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홍콩이 한국의 수소도시 모델에 손을 내밀었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교류가 단순한 기술 공유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충전, 활용에 이르는 도시 단위 수소 생태계 전반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된 수소도시 구축 경험이 해외로 확산하는 첫 단계를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교류를 통해 한국이 기술 도입국을 넘어 ‘수소도시 정책 수출국’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한국 수소도시에 홍콩이 눈 돌린 이유는
국토교통부는 18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 수소 심포지엄 2026’에서 홍콩 전기기계서비스부(EMSD)와 수소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 범위는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수소 생태계 전반이다. 단순 연구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표준화 사례를 공유하고, 수소 인프라 운영 경험과 기업 간 파트너십, 현지 실증 프로젝트까지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간 협약이지만, 이번 협력의 본질은 한국이 국내에서 실증해 온 수소도시 모델을 해외 도시가 참고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특히 이번 협약이 홍콩 측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성사됐다는 점은 상징성이 적지 않다. 도시 밀도가 높고 안전 기준이 엄격한 홍콩이 한국의 수소 인프라 운영 경험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국내 수소도시 조성 사업을 통해 쌓은 경험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2020년부터 수소를 주거·교통·산업 전반에서 활용하는 수소도시 사업을 추진하며 생산·저장·이송·활용 인프라 구축 경험을 축적해왔다. 단순히 충전소 몇 곳을 설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배관망과 연료전지, 모빌리티,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도시 단위에서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번 협약을 단순한 행사성 MOU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홍콩이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홍콩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수소를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육성하고 있지만 좁은 국토와 높은 도시 밀도 탓에 대규모 수소 인프라 구축 경험이 부족하다. 특히 저장·운송 안전 기준과 충전 인프라 운영 모델은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서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수소도시 경험은 실질적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도시 단위 수소 인프라를 실증해왔고, 수소 배관망과 연료전지 발전, 수소버스·수소차 충전 시스템 등을 연계한 운영 경험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도시 주민 수용성과 안전관리 체계를 병행해왔다는 점에서 홍콩 입장에서는 실증된 정책 모델로 볼 여지가 있다.
국토교통부 정의경 국토도시실장이 이날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한국형 수소도시 모델의 정책 방향과 추진 현황을 소개하고 글로벌 확산 의지를 밝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한국 기술이 우수하다는 홍보가 아니라 도시 운영 시스템 자체를 패키지로 소개하는 의미가 강하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향후 ‘수소 인프라 수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금까지 해외 에너지 사업이 주로 플랜트 중심이었다면 수소도시는 도시 인프라 운영 경험과 안전 규정, 유지관리 기술, 장비와 설비 공급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정책 협력 넘어 ‘기업 진출 통로’ 될까
특히 이번 협약은 국내 수소기업 입장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정부 간 협력이 먼저 구축되면 기업의 현지 진출 장벽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기업 간 파트너십을 통한 실증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홍콩 현지에서 충전 인프라, 연료전지, 저장 설비, 안전관리 솔루션 등을 시험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홍콩을 교두보로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콩은 자체 제조 기반은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금융·물류 허브라는 강점이 있다. 중국 본토와 동남아 시장을 잇는 연결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수소도시 모델이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인접 국가로의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수소 산업은 아직 초기 시장 단계인 데다 국가별 안전 기준과 규제가 크게 다르다. 기술 표준 정합성과 경제성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협력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상당수 국제 에너지 협력이 MOU 단계에 머무르거나 사업화까지 연결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수소 정책이 내수 중심 실증을 넘어 해외 확산 가능성을 시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수소 정책이 ‘보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정책 경험과 기술을 해외 시장과 연결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관건은 실증이다. 홍콩에서 실제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국내 기업 참여가 뒤따를 경우 이번 협약은 단순 행사성 외교를 넘어 ‘K-수소도시 수출’의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구체적 사업화가 이어지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선언적 협력에 그칠 수 있다. 한국형 수소도시 모델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