의 수사 결과, 세관 직원과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 모두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 전원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피의자들은 당시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인 백해룡 경정을 고소했다. 백 경정이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최근 수사가 고소인 조사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대부분의 마약 범죄는 국내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한국을 파괴 또는 적어도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치밀하게 기획했을 터. 국경의 취약한 부분을 뚫고 조직적으로 들어오며, 당연히 국내 조력자가 있다. 외국의 자금을 받는 내국인 조략자는 공권력을 매수해야 대량 마약 밀수를 성사시킬 수 있다.
한국에 마약을 대거 들여와 파괴하려고 한 나라가 어디인지, 누가 국내 조력자로 공권력을 매수했는지 등이 수사로 규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나라가 통째로 풍비박산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국제질서의 변곡점, 특이점(singularity)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여러 군데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