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2025년, 지구는 뜨거운 경고장을 내밀었다. 불타는 숲, 전력망을 위협하는 폭염, 그리고 바다 깊숙이까지 스며든 열에서 드러난 일상의 풍경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고, 기후 위기는 숫자가 아닌 체감으로 다가왔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가 운영하는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이하 C3S)는 지난 1월 발표한 〈2025 was the third warmest year on record〉 보고서에서 지난해가 관측 사상 세 번째로 더운 해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폭염의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솟는 기온은 곧바로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다. 산불은 관광업과 농업을 무너뜨렸고, 폭풍은 보험 산업을 뒤흔들었으며, 전력망을 압박한 폭염은 에너지 비용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바다마저 뜨거워지며 어업과 해운업에 장기적인 타격을 예고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직접 흔드는 가장 값비싼 위기로 변모하고 있다.
◆ 3년 평균 지표면 기온, 사상 처음으로 1.5도 돌파
C3S에 따르면 2025년 평균 지표면 기온은 14.97℃로, 산업화 이전보다 1.47℃ 높았다. 특히 2023~2025년 3년 평균은 사상 처음으로 1.5℃를 넘어섰다. 이는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한계선을 현실적으로 돌파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연속된 11년이 모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것은 지구가 안정적 기후의 경계를 넘어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수치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앞으로의 세계가 직면할 위기의 전조라고 해석하는 배경이다.
위기는 곧바로 경제적 충격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재해가 세 번째로 많았고, 폭풍과 산불이 보험 산업과 농업, 에너지 부문을 강타했다. 유럽은 여름철 평균보다 훨씬 높은 기온이 장기간 지속되며 전력망이 압박을 받았고, 냉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프랑스와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사용량이 평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에너지 비용이 급등했다.
아시아 역시 폭우와 태풍으로 인프라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곡물 가격이 급등해 식량 안보 위기를 불러왔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현상은 기후 위기가 더 이상 환경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피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스페인, 캐나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수천 명을 대피하게 만들었고, 관광업과 농업, 보험 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남겼다. 유럽의 폭염은 일부 지역에서 45℃에 달하는 기록적 기온을 기록하며 수많은 도시에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기후 현상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흔드는 재앙이었다. 실제로 일부 도시에서는 전력망 붕괴로 병원과 공공 서비스가 마비되며 인명 피해가 확대됐다.
지구의 바다는 이러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해양은 인류가 배출한 열의 90% 이상을 흡수했으며, 2025년에는 전 세계 해역의 33%가 1958~2025년 기준 상위 3위 안에 포함될 정도로 높은 해수면 온도를 기록했다. 이는 어업과 해운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고, 해양 생태계 붕괴로 장기적인 경제 손실을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해양 온도 상승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하며, 어획량 감소와 해양 생물 다양성 붕괴가 식량 안보와 글로벌 무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다의 변화는 결국 육지의 삶을 뒤흔드는 파급력으로 돌아온다.
![2025년 평균 지표면 기온은 14.97℃로, 산업화 이전보다 1.47℃ 높았다. 자료는 ERA5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1850~1900년 산업화 이전 기준 기간 평균에 비해 상승한 전 세계 지표면 기온(℃)을 연도별 평균으로 1940년부터 나타낸 그래프. [자료= C3S/ECMWF]](http://www.entropytimes.co.kr/data/photos/20260206/art_17701008528562_de1dc3.jpg)
◆ 기후 위기는 경제·사회·생활 전반 뒤흔드는 복합 위기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25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오면서 한국전력은 냉방 수요 폭증으로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자 일부 지역에 전력 사용 제한 권고를 내렸다. 기업들은 생산 라인을 조정해야 했고, 이는 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건설 현장에서는 ‘폭염 휴식제’가 확대되며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증가가 발생했다.
농업 피해도 컸다. 폭염과 가뭄으로 쌀과 채소 생산량이 감소했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보고서가 지적한 아시아 식량 가격 급등 현상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도시 인프라 역시 압박을 받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열섬 현상과 냉방 수요 증가가 겹치며 지하철과 버스 냉방 장치 고장이 잦아 시민 불편이 커졌다. 이는 폭염이 단순히 기후 문제가 아니라 생활 기반을 흔드는 사회적 위기임을 보여준다.
이 모든 사실은 기후 위기가 단순히 환경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사회·생활 전반을 뒤흔드는 복합 위기임을 보여준다. 특히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냉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노인층은 폭염에 더 큰 건강 피해를 입었고, 농민들은 가뭄과 폭우로 직접적인 생계 위기를 맞았다. 기후 위기는 사회적 약자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흔드는 불평등의 위기이기도 하다.
셰계 각국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EU는 ‘그린 딜’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기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한국 역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아 실질적 전환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 각국의 정책은 방향을 잡았지만, 속도와 실행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암울한 장기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까지 한국 평균 기온이 추가로 1℃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단순히 더운 여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폭염일수 증가, 농업 생산성 저하, 해양 생태계 붕괴, 도시 인프라 압박이 일상화되는 미래를 뜻한다. 지금의 위기가 미래의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의 시급성은 더욱 커진다.
2025년은 단순히 더운 해가 아니라 기후 위기의 경제적·사회적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준 해였다. 폭염과 산불, 폭풍이 남긴 피해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류가 화석연료에 의존한 대가였다. 앞으로의 질문은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미 넘어선 한계선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를 방치하면 경제 시스템이 먼저 붕괴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에너지 전환과 탄소 감축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