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중국이 대만을 사실상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전개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소규모 형태의 도발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이루어진 경우는 드물어 그로 인한 우려가 커진 셈이다. 무엇보다 훈련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이 해군·공군·미사일 전력을 동시에 투입해 실시하는 이번 훈련은 단순한 무력 시위를 넘어 ‘실제 봉쇄 시나리오’를 가정한 작전 능력 점검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 규모가 남다르다. 게다가 대만을 둘러싼 주요 해상·공중 접근로를 차단하는 방식은 국제사회에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 안정성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예고하는 것으로 동아시아 전체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 구축함, 항공모함까지 나서는 대규모 군사훈련은 이례적
국제 정세를 보도하는 미국 통신사 ‘Associated Press’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훈련에는 구축함과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해군 전력과 전투기, 전략폭격기, 정찰기 등이 대거 투입됐으며 일부 미사일 부대도 함께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군은 대만을 둘러싼 주요 해상 항로와 공중 접근 경로를 중심으로 작전을 전개했다. 특히 대만 북부와 남부, 동부 해역을 연결하는 형태로 훈련 구역을 설정해 사실상 섬 전체를 포위하는 형태를 띠었다. 이는 유사시 외부 지원을 차단하고 내부 보급을 고립시키는 봉쇄 작전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매체는 “이번 훈련은 단순한 경고 메시지를 넘어 실제 군사 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대만 주변을 둘러싸는 방식은 봉쇄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훈련이 주권 수호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외부 세력의 개입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가 통일을 저해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그간의 중국이 취해온 행보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으며, 독립 움직임에 대해서는 군사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냉정히 보면 그간의 행보와 본질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이번 훈련은 규모와 운용 방식 모두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책의 기조가 아닌지 하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특정 해역이나 공역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되던 훈련이 이번에는 다수의 작전 구역을 동시에 활용하는 형태로 확대됐으며, 다양한 전력이 통합 운용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 봉쇄 능력은 대만 방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대만은 에너지의 대부분과 식량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요 물류 역시 해상 운송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항로가 차단될 경우 단기간 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으로 대만에 부담.. 주변국들도 부담은 마찬가지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전면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회색지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직접적인 충돌 없이 군사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상대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한 안보 전문가는 “실제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전쟁에 가까운 압박을 가하는 전략”이라며 “훈련을 반복함으로써 실전 능력을 축적하는 동시에 상대의 대응 패턴을 분석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은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해협은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항로로, 이 지역의 긴장은 곧바로 글로벌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인 대만이 군사적 압박에 놓일 경우 글로벌 IT 산업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스마트폰, 자동차, 인공지능 산업 전반이 대만 반도체 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연쇄적인 산업 영향이 불가피하다. 매체는 “대만해협의 긴장은 단순한 지역 안보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 안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국제사회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훈련이 단순한 군사적 목적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내부 정치 상황과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 대한 대응 성격이 결합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에도 유사한 형태의 군사훈련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실전 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변국들이 대응 차원에서 군사력을 강화할 경우 긴장이 장기화되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대만해협의 안정성이 글로벌 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긴장이 완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이번 군사훈련은 단순한 일회성 무력 시위를 넘어 향후 동아시아 안보 환경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군사적 압박과 정치적 메시지가 결합된 복합적 전략 속에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