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탄소 관리 강화, 원자재·물류·투자까지 한국 직격탄 불가피

  • 등록 2026.02.10 17: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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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CBAM 앞두고 자국 산업 경쟁력 방어 조치로 풀이
구리·석유화학·항공 보고의무 강화, 정부 제도적 대응 시급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중국이 탄소 관리 체계를 전방위로 강화하고 나섰다. 석유화학·구리·항공사까지 보고 의무를 확대하며, 국제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국 산업의 경쟁력 방어에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제조국인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국제 교역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가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 직결됨을 뛰어넘어 중국과 긴밀히 연결된 한국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예고하는 탓이다. 이로 인한 파급효과, 즉 원자재 가격 변동, 물류비 상승, ESG 투자 압박 등 다층적인 영향이 예상되면서 한국 기업과 정부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 2021년 출범한 중국 ETS, 2025년엔 5억 톤 거래

10일,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 구리, 항공사 등 주요 산업에 대해 탄소 배출 보고를 강화하는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전력·철강 중심의 관리 체계를 넘어선 이번 조치는 국제 사회의 탄소 규제 압력에 대응하고 동시에 자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결정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과 맞물려 있다. CBAM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며,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력 등 탄소 집약적 제품을 대상으로 수입 시 탄소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한다. 유럽연합은 이를 통해 자국 내 탄소 감축 목표를 보호하는 동시에, 수입국에도 동일한 수준의 환경 부담을 요구한다. 


세계 최대 제조국인 중국은 CBAM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배출 데이터를 국제 기준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조치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구리와 석유화학 같은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소재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분야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국제 시장 전체에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중 구리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산업의 필수 원료로 국제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최근 5년간 구리 가격은 톤당 평균 8,000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탄소 규제 강화로 생산 비용이 늘어나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석유화학은 플라스틱·화학제품 생산에 직결되며, 생산 공정에서 에너지 집약도가 높아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항공사 역시 국제 항공 규제와 중국 정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장거리 노선 운영 비용이 늘어나면서 항공권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단기적 비용 부담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석유화학 기업은 생산 공정에서 에너지 효율 투자가 불가피해지고, 구리 생산업체는 배출 추적과 검증 절차에 따른 관리 비용이 늘어난다. 항공사들은 국제 항공운송협회(IATA)의 규제와 중국 정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단순히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국제 무역 질서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는 시도라며 탄소 관리 투명성이 곧 무역 장벽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증거로 해석한다. 이에 한국 기업들도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기업들의 배출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ETS(Emission Trading System,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중국 ETS는 2021년부터 전력 부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약 2,0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시장은 빠르게 확대됐고, 2025년 기준으로 거래 규모는 약 5억 톤의 탄소 배출권에 달했다. 이는 세계 최대 단일 탄소 시장으로 꼽히며, 중국이 국제 탄소 규제 흐름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또한 2027년까지는 철강·시멘트 등 추가 산업을 포함하고, 절대 배출량 상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아시아 탄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국제 무역 질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 중국 탄소 관리 강화, 원자재·물류·투자까지 한국 직격탄

중국의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내 원료 가격 상승이 곧바로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보고 체계를 강화하면 원료 가격이 오르고 이는 한국 기업의 최종 제품 가격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구리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구리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필수 원료로 중국의 규제 강화가 공급망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규제 강화로 구리 가격이 오르면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계약이나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조금만 흔들려도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며 “한국 기업들이 재활용 자원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구리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항공·물류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항공사들이 탄소 규제 부담으로 운임을 인상하면, 한국 기업들의 물류 비용도 함께 오를 수 있다. 이는 수출입 기업들의 전체 비용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운임이 오르면 한국 기업들도 결국 가격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장거리 노선에서는 탄소 효율이 높은 항공기 도입이나 해상 운송과의 혼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기업에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곧 정부 차원의 대응도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중국이 탄소 관리 체계를 강화하면 한국 정부 역시 국제 규제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보고·검증 체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중국과의 거래 문제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대응해야 할 과제가 된다. 정부 관계자는 “CBAM과 중국 ETS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넓게 보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이미 ESG 평가에서 탄소 관리 투명성은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압박할 것이며, 이는 투자 유치와 글로벌 평판에도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친환경 기술과 국제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경우 새로운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결국 중국의 탄소 보고 강화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국제 무역 질서와 산업 경쟁력의 판도를 바꾸는 전략적 선택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탄소 관리 투명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 기업 역시 산업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손영남 기자 son364@entrop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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