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코앞인데 준비는 제자리..커지는 비용 부담에 아찔

공시 의무화 논의 재점화에 공급망 관리 압박 확대
대응 늦으면 투자·수출 경쟁력 타격 불가피할 듯

 

[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최근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시장에서는 이미 ESG 정보 공개가 사실상 필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역시 단계적 의무공시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업들의 대응 압박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와 회계업계는 글로벌 기준에 맞춘 공시 체계 정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준비 기간 부족과 비용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ESG 데이터 제출 요구가 확대되면서 산업계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이미지 관리 수준을 넘어 실제 투자와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ESG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금융당국과 회계업계는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맞춘 국내 공시 체계 정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역시 국내 적용 기준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2028년 이후 단계적 의무공시 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 제도 시행까지는 기업 부담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속도 조절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탄소배출과 공급망 리스크 관리 수준 등을 주요 투자 판단 기준으로 반영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응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공급망 실사 규제 강화 흐름은 수출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 선택 아닌 필수..공급망 ESG 압박 확대
산업계에서는 최근 ESG 대응이 단순 대기업 이슈를 넘어 협력업체와 공급망 전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협력사 탄소배출량과 인권·안전 관리 수준까지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중견·중소기업들도 대응 체계 마련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종을 중심으로 공급망 데이터 요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재무 정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폐기물 관리 현황 등 비재무 정보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도 주요 과제로 꼽는다. 실제 탄소배출량 측정과 협력업체 데이터 취합, 외부 검증 체계 구축까지 고려할 경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ESG가 이미지 차원이었다면 최근에는 실제 수출과 투자 유치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특히 공급망 차원에서 대응 요구가 커지면서 중견기업들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단순 ESG 보고서 발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들과 글로벌 고객사들이 실제 탄소 감축 성과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여부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비용 절감 압박이 이어지면서 기업 내부에서는 ESG 투자 우선순위를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환경 설비 투자와 공급망 관리 비용 증가가 단기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ESG 대응이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시장과 무역 규범 변화 속에서 ESG 대응 수준 자체가 기업 경쟁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요 글로벌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은 기업 투자 판단 과정에서 기후 리스크와 지속가능성 요소 반영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ESG 공시 체계 구축 여부가 향후 자금 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결국 관건은 ‘속도 조절’과 비용 부담
업계에서는 ESG 공시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준비 기간과 비용 부담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은 전문 인력과 시스템 구축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공급망 전체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제조업 특성상 단기간 내 대응 체계 구축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기업에서는 ESG 공시 확대가 또 다른 규제 비용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단순 규제 강화가 아닌 글로벌 시장 변화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ESG 공시가 결국 투자와 무역 경쟁력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과 정부 모두 장기적 관점의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ESG 공시는 결국 글로벌 기준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며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 설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